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노숙자 문제의 현실과 해결방안

▲ 영등포 족방촌에는 주기적으로 봉사단이 찾아와서 위로를 해 준다.

[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서울의 5대 쪽방촌 밀집 지역 가운데 주거환경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영등포 쪽방촌의 첫 인상은 그야말로 놀라움 이었다.대한민국 하늘 아래 이런 곳도 있구나, 영등포 쪽방촌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공사판의 일용직 노동자와 마을 주민들의 모습에서 삶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오랜 세월과 오랜 가난이 만들어 낸 독특한 분위기는
뭔가 모를 느낌을 전해진다. 추석 명절을 앞 두고 있는 영등포역 인근의 한 쪽방촌.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허름한 집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한켠에는 시민단체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고, 다른 한켠에는 마땅한 거처가 없거나 집에 화장실이 없는 이들이 쪽방촌 앞 철로 옆에서 대ㆍ소변을 보고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국가가 지원하는 노숙인 수용시설인 쉼터에 들어가기를 거부한 노숙인들이다. 이들은 월세가 약 15~20만원인 쪽방에서 계속 생활하거나, 돈이 없는 경우 하루 숙박료가 1만원 가량인 쪽방에서 며칠만 잔다. 일부는 가끔 숙박할 수 있는 인근의 드롭인센터(Drop-in-center, 노숙인 응급보호시설)를 이용하거나 영등포역사, 도로변에 잠자리를 마련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근거 중심의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정기 실태조사 노숙인 1만1,340명(거리 1,522 / 이용 493 / 시설 9,325), 쪽방주민 6,192명이며, 노숙인 등의 미취업자는 64%(이 중 근로능력없음 76.2%, 있음 23.8) 주요 수입원은 근로소득, 기초생활보장 급여, 기타 공적 지원(기초연금, 장애연금 등) 순이다.

질환 종류별 유병률은 대사성, 치과, 정신질환 순으로 노숙의 주된 계기는 개인적 부적응(이혼ㆍ가족해체 등), 경제적 결핍 순이며 거리노숙인이 생활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단체생활과 규칙, 실내 공간이 답답해서 순이다. 가장 도움이 된 사회복지제도 및 서비스는 시설이용 및 입소서비스, 무료급식, 의료급여 및 의료이용서비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순으로 복지서비스 욕구는 소득보조, 주거지원, 의료지원 순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노숙인 등*의 규모, 경제활동, 건강 및 의료이용, 노숙의 원인 및 사회복지서비스 등에 대한 ‘16년 실태조사 결과(매 5년마다 실시) 및 기존의 『제1차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16∼’20)』에 대한 보완 방향을 발표하였다.

반면 쉼터에 들어가지 않고 있는 거리노숙인은 같은 기간 동안 445명에서 959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PC방, 만화방, 쪽방 등에서 불규칙적으로 숙박하는 노숙인들을 고려하면 거리노숙인은 통계에 나타난 수보다 훨씬 많다. 노숙인 쉼터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일자리까지 알선해 준다는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노숙인들은 열심히 일해서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으므로 국가에서 숙식을 제공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영등포역 앞 지구대 경찰관의 말처럼, 쉼터 생활도 견디지 못하는 노숙인들의 나약한 의지 때문일까? 『뉴스프리존』은 노숙인 주거대책의 현황과 개선방향을 점검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부자 동네를 마주한 판자촌’, ‘서울 하늘아래 마지막 남은 달동네’ 등의 문구를 한 번쯤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서울에 자리 잡은 빈민촌에 대한 이야기들이 흔히 들려오는 가운데 여기 또 하나의 빈민촌이 있다. 그곳은 바로 ‘쪽방촌’. 성인 한 명이 누워있기에도 벅찬 크기의 방들로 가득 찬 쪽방촌은 우리 사회 소외계층의 공간이다. 그러나 이곳을 지원하고 있는 상담소들마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부족으로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쪽방거주민 김정숙 씨는 "이 좁은 방안에 틀어박혀 살다 보니까 세월이 어떻게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쪽방촌은 방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눠서 한두 사람이 들어갈 크기로 만들어 놓은 방들이 밀집한 지역을 일컫는다. 보통 방 하나가 2.64m²(0.8평)에서 3.3m²(1평)정도의 크기다. 이는 보통의 성인이 겨우 발을 뻗고 누울 수 있는 정도로 매우 좁다. 2011년 6월 조사 기준 서울시내에는 종로구, 중구, 용산구, 영등포구까지 총 4개구 9개 지역 287개 건물에 3,504개의 쪽방이 있으며 3,201명이 거주하고 있다. 거주민의 약 40%는 국민기초생활대상자이며, 홀몸노인과 장애인이 약 45% 정도를 차지한다. 보통 방세는 일세와 월세로 계산되는데 일세의 경우 하루에 7~8천원, 월세의 경우 방에 따라 10만원대 후반에서 20만원대 초반 정도의 수준이다. 쪽방촌 거주민들의 대다수는 공동화장실과 공동샤워장을 사용한다. 물론 건물 내에 화장실이 딸려있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드문 경우다. 취사의 경우 전체의 절반이 넘는 약 54%의 가구가 휴대용 버너를 이용해 이를 해결한다.

여든 살의 김정숙 씨는 10년째 영등포동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다. 김 씨는 “쪽방촌에 거주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에 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채 1평도 되지 않는 방에서 여름을 견뎌내는 것 또한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김 씨는 호적 상 자식들이 있기 때문에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로 지정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식들과 연락이 끊긴 지는 벌써 오래다. 올 겨울 빙판길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갈비뼈가 부러져 그나마 하던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현재 영등포 쪽방상담소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겨우 생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이 좁은 방안에 틀어박혀 살다 보니까 세월이 어떻게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김 씨는 “더 이상 갈 데도 없으니 죽으나 사나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쪽방촌 지원의 통로, 쪽방상담소의 열악한 현실, 종로 쪽방상담소 이화순 관장은 쪽방상담소에 대한 열악한 지원에 대해 토로했다.

