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신인류

무언가를 쓰고 읽으며 바쁘게 지나가는 이들에게, 잠시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 /ⓒAejin Kwoun
우리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방향으로 이 길을 함께 걷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서로에게 이름을 묻기는 커녕 서로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습니다. 다만...거울에 비친 내 모습 같은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쓸쓸한 위로를 받을 뿐입니다.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우리에게 '위로'를 보내는 작은 연극 "노량진"이 극단 신인류의 새로운 작품으로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대학로 극장 동국에서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였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자식에게 수업료와 생활비를 보내주는 부모들은 무엇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그리고 자신들보다 덜 고생을 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Aejin Kwoun
공연사진_가온(임수현), 가온아버지(김준석)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자식에게 수업료와 생활비를 보내주는 부모들은 무엇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그리고 자신들보다 덜 고생을 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Aejin Kwoun

노량진, 많은 이들이 꿈과 희망을 품고 오는 이 곳. 누구나 잘 될거라는 희망으로 이곳을 향하지만 모두가 박수 받으며 이 곳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여느 날처럼 새로운 이, 가온이 아버지와 함께 낯선 서울의 노량진에 도착한다.

공연사진_태호(손수민), 의택(김태호), 가온(임수현) | 그들에게 경찰이 인생의 꿈이었을까? 무엇을 위한건지 고민하는 것조차 그들에게는 쉽지 않다. /ⓒAejin Kwoun
공연사진_태호(손수민), 의택(김태호), 가온(임수현) | 그들에게 경찰이 인생의 꿈이었을까? 무엇을 위한건지 고민하는 것조차 그들에게는 쉽지 않다. /ⓒAejin Kwoun

가온은 경찰공무원 시험 전 날 만난 의택 선배와 태호 선배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시험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구를 기다리자는 요청은...주변 수험생들에게는 짜증만 야기할 뿐이다. /ⓒAejin Kwoun
시험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구를 기다리자는 요청은...주변 수험생들에게는 짜증만 야기할 뿐이다. /ⓒAejin Kwoun

시험 당일 시험장으로 향하는 버스 출발 시간, 태호는 나타나지 않고 의택은 점점 초조해 지는데...

몇 년이 지난 뒤, 시험장에서 나오는 가온, 몇 년 전 의택이 서 있던 자리에 서 있게 된 가온과 시험장 앞에서 가온을 초조히 기다리는 아버지...언제나 새로운 이들이 오고 오래된 이들이 떠나는 이 곳은 노량진이다.

어두운 무대 위 한 줄기 조명 아래 자신의 이야기를 읊조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하나하나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운 우리 시대 모든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답답함이다.

