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것이알고싶다 'BBK 투자금 진실게임' 편, 2011년 2월 김경준씨의 크레디트스위스 은행 계좌에서 140억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로 의심되는 다스로 송금되었다. 청와대 그리고 외교부와 검찰이 이를 위해

▲ 2000년 10월17일 광운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특강에서 “금년 1월달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

[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과 관련 “140억원의 진짜 주인은 누구입니까”라고 해명을 요구했다. 미국 명문대 출신의 유명 펀드매니저인 김경준씨가 회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에 특히 주가 상승 기대감이 부풀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30%가 넘었다는 소식에 다들 우량회사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30일 밤 ‘BBK 투자금 진실게임’편에서 “우리가 묻고 싶은 것은 거창한 질문이 아니다”며 각종 문건들과 정황들이 이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촉구했다.

특히 당시 주식 고수들 귀엔 옵셔널벤처스에 ‘이명박’이라는 이름이 함께 들려왔다. 한 투자자는 “(현대건설 사장) 퇴직하고 나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쪽(옵셔널벤처스) 투자했다고, 이쪽에 사업체 하나 만들어가지고 한다고(들었다). BBK가 옵셔널벤처스니까. 똑같다”고 말했다. 다스의 소유주 의혹과 관련 MB정권 개국공신으로 불렸던 정두언 전 의원은 “다스를 처음 만들 때 MB가 저한테 한 얘기가 있다”며 “MB는 왕회장(정주영)보다 정세영 회장과 더 친했는데 다스를 만들라고 권유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현대자동차에) 납품을 하라고 했다, 공사까지 현대 건설에서 해줬다’고 MB가 말했다”고 전했다. 1987년 7월 자본금 6억원으로 출발한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과 맞물려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다스의 성장과 관련 반기홍 세무사는 “서울시장 취임 전, 퇴임후 매출액 증가율은 122%가량으로 거의 2배 이상 증가했다”며 “대통령 퇴임 이후, 그 직후에는 8230억원으로 또 100% 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경률 회계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1999년 다스의 재산이 127억원이었다”며 “순자산보다 더 큰 금액을 빚을 내서, 갚아야 될 돈을 안 갚으면서 190억원을 조달한 것이다,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다스의 BBK 190억원 투자를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김경준씨를 상대로 미국에서 진행된 민간기업 다스의 소송에 외교부와 법무부,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다스 내부의 문건이 공개됐다. 2000원 대에서 시작한 옵셔널벤처스의 주식은 8000원 대로 급상승했다. 그러다 이유없이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한 주가는 150원까지 폭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미 투자금을 회수하고 빠진 뒤였으나 회사는 공시하지 않았다. 옵셔널벤처스 대표였던 김경준씨는 2001년 9월 이미 대표이사직을 사임했고 300억 원 가량을 횡령해 미국으로 이미 출국한 뒤였다. 결국 옵셔널벤처스는 상장폐지됐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2007년 김경준씨 횡령사건이 다시 불거진 건 엉뚱하게 대선 국면을 맞으면서였다.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가 BBK와 연관이 있다며 벌어진 공방이었다.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와 연관이 있다는 여러 증거들이 공개됐다. 이장춘 전 대사는 이 후보의 BBK이라고 적힌 명함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렇게 끝나는 듯 했던 BBK사건은 잇단 소송 문건을 통해 사건의 실마리가 새롭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옵셔널벤처스는 상장폐지 이후 새 경영진을 꾸려 옵셔널캐피탈로 개명했고 소액 주주들로부터 지분을 양도받아 미국으로 도주한 김경준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LA연방법원은 김경준씨에게 371억원을 배상하라고 최종 판결했는데, 정작 김경준씨는 스위스 계좌 140억원을 다스로 보냈다. 다스는 공교롭게도 옵셔널캐피털이 승소하기 직전 140억 원을 먼저 받아갔다.

