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장효남 기자] 북한의 6.16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이후 휴전선에 대남비방 스피커 설치, 나아가 대남비방 전단 1,200만 장 살포준비 완료 등 대남 강경자세는 김정은 위원장의 '보류' 한마디로 잠복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잠복이며 언제 어떤 식으로 돌발상황이 될 것인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에 이런 북의 행동을 두고 우리 언론들이나 대북 전문가들, 나아가 일반 국민들까지 비판일색이며, 애초부터 호전적인 북이 그 성향을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다수다.

하지만 불과 2년 전 판문점과 평양은 물론 백두산까지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오르며 곧 한반도는 완벽한 데탕트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했던 남북관계가 이 이렇게 변했는지 속시원히 설명한 언론이 없다. 또 왜 북한이 갑자기, 그것도 탈북민들의 대북전단을 빌미삼아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것인지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을 하는 전문가도 학자도 없다.

다만 북의 이런 행위를 '전술' 특히 '벼랑끝 전술'로 분석(?)하고, 한반도의 긴장감을 높여 북미간 핵 문제 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려 한다는 표피적 해설만 있다.

이에 인터넷언론인연대는 현 상황에서 가장 엄혹하게 이 사건을 바라보며 분석하고 비판하는 학자이자 정책 실무자이기도 한 김진향 개성공단지원재단 이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이 땅 한반도가 현재도 전쟁 중에 휴전을 하고 있는 상태로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이 휴전협정위반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1969년 대구에서 출생한 김진향 이사장은 경북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은 뒤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 연구위원을 거쳐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행정관,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정책실 행정관,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2008년 2월∼2011년 7월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을 역임했고,  2014년 4월∼2016년 2월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로 남북관계를 연구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2017년 12월∼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을 현재도 재직 중이다. 따라서 현재 국내의 남북관계 학자 또는 정책전문가들 가운데 손꼽히는 대북전문가라 할 수 있다.

인터넷언론인연대가 주관한 이 인터뷰는 서울의소리 스튜디오에서 인터넷언론인연대 고문인 임두만 신문고뉴스 편집위원장,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가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서울의소리TV, 신문고뉴스TV, 미래일보 장건섭 국장의 유튜브 채널인 장건섭TV와 이들 매체의 페이스북에서 공동으로 중계했다.

그런데 이날 인터뷰 김 이사장은 처음 질문부터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정신이 번쩍들 내용을 들고 나왔다. 즉 '북한의 지난 6월 11일 북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그리고 5일 후인 6월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애 처음부터 정책실패를 들고 나온 것이다.

그는 이날 자신에 대해 "오래 전부터 북한 통일 문제를 전공한 학자로서 청와대에서 북측과 수많은 협상을 진행하고 이후 개성공단에 들어가서 발생하는 북측과의 협상을 담당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는 "누구보다도 북측에 장기체류했던 북한학자로 평가될 만큼 생활양식, 가치, 사고방식, 북측의 전략, 의도를 분석하는게 본업"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6월 16일 날 공동연락사무소가 파괴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으며, 참혹함을 느꼈지만 그 이전부터 4.27(판문점 선언)과 9.19(평양 선언)의 어마어마했던 퍼포먼스를 실천하지 못했던 매일매일의 정책 실패가 모여서 이번 남북 공동연락소 폭파라는 참혹한 현실을 받아들였다는 상황에서 어마어마한 정책 실패라고 봤다"고 충격적 고백을 했다.

그리고는 '정책실패'에 대해 "우리가 한 가지 꼭 인식해야할 것은 남북관계는 일방적 관계는 하나도 없다"며 "모든 인간관계가 상호작용 관계이듯, 남북관계도 상호작용 관계였는데, 6.16 남북공동연락소 파괴는 4.27 판문점선언을 좌절시키고자 했던 상호작용이 결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런 다음 "(연락사무소 폭파는)몸져누웠을 만큼 충격이 컸다"고 자신이 받은 충격을 설명했다.

또 '그렇다면 이 정부의 정책 실패가 누구의 탓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누구 탓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리(대한민국 정부 이하 국민 모두)를 탓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파괴된 것은 딱 하나로 압축할 수 있다"며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선언은 남북 간 합의를 철저히 실천하라는 것이었는데 1년 6개월 간 방치했기 때문에 이 사단이 났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한 가장 핵심적 책임은 미국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 부분에 대해 김 이사장은 '실천되지 못할 수밖에 없었던 물리적 조건'이라고 말했다. 즉 물리적 조건으로 "소위 말하면 미국의 반대"를 맨 먼저 거론했다.

그리고는 "4.27에서 북측이 원했던 것은 딱 하나다. 평화협정을 체결해 평화로 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용납되지 않는다. 한반도 분단체제 유지, 즉 한반도의 현상 유지전략이 미국의 국익이다. 우리(남북)은 이 미국의 이익과 지난 2년간 충돌했다. 이를 돌이켜봤으면 좋겠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는 특히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방해하는 그룹인 한미워킹그룹을 지적했다 또 여기에 막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 우리 정부의 미적지근했던 지난 시기 행보들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그 비판의 핵심은 이렇다.

