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만든 이들 /ⓒAejin Kwoun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만든 이들_배우 김태민, 박지영, 정수연, 오가혜, 이다혜, 한혜진, 조명스텝(김도하), 음향스텝(이찬용), 배우 김현영, 연출 김혜리, 배우 권재은, 기획스텝(허진), 영상스텝(김태성)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사람들 사이에 불가피한 거리가 생기면서, 알게 모르게 퍼져 있던 '인터넷 성범죄'에 대해 직접적으로 화두를 꺼내며 이야기하는 연극 "N Virus Project"가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서촌공간 서로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인터넷은 이제 우리 삶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빠르게 범위를 넓혀가는 자본과 기술의 발달을 따라, 범죄도 법, 제도나 국가의 변화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N번방 사건을 통해서 또 다시 보게 되었찌만, 교묘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성 착취, 불법 촬영, 협박, 성폭행 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지르고,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익명으로 많은 사람이 그 범죄를 관전했다.

극단 ETS는 함께 만든 42개의 문항의 설문지를 시작으로 성착취의 구조와 배경, 인터넷 성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법률적ㆍ사회적 의식 수준에 대한 조사, 그동안의 디지털 성범죄 수사와 판결가정ㆍ판례에 대한 조사, 우리나라 성범죄 및 성폭력 처벌의 역사에 대한 조사, 성범죄 혹은 성 관련 범죄의 영향으로 일상에서 겪게 되는 일들을 협업 과정을 통해 무대 위 공연으로 그들이 느낀 고민을 관객들과 함께 공유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부터 시작된 성범죄 동영상의 유통이 이제서야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시민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했던 점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지난 3월 법무부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팀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는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팀이 구성되었고 오덕식 판사 배치를 반대하는 46만 6,900명의 청원은 스스로 재판부 변경을 요청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3월 N번방 사건의 주범들 검거 이후 성착취물 거래 게시글은 전달 대비 오히려 14배가 늘었다. 그리고 N번방 연루된 10대 109명이 전과자가 될 위기가 처했다는 기사 제목에서 N번방 연류 10대 109명 기소의견 검찰 송치로 제목을 바꾸었던 기사에서만 보아도 '대한민국에서 남성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성착취물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동영상 거래 또한 10대들의 일탈일 뿐이다'라는 위험한 생각들이 아직 공공연한 기정 사실인 것처럼 오고가고 있다.

아동ㆍ청소년 성 착취물을 구매한 30대 남성의 신상 공개 여부가 결국 '불가'로 판정된 것을 비롯해 범죄 수익에 비해 처벌 수위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대한민국에서 인터넷 성범죄 근절은 이제 시작인 듯하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성'을 부끄럽거나 이상한 문제가 아니라 당당하게 끄집어내야만 한다. 그리고 아프고 부끄러운 '성착취'를 당연히 여긴 시간들에 반성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강간의 사회사를 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이유의 하나는 '사회에 일반화된 희소성의 조건이라는 가정 위에서 나타나는 현대의 성차별적 강간'과 여성의 생식기에 물리적 폭력을 가하던 구시대의 강간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이반 일리치 저 『젠더』 중 -

무대 양 켠에 배우들이 앉아 있고, 가운데에는 의자 몇 개와 빨간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그리고 Carrie underwood의 'The champion' 노래가 반복해서 울려 퍼진다. /ⓒAejin Kwoun
무대 양 켠에 배우들이 앉아 있고, 가운데에는 의자 몇 개와 빨간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그리고 Carrie underwood의 'The champion' 노래가 반복해서 울려 퍼진다. /ⓒAejin Kwoun

가해자와 피해자, 억압자와 피억압자 그리고 특권 향유자 모두는 절대적이지 않다. 상대적이고 바뀔 수 있는 부분이지만, 어떤 사건에서는 반드시 피해에 따른 가해자 처벌,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치료 및 보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피해자가 더욱 사회 속에 소외되고 범죄는 되풀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함께 하겠습니다."

'The Champion'의 가사처럼 우리가 믿는 것을 위해 함께 싸우면, 그 무엇이 우리를 쓰러뜨릴지언정 함께 손 잡고 다시 일어서면, 누구도 깨지거나 흔들리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당장 N번방 사건과 같은 사회악들을 당장 뿌리 뽑을 수는 없겠지만, 함께 분노하고 아파하고 이해하고 나아가는 걸음이 하나하나 늘어난다면 '올바른 성'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는 사회로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