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 열서너 번에 조서는 8번만 받은 증인.."검찰이 증인의 증언을 오염시키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증인 임 씨, 교재 200권 택배 발송해 놓고 "10권 보냈다".. 증거를 들이밀자 "맞다"
[= 정현숙 기자]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 공판에서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20차 공판까지 거치면서 처음 있는 일로 정 교수가 직접 증인 신문을 한 것이다.
정 교수가 증인의 허위 증언을 참지 못하고 재판부의 허락을 받고 증인 임모 씨를 상대로 직접 신문에 나선 거다. 더블유에프엠(WFM)에서 허위로 고문료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증인으로 나온 임 씨가 하도 말이 안 되는 얘기를 하고 거짓말을 하니까 정 교수가 재판장의 허가를 얻어서 직접 3~4분 정도 증인 신문을 했다.
정 교수는 영어 교육사업을 하던 WFM과 고문 계약을 맺고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WFM에서 매월 200만 원씩 7개월가량 1400만 원을 고문료 명목으로 받았다. WFM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투자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에서 인수했던 영어교육업체다.
증인으로 나온 코링크PE 이사 임 씨는 WFM에서 영어사업본부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정 교수가 당시 고문활동에 무관심했다고 증언했다. 또 정 교수가 지난해 학원 원장들 모임인 2~3월 강연을 요청하자 단칼에 거절했고 정 교수가 WFM 주가 변동에만 관심 있어 주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고, 한 차례 회의 말고는 한 일이 없다는 증언을 이어 나갔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시사 유튜브 '빨간아재' 를 운영하는 박효석 씨는 정 교수의 직접 신문은 검찰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서 임 씨가 하도 말이 안 되는 얘기를 하니까 정 교수가 재판장의 허락을 받고 직접 증인 신문에 나선 거라고 했다. 그래서 실상에 대해 제대로 보도가 안되는 정 교수 재판 내용에 대해 이날 끝까지 지켜본 박 씨의 방청 내용을 정리해 봤다.
검찰의 논리는 정경심 교수가 WFM 고문으로 있었지만 별로 한 일도 없고 회의 한번 참석하고 2장짜리 보고서 한번 낸 게 전부다. 또 원장들 회의에 강의 참석 요청도 단칼에 거절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 교수가 정당한 대가를 받아 간 게 아니고 뭔가 수익보전을 받기 위해 부당하게 돈을 받아 간 거에 초점을 맞췄다.
또 이날 변호인이 반대 신문을 하는데 한 가지 새로운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WFM에 새로운 고문이 필요하다고 이상훈 코링크PE 대표한테 건의했던 사람이 바로 오늘 나온 증인 임 씨로 확인이 된 거다. 본인이 영어 교육사업에 고문이 필요하다고 건의를 하고서는 마치 검찰의 주신문 과정에서는 별로 필요가 없었고 도움도 안 되는 사람(정경심 교수)을 고문 계약한 거처럼 증언했다.
그리고 WFM 측에서 고문으로 위촉된 정 교수에게 700권이 넘는 교재 가운데 분석을 해달라고해서 교재를 보내고 경쟁사에 대해서도 함께 분석해달라고 의뢰를 했다. 그런데 임 씨가 처음에는 한 10권 정도 보낸 거 같다고 증언했다. WFM이 발간한 교재가 700권이 넘는데 그중 10권을 보냈다는 거다.
임 씨는 교재가 700권이나 되는데 10권만 보내서 정 교수가 굉장히 쉬운 일을 하고 아주 짤막한 보고서 2장을 낸 게 전부인데 고문료를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한다. 듣고 있던 정 교수 변호인이 “큰 박스로 보낸 것 아니냐. 지금도 그 박스가 있다”라고 하자 임 씨는 “(박스를) 보낸 것 같다”라며 당황한 기색을 보인다.
여기서 속된 말로 정 교수가 빡돌아 즉각 반박에 나선다. 그래서 재판장한테 변호인을 통해서 발언 기회를 얻어 임 씨를 2분간 직접 신문을 한다. 흔하지는 않지만 재판장의 허락하에 변호사가 없을 경우에도 피고인은 법정에서 스스로 방어할 수 있다.
