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상품으로 보는가, 아니면 물과 공기와 같은 공공재로 보는가? 우리나라는 교육정책은 교육을 상품이라고 본다. 교육이 상품이라면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시합 전에 승패가 결정 난 게임이다. 이런 현실은 두고 우리 헌법 제 31조 ①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그 ‘능력’이 경제력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학력으로 본다면 시합 전에 승패가 결정되는 위헌이 아닐 수 없다.

전국 대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부분의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돼 학습권을 침해 받았다”며 교육부와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에 나섰다. 대학생 단체로 이뤄진 ‘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교육부와 대학에 등록금 반환과 학습권 침해 문제 해결을 요구해 왔지만, 대학은 재정난을 들고 교육부는 ‘대학과 학생이 해결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해왔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대학의 등록금 반환 지원을 위한 용도로 2718억 원의 예산을 증액했지만, 이는 학교당 등록금의 약 10%, 1인당 40만 원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는 액수다.

서구 유럽 교육선진국들은 국가가 완전히 책임을 지고 있는 공교육 체제이다. 때문에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등록금이라는 개념이 없다. 국립대학은 인재양성, 부의 재분배와 사회적 형평성을 실현하면서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있다. 핀란드를 비롯하여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대학교까지 완전 무상교육을… 체코, 아이슬란드,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에서는 대학등록금이 없다. 게다가 덴마크에서는 정부가 대학생들에게 매월 50~60만원을 주고, 스웨덴에서는 20세가 되면 1인당 2천만원 정도씩 지급한다. 핀란드와 함께 교육강국으로 손꼽히는 아일랜드 역시 대학등록금이 무료다.

<대학 다닐 때 빌린 학자금 다 갚으려면 21년 걸려>

우리나라는 4년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졸업하기까지는 8,510만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전국 185개 대학 중에 가장 등록금이 높은 대학은 연세대로 910만 정도였다. 30개 국공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419만5500원, 155개 사립대는 742만6600원이었다. 계열별 평균 등록금은 의학계열이 962만9700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예체능계열(779만6400원), 공학계열(714만4900원), 자연과학계열(679만900원), 인문사회계열(596만6500원) 순이었다. 서울 소재 사립대 출신 취업자는 2018년 취업해 연봉에서 144만원을 떼어내 갚는다. 2019년엔 액수가 303만원이 되고, 2020년엔 477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서울 소재 사립대 재학 중 총비용(7652만원)은 2039년이면 상쇄된다. 2018년부터 2039년까지 21년이 걸리는 것이다.

<교육을 사학에 맡겨놓은 나라>

우리나라는 전국 유치원의 47.6%, 초등학교의 1.3%, 중학교의 20.0%, 고등학교의 40.5%가 사립학교다. 대학은 81.7%, 전문대학의 98.0%가 사립이다. 국립대학은 17.5%, 공립대학이 0.9%가 정도가 전부다. 세계에서 가장 사립학교가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교육을 아예 사립학교에 맡겨놓은 셈이다. 캐나다나 영국은 대학의 100%가 국공립이다. 스위스, 호주, 뉴질랜드, 독일, 프랑스, 스페인, 핀란드는 국공립이 97%~82%다. OECD 국가 중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가 1위다.

“국가는 모든 어린이에게 10학년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기술적, 전문적 교육을 일반적으로 보장하며, 실력에 따라 고등학교에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부탄헌법 제1조다. 부탄은 중국, 인도에 인접해 있는 히말라야 산맥 동부에 위치한 국가다. 국토는 남한의 절반이 안 되고 인구가 100만 명도 안 되는 작은 국가이다. 유럽 신경제재단(NEF)이 실시한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부탄이 1위를 차지했다. 국내총생산(GDP)이 2000달러밖에 되지 않는 부탄이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의 대한민국이 하지 못하는 대학까지 완전무상교육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탄에는 ‘불행한 사람’이 없다.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인간을 ‘인재’니 ‘경제의 도구’로 보지 않고 ‘행복의 대상’으로 여긴다. 부탄에는 ‘행복한 사람’과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으로 국민을 구분한다, 부탄의 정치는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행복한 사람으로 이끄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다. ‘모든 국민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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