전우용 "이명박 회고록이나 전두환 회고록을 읽고 그 시대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건 바보나 하는 짓"
김기현 "볼턴 국정조사 왜 못하나" vs 우상호 "증언대 세우는 거 가능한가?"

[=정현숙 기자]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두고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국회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울산고래고기 사건의 당사자 김기현 의원이다.

2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미래통합당 김기현 의원 사진/TBS 유튜브
2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미래통합당 김기현 의원 사진/TBS 유튜브

김 의원은 2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출연해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사실로 전제를 깐 상태에서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세계 최고의 사기극이 이뤄진 것 아니냐"라며 "국정조사를 하자"고 했다. 그는 지난 23일에도 '외교를 가장해 벌인 야바위 행각'이라며 국정조사를 하자고 주장했다.

이날 김기현 의원이 주장한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 볼턴 전 보좌관의 국정조사 증인 채택으로 볼턴 전 보좌관 증인 채택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우상호 의원은 "한미 간의 외교 갈등이 될 수 있다"라면서 "이런 식이면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아베 총리도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라고 항변했다.

김기현 의원은 "책임자가 누군지 조사해 보자는 것"이라며 "이건 외교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안전 보장에 관한, 생명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볼턴하고 트럼프에 요구해 보고 오면"이라며 "볼턴이 안 온다는 보장은 어디 있나. 트럼프야 안 올 수야 있겠지만"이라고 주장했다. 또 "볼턴이 오면 불러서 하면 되는 거고"라고 좀 황당한 주장을 펼쳐나갔다.

그러자 우 의원은 "국정조사를 하려면 볼턴과 트럼프 대통령을 증언대에 세워야 하는데 이런 국정조사가 가능한가"라면서 "무슨 책 팔아먹으려고 여러 가지 기획을 한 전직 보좌관 책 한 권 가지고 나라가 여야 간에 들썩거리고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상회담을 권유한 건 사기가 아니라 적극적인 대화 권유"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발언을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우상호 의원은 "미국의 안보보좌관 했던 사람을 한국 국회 국정조사 증언대에 세운다는 건 외교적 갈등이 된다"라며 "김 의원이 볼턴을 섭외해서 한국으로 초대해서 차라리 강연을 시키는 게 낫지 않나"라고 역으로 제안했다.

증인 채택의 현실성을 도외시 했다는 우 의원의 반박에 김 의원은 다시 "외국인이라고 왜 (증인) 채택을 못 합니까?"라고 반발했다. 우 의원은 "아니, 트럼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나라가 어디 있어요"라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김 의원은 다시 "누가 트럼프 대통령을 채택한다고 그랬어요"라고 재반박하는 등 공방이 이어졌다.

우 의원은 "이 이야기를 길게 할 이유가 없는 게, 이런 국정조사는 성립할 수 없다는 거 잘 아시면서 지금 주장하고 계시기 때문"이라며 "4선 의원 되셔서 그런 주장 하면 안 되죠"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끝까지 "진실을 밝혀야 된다"라고 했다.

우 의원은 "볼턴은 기본적으로 대화 불가론자이기 때문에 대화를 계속 시도했던 자기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조롱조로 '바보 같은 짓을 했다'며 계속 그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볼턴의 발언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사기극일 가능성을 재차 내세웠다.

볼턴의 회고록 파장이 온 나라를 휘젓는 판국이다. 이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머니투데이 박재범 정치부장의 관련 칼럼을 공유하며 트윗에 그의 글을 인용해서 "볼턴 회고록을 세줄 요약하면 이렇다. '나는 온갖 방해를 다 했다. 일본도 같이 방해했다. 트럼프·문재인·김정은 꾸준히 하더라.'"라고 소개했다.

앞서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볼턴 회고록을 이명박, 전두환 회고록에 빗대 촌철살인했다.

전 교수는 "'회고록'이라는 제목의 책에 어울리는 공통 부제는 '나는 다 잘했다' 또는 '나는 잘못한 게 없다'입니다"라면서 "이명박 회고록이나 전두환 회고록을 읽고 그 시대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건 바보나 하는 짓입니다"라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언론인 여러분, 볼턴 회고록만 보고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건, 전두환 회고록만 보고 광주 시민을 비난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라고 요즘 우리 언론의 보도 행태도 싸잡아 꼬집었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