정 교수는 본인이 당사자고 직접 겪었던 일로 기억이 있기 때문에 증인 임 씨에게 묻는다 "당시에 교재를 10권밖에 안 보냈다고요"라며 "그때 200권 정도를 보냈다. 큰 박스 2개를 택배로 보냈다. 더군다나 그 박스는 WFM이 찍혀져 있지 않고 그전 회사명이 적혀 있었다. 기억 안 나요?"라고 물었다.
구체적 사실을 대는 정 교수의 질문에 임 씨는 "기억납니다"라며 처음에 10권이라 주장하던 증인이 정 교수의 신문에 200권이 맞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정 교수가 당시 WFM의 팀장인가 누군가가 연락을 해와서 사이버강좌 프로그램에 대해서 검토를 해달라고해서 관리자 아이디와 비번까지 이메일로 보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임 씨에게도 같이 이메일에 참조로 보냈다며 기억 안 나냐?"라고 물었다. 임 씨는 이메일 발송이 나오자 반박을 못 하고 "기억난다"라고 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 그 많은 자료와 교재를 검토하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을 거 같지 않나? 당시에 2달 넘게 걸렸는데 기억나지 않나?"라고 거듭 물었다. 그러자 임 씨가 "많은 시간이 걸렸을 거 같다"라고 대답한다.
정 교수는 이어 "내가 당시에 원장들 의뢰를 받고 시간만 맞으면 참석할 수 있다고 했었는데 내가 절대 참석 않겠다고 단칼에 거절한 거 맞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단칼에 거절했다던 임 씨는 "뉘앙스가 좀 그런 거 같다"라고 한발 물러선다.
임 씨는 조범동 씨 법정에도 증인으로 출석을 했는데 당시에는 조범동 씨에게는 불리한 증언을 할지언정 정 교수에게는 별로 불리한 증언을 한 게 없었는데 이날은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교재 200권 보낸 거를 알면서도 10번밖에 안 보냈다는 명백한 위증을 했다.
그 힌트가 하나 밝혀졌는데 임 씨가 검찰에 출석한 게 본인 기억으로 13번인가 14번을 조사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의 진술서는 8번밖에 작성이 안됐다. 나머지 5번 또는 6번은 도대체 뭘한건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그래서 정 교수 변호인은 이 대목에 초점을 맞추고 "혹시 검찰 조사과정에서 본인이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얘기 들었냐? 들은 적 있냐?"라고 물었다. 임 씨는 "그런 얘기를 들었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것을 검찰의 협박이라고 할 수 없고 강압이라고 할 수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임 씨의 증언에 얼마나 신빙성을 둬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검찰이 '임 씨의 증언을 오염시키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검찰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과연 그렇게 볼 수 있겠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코링크 PE가 블루펀드와 관련해서 당시 조국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제출한 해명자료가 있다. 코링크PE 펀드는 블루펀드여서 출자자에게 투자처를 사전에 알려주지 않아 투자자들은 어디에 투자하는지 사전에 알 수 없다는 내용이 적힌 '펀드운용현황보고서'를 제출한다.
청문회 준비단에 보고서를 제출하기 닷새 전에 초안이 작성됐는데 초안의 내용과 준비단에 제출된 실제의 보고서 내용이 다르다. 달라진 핵심 이유는 블루펀드는 블라인드 펀드라는 내용이 좀 더 강조되어 설명됐다는 거외에 별달리 다른 점이 없다.
이날 검찰의 주신문 과정에서 검찰이 임 씨에게 묻는다. "둘 중(보고서 초안과 준비단에 보낸 보고서) 하나는 명백히 허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이미 초안을 다 작성해서 조 전 장관에게 보냈는데 한 일주일 뒤에 다시 작성해달라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런데 변호인이 운용현황보고서를 화면에 띄우고 "어떤 부분이 허위냐?"라고 증인 임 씨에게 묻는다. 재판부도 읽어보라고 임 씨에게 1분 이상을 시간을 준다. 그런데 쭉 읽어보고도 임 씨는 어느 부분이 허위인지 답변을 못 한다.
아울러 검찰뿐만 아니라 재판부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된다. 증인들이 나와서 피고인한테 유리한 증언을 하면 '증인이 피고인 증인이냐? 왜 그런 식으로 얘기하나'라고 하고 조범동 씨나 누가 나와서 검찰이 주신문을 할 때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하면 '기억이 나는데도 잘 안 난다고 하면 위증'이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이날 임 씨가 법정에서 명백히 왔다 갔다 거짓말을 하는 데도 재판부가 지적하지 않는다는 의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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