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생지락

여생지락(餘生之樂)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머지 인생을 즐겁게 살자는 뜻이지요. 사람이 여생지락이 없으면 무슨 수로 그 긴긴 노후(老朽)를 보낼 수 있을까요? 저는 70 이전에는 열정을 다하여 나름대로 도덕발양(道德發揚) 운동에 몸 바쳐 일해 왔습니다.

그 후, 칠순잔치를 계기로 저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에 대하여 보은(報恩)하는 의미에서 <덕화만발(德華滿發)> 카페를 개설하고, ‘덕화만발’이라는 글을 쓰며 10여년을 온갖 열정을 불사르는 것으로 여생지락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가 여생지락을 즐기는 한 저는 영원한 청춘을 구가(謳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재테크에 열중인 30대 젊은이에게 물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돈을 모으려 하는가?” 그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노후에 좀 편하게 살려고요.” 그래서 다시 물었지요. “그럼 노후에 무슨 일을 하면서 편하게 살 건데?” 그 젊은이는 말하기를 “딱히 무엇을 할 건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어려운 일이 네 가지 있다고 합니다. 그 첫 번째는 고생스러운 것이고, 두 번째는 남에게 냉대 받는 것이며, 세 번째는 고민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이 세 가지보다 더 괴로운 것은 노년에 한가로운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 노후준비는 나이가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고 합니다.

각종 재테크에서 노후연금까지 그 방법도 여러 가지지요. 돈에 대해 말 한마디라도 자신이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사람이고, 한쪽에서 조용히 있는 사람은 별다른 준비가 없는 사람일 것입니다. 흔히 재테크가 노후준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노년에 돈 걱정 안 해도 되니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노후준비는 재테크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요?

일본에서 목각의 대가(大家)로 유명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10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사람들이 사후에 그의 작업장으로 가보고는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앞으로 30년은 충분히 작업할 수 있는 양의 나무가 창고에 가득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107세 노인에게 30년의 작업량이 왜 필요했는지 의아해 했지요.

하지만 이 대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창고에 있는 나무를 보고 “30년은 더 장인(匠人)으로 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을 갖지 않았을까요? 그에게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었을 것입니다. 하루하루 할 일이 있었으니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행복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老)테크’는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 할 수 있는 열정일 것입니다. 만약 장인에게 열정이 없다면 그저 평범한 노인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반대로 열정이 있다면 107세라도 여전히 장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에도 그 열정을 놓지 않았으니 그 목각 장인의 마음은 아마 청춘이었을 것입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70, 80살의 노인에게도 열정이 있다면 마음은 청춘이라는 얘기이지요.

사람이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라 열정이 사라지고 할 일이 없어지면 그때부터 늙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한 생명보험회사가 은퇴를 앞둔 전국 50대 남녀 500명에게 “자녀에게 남길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삶에 대한 가치관’이 81.2%를 차지했습니다.

의외로 재산에 대한 답은 별로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50대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그리고 물질보다는 삶의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지요. 재물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더 많아질 수도, 금방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고픈 일에 쓰는 것이 모으는 것 보다 인생을 더 잘 사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여생지락을 어떤 것으로 선택하느냐가 아주 중요합니다. 몸은 이미 늙어 주색잡기(酒色雜技)에 골몰할 때는 아니지만 혹 아직 그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이 있다면, 방향전환이 아주 시급할 것입니다.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는 노후에 가장 시급한 일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이 평소에 착(着) 없는 공부를 많이 익히고 닦을지니, 재·색·명리와 처자와 권속이며, 의·식·주 등에 착심이 많은 사람은 그것이 자기 앞에서 없어지면 그 괴로움과 근심이 보통에 비하여 훨씬 더 할 것이라, 곧 현실의 지옥 생활이며, 죽어갈 때에도 또한 그 착심에 끌리어 자유를 얻지 못하고 죄업의 바다에 빠지게 되나니 어찌 조심할 바 아니리요.」

어떻습니까? 우리 모든 착심을 여의고 덕화만발 가족처럼 맑고 밝고 훈훈한 도덕의 바람을 불리는 것으로 여생지락을 삼으면 어떨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7월 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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