"4.27선언. 9.19선언을 실천하라는 북측에 대해 우리는 안보리 제재를 이야기하고 미국, 한미 워킹 그룹을 얘기했다. 솔직히 얘기하면 미국의 전략적 의도를 몰랐나? 언제까지 미국 탓을 할 것이냐 말이죠. 미국 반대는 상수다. 5천만, 8천만 국민들의 생존권을 지켜야할 우리 입장에서는 그것을 상수로 두고 돌파해야하는데 그것을 빌미로 남탓하는 것은, 비겁한 것이다"

"우리 스스로의 의존성, 인식의 한계, 인식의 오류가 현재 파국적 남북관계 상황을 만들었다. 여기서부터 시작돼야한다. 우리를 돌아보고 성찰하고 계획을 짜야한다고 본다”

이에 사회자가 '4.27선언, 9.19 선언이 나오면서 남북이 미국의 통제 수준을 벗어날 것 같으니까 미국 측이 긴장해서, 자기들이 더 두려워한 것 아닌가. 그래서 한미워킹그릅이란 게 생기고 이를 통해 한국정부의 드라이브를 제저하고 있는데, 이런 미국 정부의 방침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고 보나'라는 질의를 하자 곧바로 "제어는 간단치 않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건 75년 분단은 체제고 구조다. 단순한 한미관계가 아니다. 남남갈등을 해석해보면 남남갈등은 분단체제를 유지하려했던 미국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하고는 한국 내에 분단영구화를 국익으로 보는 미국 네오콘과 동일한 세력이 있음을 말했다.

그는 또 "저는 분단 언론이라고 얘기하다가 지금은 분단 뉴스 회사라고 한다. 이들 분단 뉴스 회사들은 분단체제의 결과물이자. 분단체제를 유지하는 첨병이다"라고 우리 보수언론들을 비판했다.

특히 "화해협력, 신뢰 없이 평화지향적인 관계없이 적대, 증오, 질시, 폭력, 분단 압박, 북의 대한 악마화를 일상적으로 쏟아낸 분단 뉴스 회사들은 왜 그러고 있을까. 독자적인 자기 회사의 논조일까, 아니면 어떤 보이지 않는 분단 체제 메커니즘의 부속품으로 전락해있는 것일까. 체제다"라고 단언했다.

따라서 이날 김 이사장은 우리가 바꿔야할 것으로 아래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비핵화의 프레임을 평화의 프레임으로 바꿔야한다. 우리 정부의 정책 프레임, 전략기조, 즉 중심축의 변화다. 우리는 북의 비핵화 진전 없이는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못 나아간다고 말했다. 미국의 비핵화 전략을 그대로 갖고왔다. (이것은)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왜 똑같아야 하나. 4.17, 9.19도 비핵화 합의가 아닌 한반도 평화의 합의였다. 비핵화라는 것은 평화를 위한 기획, 과정, 절차였다. 평화를 위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인적 교류(여행), 개성공단 재개가 필요하다. 평화를 위한 수단, 과정, 절차인 비핵화를 평화 앞에 갖다놓고 비핵화 없이는 평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비핵화는 수십년이 걸린다. 고리 원자력 발전소를 완전 폐기하는데 40년이 걸린다. 북측은 불가역적으로 연변에만 400~600개의 원전 관련 건설물이 있다는데 완전 폐기하는데 몇 년이 걸릴 것 같느냐. 60~70년이 걸린다.

두 번째로 비핵화 프레임을 평화 프레임으로 바꾸면 중재자에서 당사자가 돼야한다. 우리는 비핵화의 중재자가 맞다. 그러면서 평화의 당사자다. 그런데 언제까지 중재자가 될 것인가. 남과 북이 하겠다는데, 중재자가 아닌 평화의 당사자, 주체임을 선포해야한다.

세 번째로 한반도 평화 문제를 비핵화 문제에 갇혀 한미공조에서 북한 문제를 풀려고한다. 저는 정책 실패라고 본다. 한미공조는 북을 제재하는 틀이다. 완전한 인식의 오류다. 한반도 평화의 문제는 때에 따라서는 남북의 미국 공조의 관점에서 미국 문제를 풀어야한다.

분단체제 유지 전략이 근간인 미국과의 한미공조 속에서 제재의 틀을 갖고 북한 문제를 푼다? 이런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결국 정책실패를 만들었다. 문제가 터졌는데 고위급 외교관리가 미국을 찾아가서 어떻게 해야겠냐고 이야기하는 매일매일이 분단체제를 유지하는 매일 매일일 것이다.

이 근본을 파괴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한다. 분단체제에서 신중하자는 이야기는 현상을 유지하자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분단을 넘어서 국민행복의 평화로 통일로 가고자 한다면 돌파하고 파괴해야한다. 전쟁을 못 끝내는 게 비정상인데 이를 정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유지하려고 할 것이고, 국민 불행의 구조적 근원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화와 분노가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그는 이날 약 1시간 반에 이르는 인터뷰 시간동안 우리나라가 전쟁 중임을 줄기차게 깨우쳤다. 특히 한미간 군사훈련에 대해 북한이 발끈하는 것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이 '휴정협정 위반'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진행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보류'시킨 '군사행동'을 이번에는 정말 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험을 우리가 차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4.27선언. 9.19선언은 물론, 6.15. 10.4선언까지 국회의 비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미래통합당의 반대를 돌파하기 위해 박정희 정권 때의 7.4남북공동선언, 노태우 정부 때의 1992년 9월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까지 남북 정부간 했던 6대합의 모두를 국회에서 비준, 우리 정부에게 미국의 틇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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