‘그것이알고싶다’는 더 나아가 다스가 옵셔널벤처스에 190억원을 투자하게 된 배경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주진우 기자는 “2008년 11월10일 LA소재 찻집 000라는 곳에서 LA영사관의 총영사 김재수가 (다스측 임원과 담당 변호사의) 회의에 참여했다고 (다스 회의록에)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수씨는 2004년 김경준씨를 상대로 한 미국 소송에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측 대리인이자 다스측 변호를 담당했다. 2007년 대선 당시에는 이명박 캠프의 BBK 회의 팀장으로 뛰었다. 다시 BBK 회사의 연원부터 따져보자. 30대 재미교포 김경준씨는 1999년 BBK를 설립한다. 자본금이 5000만원에 불과해 투자자문회사의 자격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BBK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차명 회사로 의심받는 다스로부터 190억원을 투자받는다. 나중에 다스는 투자금 190억원 가운데 14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김경준씨와 다툰다. 이 ‘140억원’은 꼭 기억해야 할 이번 기사의 첫 번째 키워드다. 김씨는 다스를 비롯해 국내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6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받는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BBK 회장 명함을 뿌리며 투자금을 유치했다. 2000년 10월16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올 초 이미 새로운 금융상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LK이뱅크와 자산관리회사인 BBK를 창업한 바 있다. BBK를 통해 이미 외국인 큰손들을 확보해둔 상태다.” 이 전 대통령은 2000년 10월17일 광운대 최고경영자 과정 특강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했습니다. 금년 1월달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 이제 그 투자자문회사가 필요한 업무를 위해서 증권회사를 설립하기로 생각해서 지금 정부에 제출해서 며칠 전에 예비허가가 나왔습니다.” 

김경률 회계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당시 다스가 옵셔널벤처스에 투자한 190억 원은 다스의 재무 상황 상 투자가 불가능한 금액이었다며 투기성격이 있다고 분석했다. 취재진과 만난 다스 내부 관계자도 “190억원이라는 돈을 김경준이 잘하니까 무조건 여기(옵셔널벤처스)에 투자하라는게 말이 되냐”며 “실력 있는 회사인지 그 다음에 뒷배경에 MB가 있다는 것도 걔네들(옵셔널벤처스에 투자한 회사) 입장에서는 중요한 요소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알고싶다’ 취재진은 140억원을 돌려받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김재수 당시 LA총영사관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다스 측은 취재진에 보내온 입장문을 통해 “다스의 140억원 환수는 미국 소송과 별개로 스위스 검찰 결정에 의거 강제 이체된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김경준씨와의 거래설은 허위사실”이라고 밝혀왔다. 취재진은 이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찾아갔지만 직접 만나 해명을 듣지 못했다.

사업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BBK는 회삿돈을 유용하고,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2001년 3월 등록이 취소됐다. 그러자 BBK는 상장 폐지 직전의 회사를 인수해 옵셔널벤처스로 이름을 바꾸었다. 바로 역외 펀드 등을 동원해 주가조작에 나섰다는 의혹을 샀다. 피해자가 속출하고, 피해 액수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2001년 12월 김경준씨는 옵셔널벤처스 돈 384억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도망갔다. 김경준씨는 미국에서 체포돼 로스앤젤레스 연방교도소에 수감됐다. 2007년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씨는 미국 현지에서 기자를 만나 “이명박씨가 동생에게 망한 코스닥 상장사를 찾아보라고 했다. 이명박씨의 지시에 의해 주식을 사고팔았고, 검찰 수사를 받다 미국으로 간 것도 이명박씨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준씨를 사업 파트너로 연결해준 장본인이 바로 에리카 김씨다.

17대 대선 때, BBK는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이명박 후보의 BBK 소유 의혹이 쟁점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도 “이 후보가 BBK 사건에 연루됐다”라고 주장했다. 대선 직전 2007년 11월16일 김경준씨는 국내로 송환된다. 당시 김경준씨는 “이명박이 BBK의 실소유주이며,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도 이명박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대선을 2주 앞둔 2007년 12월5일 ‘이명박 후보는 BBK 사건과 무관하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진실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있다. ‘그것이알고싶다’ 방송은 “누군가 공권력을 통해 돈을 가져갔다면 국정농단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다”며 “그것은 BBK 사건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유”라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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