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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살아가는 일의 위대함, 극단 하땅세의 "위대한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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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살아가는 일의 위대함, 극단 하땅세의 "위대한 놀이"
2020 공연예술 창작산실
  • 권애진 기자
  • 승인 2020.06.28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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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조명 아래 등을 맞대고 있는 쌍둥이의 모습은 가슴이 아릴만치 슬퍼 보인다. /ⓒAejin Kwoun
파란 조명 아래 등을 맞대고 있는 쌍둥이의 모습은 가슴이 아릴만치 슬퍼 보인다.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어른들의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가는 쌍둥이를 통해 매일매일 살아가는 일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는 위대한 놀이터 “위대한 놀이”가 지난 6월 20일부터 오는 28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들에게 매혹적이면서 동시에 고통적인 감각을 선물해 주고 있다.

공연사진 ​/ⓒ이은경(제공=극단 하땅세)​
공연사진 | 극단 하땅세의 등장인물들은 미리 정하지 않고 배우들이 연습 중에 직접 창조해 나간다. 각자의 배역은 배우의 창조력에 따라 더 확장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한다. ​/ⓒ이은경(제공=극단 하땅세)​

대도시의 공습을 피해 국경지역 할머니 집에 맡겨진 쌍둥이 형제는 전쟁터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운다. 이미 학교는 문 닫았고 성당의 사제도 굶주리고 있다.

이 소도시에는 유태인 학살의 임시 수용소가 있으며 거리에는 독일 군인과 끌려가는 유태인 행렬이 가득하다. 술집에는 팔과 다리가 잘린 군인들이 술에 취해 노래 부르고 있다.

쌍둥이들은 자신들의 생존법으로 어른들의 전쟁터에서 살아남는다. 전쟁이 끝나고 ‘해방군’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군인들이 들어오고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사람들이 죽어간다.

전쟁을 견디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경험한 세계를 객관적으로 묘사한 아코타 크리스토프(Agota Kristof)의 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원작의 1부를 중심으로, 극단 하땅세는 현실을 견디기 위해, 무대 위 삶을 하나의 거대한 놀이터로 만들어 관객에게 함께 놀아 보자고 이야기한다. 테이프가 붙여지고 뜯어지며 장소와 시간이 옮겨가는 무대 위 거대한 놀이터는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하다.

닭을 직접 잡아보며 삶을 배워보려는 쌍둥이들의 얼굴에 아직은 웃음이 남아 있다. /ⓒ이은경(제공=극단 하땅세)
닭을 직접 잡아보며 삶을 배워보려는 쌍둥이들의 얼굴에 아직은 웃음이 남아 있다. /ⓒ이은경(제공=극단 하땅세)

작품을 보다 보면 잔혹동화가 머릿속에 겹쳐지기도 한다. 어쩌면 ‘동심’이란 맑고 깨끗한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동심을 유아적이고 밝은 것, 노예적 도덕관의 주입 수단, 어른들이 만든 것이라고 정의한 것부터가 동심을 어른 입장에서 ‘어떠한 것’이라고 일방적이고 멋대로 내린 평가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이의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과 표정을 사라진 것에 가슴 아픈 건, 넘 세상을 일찍 알게 해 버린 '어른'으로서의 미안함일는지 모르겠다. /ⓒ이은경(제공=극단 하땅세)
아이의 얼굴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과 표정이 사라진 것에 가슴 아픈 건, 넘 세상을 일찍 알게 해 버린 '어른'으로서의 미안함일는지 모르겠다. /ⓒ이은경(제공=극단 하땅세)

역사에서 감정을 지운 채 객관적 사실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레오폴드 랑케의 역사관이 쌍둥이의 기록을 통해 펼쳐지는 순간은 이상하리만치 잔혹하기만 하다.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쌍둥이에게는 눈물 뿐 아니라 웃음까지 아니 생각까지도 사치이고, '윤리'는 배부른 투정일 뿐이다. 학살이나 폭탄이 사라지고 겉으로는 안전한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조차 삶을 이어가기 위해 감정을 감추고 속이고 부정하면서 나이를 먹어가는 현실에서, 어쩌면 조금 일찍 감정을 지워갈 뿐일지도 모를 쌍둥이들의 모습이 왜 이렇게 슬프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커튼콜 사진 | 다양한 오브제와 공간 설정을 통해 극장 바닥에 테이프를 붙이고 떼면서 연극의 기호를 만들고 지워 간다. 테이프를 바닥에 붙이고 떼어내는 소리조차도 배우들의 연기에 녹아든다. /ⓒAejin Kwoun
커튼콜 사진 | 다양한 오브제와 공간 설정을 통해 극장 바닥에 테이프를 붙이고 떼면서 연극의 기호를 만들고 지워 간다. 테이프를 바닥에 붙이고 떼어내는 소리조차도 배우들의 연기에 녹아든다. /ⓒAejin Kwoun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와는 결이 다른 웃음과 눈물을 주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 전쟁터의 현실과 공포를 머리보다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은 닮아 뵈는 연극 “위대한 놀이”는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현실 속 부조리를 일깨워 준다.

/ⓒ이은경(제공=극단 하땅세)
공연사진 | 유태인 임시수용소의 학살 현장에서, 쌍둥이들은 꽁꽁 숨겨놓은 감정의 철문을 열 수 밖에 없다... /ⓒ이은경(제공=극단 하땅세)

2차 세계대전과 소련 침공과 반체제 운동이 전개된 체코와 헝가리를 배경으로 쓰인 동구권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을 극단 하땅세만의 독특한 ‘공통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이 연극은 우리들의 ‘공통의 이야기’일는지 모른다.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커튼콜 사진_형사 외 다(박광선), 언청이,하녀,엄마(고은별), 쌍둥이(이수현), 할머니(권제인), 쌍둥이(문숙경), 당번병 외 다(신민규), 장교 외 다(김승태) /ⓒAejin Kwoun
무대 한켠에서 울리는 서상권 악사의 아코디언 연주는 극적인 분위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Aejin Kwoun
무대 한켠에서 울리는 서상권 악사의 아코디언 연주는 극적인 분위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Aejin Kw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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