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어머 그렇게 송 박사님과 만났다는 게 정말 로맨틱하면서 아카데믹하고 운명적이었군요!”

“그렇게 생각되지만 결혼한 이후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애춘은 한숨을 쉬며 토로하듯 말했다.

“결혼한 이후? 저는 결혼 전이 더 행복했던 걸요. 결혼을 하자마자 사랑은 멀어져 종식되고 그는 아예 나를 벌레 털어버리듯 거부감으로 대했으니까요!”

“거부감이라고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모두들 내부적으로 그럴만한 어떤 원인이 있을 겁니다.”

“원인? 그의 모성애적 결핍이 문제란 말인가요?”

“상호 이해 없이는 결혼생활의 지속은 힘듭니다.”

“그래도 민 선생은 그것이 충족된 행복한 여인이잖아요!”

“어떤 것이 행복한 것입니까?”

지선은 남편과의 마음의 소통에 관해 말했다. 남편의 삶의 목표가 자신의 삶의 목표가 되고 그의 의미가 자신의 의미가 되고…, 그러다보면 서로가 대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남편 송문학의 비젼은〈조국을 위하여 약자를 위한 사회사업과 가정 살리기 운동을 펼칠 것〉을 위해 살고 있는 그를 자랑스러워하며 자신은 힘껏 그 일을 돕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다.

“부부는 삶의 방향과 정서가 같아야 할 것 같아요!”

지선은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생활양식을 소박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음이 아름다우면 그만이지 뭐!”

이렇게 속삭이며 자신을 방치시키는 여자들은 남자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남성들은 결코 여자의 내면적 아름다움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생래적인 특징이 있다. 여성은 자신을 자기 형편껏 치장하고 꾸미기를 원한다. 그것은 사랑하는 남편에 대한 예의이다. 그래서 지선은 송 박사도 남자라는 것을 알고 자기 남편은 절대로 바람을 피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은 모두 유혹 속에 약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지 못하게 자신에게 향하도록 여인은 늘 새로운 모습과 매력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입장이었다.

지선도 '우아하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신의 외모관리에 신경을 썼다. 돈 많은 여인네들처럼 피부 관리실에 찾아가지는 못해도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우유 세안, 녹차 세안, 감자 팩, 오이 팩을 자주하여 피부미백에 힘썼다. 또 달걀노른자에 들깨가루를 넣고 참기름 한 두 방울 떨어뜨려 피부의 보습과 탄력에도 힘을 썼다. 그 같은 피부 관리는 그리 쉽지가 않았다. 피곤하게 지친 가운데 돌아온 늦은 저녁에, 어떤 때는 세안마저 귀찮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예외를 두지 않고 일주일에 2회는 꼭 맛사지와 피부팩을 꾸준히 해주었다. 자신을 포기하는 것은 사랑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남편을 향한 사랑을 위해서 자신의 외모가 초라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 왔다. 같은 옷이라도 미적 감각을 살려서 자신과 어울리게 단아한 복장을 갖추려 했고 나이 들어 흩어지는 몸매를 방지하기 위해 가벼운 조깅과 적절한 식단으로 체중을 관리하고 있었다. 특히 삼십대 이후로 몸에 축적되기 쉬운 지방이나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였다. 지방분이 적은 살코기와 생선을 먹을 것, 탄탄한 피부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견과류를 매일 일정량 조금씩 지속적으로 섭취하며 소금과 설탕의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야채를 많이 섭취하고 있었다.

“민 선생님께서도 그렇게 미모와 건강에 신경을 쓰는 줄 몰랐어요. 역시 그만큼 노력하시니까 아름다우시지요!”

애춘은 오직 성형으로 아름다움을 되찾으려고 하지 않았나! 조금만 부지런하면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은 자신을 위할 뿐만 아니라 남편과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기관리를 하고 있지요.”

“맞아요! 우리 엄마도 몸이 아프니까 나에게 관심을 끝내고…, 엄마는 고기를 너무 좋아 하셨어요. 고기반찬이 없으면 식사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무지해서 오는 잘못된 식습관이었지요. 사랑은 맹목적일 때 상대방을 파괴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 엄마는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손에 물 한 방울 만지지 못하게 그렇게 미련스럽게 양육했거든요. 무지가 얼마나 큰 죄인가 절실히 깨달았어요!”

“엄마의 간섭 없는 삶이 되었을 때…, 전 너무 지쳤나 봐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거든요!”

“자신 안에 사로잡히지 마세요. 그러면 자꾸 우울증이 깊어지고 결국 생을 포기하고픈 위험에 빠지게 되죠.”

“결국 민 선생님은 에나멜 구두였어요. 전 에나멜 구두를 학대했지만…, 지금 모든 사람의 어머니가 되었잖아요. 하늘은 참 공평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인생은 수수께끼 같아요!”

애춘은 이렇게 되뇌이며 자신의 집으로 가기 위해 서서히 일어섰다. 지선은 뭔가 모르게 의연해진 애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저 편에서 푸르고 힘찬 광채가 맴도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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