/ⓒAejin Kwoun
박의택 역 김태호 배우 | 저희 어머니는 새벽장사 나가시고...아버지는 이삿짐 일을 하세요...위험한데도 돈 버시느라...자식들 공부시키려고...그런 모습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제가 강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Aejin Kwoun
/ⓒAejin Kwoun
정태호 역 손수민 배우 | 예전부터 같이 음악하던 친구들에겐...'나 수험생이야'라고 말하기 힘들죠...너무나...이십대 마지막에 머리가 꽝 하고 터지는 느낌이였어요. 뒤 돌아보니 아무것도 제 손엔 남은게 없구요..음...저에게 '무모한 도전이야' 할 수 있지만 전 아직 젊어요, 아직 도전해 보고 싶어요... /ⓒAejin Kwoun
/ⓒAejin Kwoun
김가온 역 임수현 배우 | 고맙다는 말...참 쉽지 않네요. 왜 자기가 고마노. 아마...이제 고맙다는 말보다 '합격 했어요'란 말이 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제가 잘해서 빨리 아부지 모셔야죠. /ⓒAejin Kwoun
/ⓒAejin Kwoun
고시생1 역 백창엽 배우 | 많이 미안하죠, 그래서 적응이 안 되는 거 같아요. 제 생각에 이 적응이라는 게 계속 떨어져서 아무렇지도 낳다는 거잖아요? 저는...적응하고 싶지 않아요. 여기서... /ⓒAejin Kwoun
/ⓒAejin Kwoun
고시생2 역 박선영 배우 | 사실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고시생인 걸 말해 본 적 없어요, 아직. 제가 고시생이라고 하면, 다들 분명히 '힘내, 할 수 있어'라는 말을 해 주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저는 알거든요. 심지어 세상도 저한테 '안된다고' 말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Aejin Kwoun
/ⓒAejin Kwoun
고시생3역 전희원 배우 | 정말 누가 붙기는 붙는 걸까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되는 거죠? 길가는 맹인에게 오늘 하늘 색이 무엇인지 말해보라고 하는 것 같아요. 사실 하늘이 우리가 아는 하늘색은 아니잖아요? 가만히 보다보면 초록생도 보이고 노란색도 보이고 세상에는 많은 색깔들이 있는데 세상에 없는 딱 한 가지 색을 물어보는 것 같아요. /ⓒAejin Kwoun
/ⓒAejin Kwoun
가온의 아빠 김영택 역 김준석 배우 | 지가 열심히 한다는데, 부모로써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최선을 다하면 뜻대로 되지 않겠습니까? 사람은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표 없이 하루하루 돈만 생각하고 살다보면 또 저처럼 될까봐... /ⓒAejin Kwoun

작품 "노량진"의 희곡을 쓰고 연출한 임요한 연출은 '취준생도 사람이다, 우리는 죄인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골목에서 발견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는게 유난히 힘들어 보이는 노량진의 청춘들과 사람들은 나의 형이자 동생들이었기에, 어떤 연극을 만들어갈지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여러 갈래의 고민 끝에 그는 "사회비판이나 시대의식의 일깨움 같은 것보다 단지 당신들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우리가 알아주는, 그런 '위로'가 가장 시급해 보였다"고 전한다.

코로나 이후 이미 얼어붙은 취업시장은 더 심한 한파를 맞고 있다. 기업들의 취업문이 닫힌 것 뿐 아니라, 외국 유학생들이 비자제한 및 입국제한 등으로 한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상황은 취준생들의 마음에 한 자락의 여유마저 지우고 있다.

창문조차 사치인 발하나 눕기 비좁은 고시원에서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워 하며, 문제와 답을 기계처럼 외우고 인생의 목표가 '취업'이 되어버린 이들에게 부모의 기대와 희생 또한 버겨운 짐이다. 그리고 옆 사람의 사연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일 시간이 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천공항 보안요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극한 분노를 표출한 경영직 공채를 준비하는 취준생들의 좁아진 시야에 대해 그들의 탓만을 하기는 어렵게 느껴진다.

직군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 직군의 정규직 증가로 그들이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꿈꾸고 버텨가던 자리가 줄어들 것이라 여기며 17년차 월급이 300만이 채 안되는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그들의 외침은 정답만을 외우는 기계마냥 쳇바퀴처럼 굴러가게 만든 사회에 대한 분노일는지 모르겠다.

연극 "노량진"을 함께 만든 사람들 /ⓒAejin Kwoun
연극 "노량진"을 함께 만든 사람들_조연출(유승룡), 고시생2(박선영), 박의택(김태호), 정태호(손수민), 고시생1(백창엽), 작/연출(임요한), 나레이션(손소라), 연출부(김나리), 김가온(임수현), 고시생3(전희원), 아빠/버스기사(김준석) /ⓒAejin Kwoun

극단 신인류의 신입 단원들과 기존 단원들이 함께 만든 연극 "노량진"은 내일을 향해 힘겹게 노력하는 이들의 땀방울 자체를 응원하고자 한다. 그리고 누군가 정해놓은 사회 통념에 맞춰진 레일 위로 의미 없이 달려가기 보다는,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고 지치지 말고 행복하길 원한다는 바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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