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은 조문 안 간 것이 자랑인가?

개인도 마찬가지만 정당에도 인격이 있고 품격이 있다. 일단 그 당의 이미지가 좋아야 그 당 후보에게 투표할 마음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사진: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은 11일 정의당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나오는 데 대해 "정의당은 왜 조문을 정쟁화하나"라고 비판했다.    최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박 시장 조문은 자유"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진: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은 11일 정의당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나오는 데 대해 "정의당은 왜 조문을 정쟁화하나"라고 비판했다. 최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박 시장 조문은 자유"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조국 사태 때 보여준 정의당의 태도는 정말 한심했다. 검찰, 언론, 보수당이 하루 종일 융단 폭격을 가하는데도 정의당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는 비판하지 못하고 조국을 비판하다가 총선에서 교차 투표를 하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등을 돌렸다.

최근 정경심 교수 재판을 보듯 조국 가족은 표창장, 인턴 증명서, 사모펀드에서 대부분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은 무엇 하나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법원으로부터 심한 질책까지 받았다. 사실상 완패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의당은 공정 운운하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스스로 공정하지 못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유명을 달리하자 정치권은 애도 분위기인데, 다른 곳도 아닌 정의당이 “우리는 조문가지 않겠다”고 밝혀 보수 언론들이 이를 도배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이 기사를 메인타이틀로 올려놓고 널리 알리고 있다. 그 기사를 본 네티즌들은 만 개나 넘은 댓글로 정의당을 융단 폭격했다.

정의당에서 “우리는 박원순 조문 안 가겠다”고 포문을 연 사람은 비례 의원인 류호정과 장혜원이다. 둘 다 젊은 의원들로 정의당이 자랑하는 의원들이다.

그들이 무슨 이유로 비례의원이 되었는지는 차치하고 한 나라의 수도 시장이 별세했는데, 그것도 평생 서민들과 함께 하고 다정다감했던 박원순 시정이 유명을 달리 했는데, “우리는 조문 안 간다” 그 말밖에 할 게 없었을까?

두 사람은 2차 가해를 염려하며 그랬다고 하지만 그 2차 가해란 것도 일베가 올렸는지 극우 단체가 올렸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 되면 극우들이 민주당 지지자인 것처럼 가장해 공격을 파붓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두 의원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그렇게 하면 조국 국면 때 잃었던 정의당 이미지가 좋아져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어불성설이다. 관련 기사 댓글 99%가 비난 일색이다.

정치도 국민의 보편적 정서에서 벗어나면 그것이 비록 옳다 해도 욕을 먹게 되어 있다. 과연 노회찬 의원이 살았다면 조국을 그렇게 잔인하게 짓밟았을까, 조문 안 간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있었을까?

필자 생각에 이것으로 정의당은 끝난 것 같다. 일부 노동단체가 정의당을 지지할지 모르지만 박원순 시장을 지지했던 중도층도 정의당에 고개를 돌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정의당은 당의 활력을 위해 영입한 두 사람이 사실상 당을 말아먹고 있는 것이다. 심상정 대표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모양새다.

최근 정의당 출신들이 방송이나 유튜브에 나와 하는 얘기를 들으면 보수당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기계적 중립 운운하며 그런 사람들을 패널로 쓰는 진보 유튜는 아마 앞으로 된서리를 맞을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연동형을 살려 국회 교섭단체를 꿈꾸었던 정의당은 조국 사태에 대한 어정쩡한 태도로 기존의 지지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유일한 지역구 1석(심상정) 당선도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전략적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단일화에 실패한 창원 성산에서 정의당은 여지없이 패배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정치도 국민의 보편적 정서로 해야 한다. 그것이 비록 옳다 하더라도 대상이 죽었을 때는 잠시 침묵하고 애도하는 게 우리 민족의 전통이다. 더구나 시민들로부터 존경받은 박원순 시장이 아닌가. 99가지를 잘 하다 1가지 실수로 인생 전체가 망가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는 결코 노회찬 의원이 유명을 달리 했을 때 그를 욕하지 않았다. 다들 슬퍼하고 원통해하고 장례식에 가서 분향하고 눈물 흘렸다. 정의당의 두 어린 의원들은 인간이 먼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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