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아마 ‘남을 위해 마음을 쓴다.’는 것이 배려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최근 내부 리모델링 공사 중인 헌법재판소에서 일어난 얘기입니다. 공사 중, 직박구리 알을 발견한 헌법재판소가 아기 새가 알을 깨고 나와 날 수 있을 때까지 공사를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내부 휴게실 창문을 교체하는 리모델링 작업 도중 새의 둥지를 발견했고, 그곳에서 알 3개를 확인했습니다. 아기 새 두 마리가 알을 깨고 나왔지만 어미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먹을 수 있을 뿐, 완전하게 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공사를 강행했을 때 먼지나 소음으로 인해 아기 새 성장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해 직박구리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공사를 중단시킨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아기 새가 혼자 스스로 날 수 있을 때까지는 약 2주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그 여느 때보다 기본을 지키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에 이 소식을 들으니 얼마나 마음이 흐뭇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인간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언제부터 생길까요?

2011년 10월 미국 바이오 및 의학 분야 전문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이런 논문이 실렸습니다. 그 연구에 따르면, 공정한 마음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첫 돌 무렵에 형성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워싱턴 대학교 연구팀은 15개월 된 유아 47명을 대상으로 공정심과 이타심(利他心)에 대한 개념이 형성돼 있는지 실험을 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유아들에게 과자와 우유를 공정하게 나눠주는 장면, 불공평하게 나눠주는 장면이 나오는 두 편의 비디오를 보여줬습니다. 그 결과 다수의 유아들이 음식을 불공평하게 나눠주는 장면에 더 집중했습니다. 이 시기 유아들은 놀라는 감정을 느꼈을 때 더 집중하는데, 공정한 분배를 기대했다가 불공평한 분배를 보고 충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 것입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아이들에게 평범한 레고블록과 정교하게 만들어진 레고 인형 두 가지를 보여준 뒤 장난감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지 관찰했습니다. 이들 중 3분의 1은 예쁘고 자기들이 더 좋아하는 장난감을 다른 아이와 공유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3분의 2는 평범한 장난감만을 공유하거나 아예 나눠주지 않았습니다.

남을 배려한 아이들 중 92%는 첫 번째 실험에서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더 강한 아이들이었습니다. 반면 이기적인 행동을 한 아이들 중 86%는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아이들이었지요. 이는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강한 유아가 남을 더 배려하는 성향을 띤다는 것을 뜻한다고 한 것입니다.

한 젊은 청년이 초조하게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청년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긴 노력 끝에 결혼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반지를 준비해서 그녀의 집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너무나 기쁘고 흥분되는 마음에 청년의 걸음은 점점 빨라지다가 결국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랑하는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청혼하고 싶은 마음에 앞도 잘 살피지 않고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하지만 청년이 도착한 여인의 집은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여인은 얼굴도 내비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청년과 만나고 싶지 않다는 차가운 말을 전했습니다. 며칠 후, 여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괴로워하던 청년에게 여인이 보낸 편지가 왔습니다.

「나는 그날 당신을 기다리며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당신이 우리 집을 향해 달려왔을 때 저는 정말로 기뻤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얼마나 급했던지 마주 오던 누추한 옷차림의 한 여성과 부딪혀 넘어지게 하고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그대로 오는 당신을 안타깝게 지켜보았습니다. 그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약한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과 어떻게 결혼을 하겠습니까?」

이렇게 사랑을 잃은 청년은 영국의 유명 수필가인 ‘찰스 램’이었습니다. 이후 찰스 램은 누구에게나 친절하려고 노력했고, 자신의 잘못으로 사랑을 잃었지만, 인생의 소중한 것을 배웠다고 고백했습니다.

어떻습니까? 가장 이타적인 사람이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 아닐까요? 왜냐하면, 내가 베푼 배려와 나눔은 언젠가는 다시 내게 돌아오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배려는 내가 손해 보면서 남을 위하는 일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입니다.

우리 덕화만발 가족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투철한 불보살(佛菩薩)의 마음을 지니지 않았을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7월 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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