현재 전국에는 총 열 곳의 쪽방상담소가 있다. 쪽방촌과 가장 가까이에서 직접적으로 쪽방 거주민들을 지원하는 쪽방상담소는 대부분 거주민들과의 상담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가장 큰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총 5곳의 쪽방상담소가 있는데, 이곳들은 모두 서울시와 각 소속 구청의 지원 아래 위탁을 받은 기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쪽방상담소는 지난 2000년 당시 대통령 업무 지시에 의해 신설되기 시작해 2002년까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하지만 쪽방상담소는 2011년 현재까지도 현행법상 구체적으로 명시되거나 규정되지 않고 있다. 영등포 쪽방상담소 김형옥 소장은 “뚜렷한 법률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쪽방상담소에 대한 지원이 매우 열악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거주민들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쪽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이 마련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종로 쪽방상담소 이화순 관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상담소에 대한 미비한 지원으로 인한 사회복지사들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종로 상담소의 경우 700명이 넘는 거주민들을 단 4명의 사회복지사들이 관리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힘든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종로 쪽방상담소의 경우 현재 ▲상담서비스 ▲위생지원서비스 ▲생활지원서비스 ▲급식지원서비스 등을 비롯한 총 15가지의 주요사업을 소속된 4명의 직원들이 모두 담당하고 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쪽방상담소 관계자들은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 6월 통과된 이후 아직 발의되지 않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쪽방상담소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번번이 관련부처 책임자들과의 면담을 거절당하는 등의 어려움을 계속 겪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쪽방촌 지원책,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지난 8월, 고용노동부는 쪽방 거주자 취업 시 최대 10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비주택 거주자’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8월 10일부터 9월30일까지 취업성공패키지 참여 집중 홍보기간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종로 쪽방상담소 이화순 관장은 “그에 관한 관련 정부 기관의 어떠한 지침이나 홍보도 없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영등포 쪽방상담소 김형옥 소장 역시 “관련 내용은 신문 기사를 보고 개인적으로 알게 됐다”면서 “이 내용을 알고 있는 쪽방 거주민들 역시 매우 적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소장은 이어 “100만원은 물론 쪽방 사람들에게 큰 돈이지만 이 정책이 쪽방거주민들에게 과연 얼마나 합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영등포 쪽방만 하더라도 쪽방 주민의 75%는 근로능력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기초생활 수급자, 15%는 쪽방의 주인과 관리자인 상황에서 이 정책의 실제 대상자는 전체 거주민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듯 실제 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시행되고 있는 쪽방촌 대상 지원책은 현재 전무한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쪽방 지원에 관한 구체적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서울시는 ‘쪽방촌 환경개선 및 자활지원 종합대책 발전계획’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화재 및 안전 분야 ▲보건·의료 분야 ▲생활편의시설 분야 ▲자존감 회복·자활지원 분야 이상 총 4대 분야 18개 사업으로 나뉘어 추진되는 이 계획은 쪽방거주자의 생활여건을 개선하고 그들의 자활과 자립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쪽방거주민 지원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자활지원과 주윤극 주무관은 “쪽방촌의 경우 빈곤층이 밀집된 지역이므로 특별히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역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면서 쪽방상담소 관련자들이 제기하는 일련의 문제들에 관해 “지자체로서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과 정부 차원에서 해결돼야 할 일은 명확히 구분 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종로 쪽방상담소 이화순 관장은 쪽방 거주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그들의 마음가짐을 변화시켜주는 교육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일회성 지원의 경우 결과적으로는 쪽방촌 거주민들의 자립성을 상실시킴으로써 일방적 요구가 계속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일할 능력이 있는 거주민들의 경우 근본적으로 스스로 자립해보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쪽방촌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삶에 대해 자포자기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러한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교육과 관심을 가져줌으로써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해 종로 쪽방상담소에서는 6개월간 쪽방거주민 40여명을 대상으로 마음의 변화 교육, 심적 치료 등을 실시하여 그 중 11명을 취업시키는 성과가 있었다. 또한 이 관장은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중고 가전제품 세척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물량이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미진한 점이 많지만 분명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 쪽방상담소 김형옥 소장 역시 자활작업장을 통한 수익창출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쪽방사람들의 경우 개인적으로 취업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할 수 있는 일도 극히 제한적”이라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를 통해 재활용품이나 파지 등의 처리를 공동 작업장 내에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 2012년 영등포 쪽방촌 공동화장실 리모델링은 취임 첫날(‘11.10.27) 이곳을 방문했던 박원순 시장이 열악한 화장실 환경개선에 대한 거주자의 건의를 받아들이면서 진행됐다. 이를 통해 화장실이 없어 불편을 겪어온 450여명 거주자들의 화장실 사용이 보다 편리해졌다. 이어 박 시장은 쪽방촌에 거주하는 홀몸노인 등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어려움을 살폈다. 현재 영등포 쪽방촌엔 기초생활수급자 66%, 일용직 근로자 24% 등 약 6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서울시는 쪽방상담소를 설치해 생활 애로사항 상담과 진료 안내, 취업 알선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전기·가스 안전점검, 건강·의료 지원, 자립·자활 등을 지원하고 있다. 김형옥 소장은 이처럼 특정 시기마다 보여주기를 목적으로 쪽방촌을 찾아오는 정부 인사와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일회성 행사 식으로 와서 쪽방촌을 둘러볼 것만이 아니라 정말 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대책이 무엇인지를 진심으로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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