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모든 분야, 특히 기업에서 전문화되고 프로정신이 투철한 일꾼들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프로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감동적인 즐거움을 준다.
프로란 승부나 경쟁에서 승자 또는 일인자가 되어 명성과 부를 거머쥐려는 사람을 말하는가? 프로는 시쳇말로 ‘도사道士’다. 도사란 어떤 일이나 분야에 도가 트일 정도로 능숙한 사람이다. 기술에 있어서는 장인匠人이고, 예술에 있어서는 마스터며, 정치에 있어서는 정치가이고, 기업에선 엑스퍼트다.

그러나, 프로정신은 장인정신이나 대가다움이나 기업가정신과 정치가다움과 뭔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싶다.
진부한 프로그램 일색이기 예사인 어느 일요일 저녁,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한 여성의 성공담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건 성공이야기 이상의 감동적인 한 편의 인생 드라마이었다. 거기에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프로정신으로부터 필자는 모처럼 아주 상쾌하고 신선한 감동을 맛봤다.

그녀는 우리나라 항공회사 역사상 최초로 스튜어디스 출신 이사가 된 중년의 직업인이다. 그녀는 이른바 미인이거나 재원이랄 수 없었다. 전형적인 작은 체구와 평범한 용모에 말은 약간 어눌하기조차 했다. 그런데도 고운 때가 가신 그녀가 신선하고 아름답게 보이고 말할 때마다 저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지며 그 공감에서 솟는 즐거움을 계속 맛볼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었던 것은 순전히 그녀의 진솔한 삶에 배어 있는 프로다움 때문이었다.

그녀는 삼십 년이라는 긴 세월을 일관되게 여승무원의 삶을 살았다. 말하자면 그녀는 ‘늙은 여승무원’인 셈이다. 그러나 정말 놀랍게도 그녀 어느 구석에서도 그녀가 오십대 초반이라는 느낌은 엿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아직도 이사 신분으로 즐거이 기내 근무와 서비스에 나서고 있는 삶의 모습은 박수를 치고 싶을 만큼 신선했으며 차라리 고결해 보였다.

그녀의 자기 직업에 대한 애착과 일에 쏟은 열정은 탑승했던 항공기의 추락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후에도 다시 기내 근무를 자청할 정도로 남달랐다. 그건 칼라일이 “행복할 진저, 할 일이 있는 사람이여!”라고 말했듯이 진정 행복한 직업인의 외경한 모습이었다. 과장과 부장으로 승진했을 때 규정 때문에 할 수 없이 몇 년씩 지상근무를 하는 동안에도 승무원 근무가 하고 싶어 안달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직업관이나 자기 일에 대한 애정이란 승무원의 일이 즐거워서였다거나 하 기 쉽게 표현하는 ‘타고났다’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최고를 지향하게 만드는 뭔가 오기(guts) 같은 에너지 때문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그녀는 후배 승무원들의 산 표본이자 ‘총알’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성실 근면하고 자신도 예외가 아닌 엄격한 완벽지향주의자라 했다. 자신의 업무태도를 엄격하게 가다듬어 부하들의 모범이 된 것뿐만 아니라, 항공회사의 생명은 완벽한 안전 서비스에 있다는 신념을 몸으로 실천해 냈다. 기내 서비스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달인이 된 것이다. 그건 승객들을 최대한 만족시켜야 된다는 일념으로 스스로를 다듬고 피나는 노력으로 행동화해 낸 값비싼 성취였다. 이를테면 사소한 서비스 한 가지에까지 프로다운 혼을 불어넣은 것이다. 

비바람 치는 날, 사 쓴 우산이 별로 세지 않은 바람에도 힘없이 뒤집혀 망가지는 간접적인 배신을 당한 체험을 생각하면, 그녀가 가녀린 몸으로 퍼 낸 성실함이 30년 세월을 두고 마르지 않은 채 프로의 정상까지 차올랐다는 사실은 진정 존경해마지 않을 프로정신이 아닐 수 없다. 그녀가 변함없이 지녀온 강한 책임감은 그 소속된 기업한테 큰 보석이었다. 명품을 만들어 내서만은 장인이랄 수 없다. 그것이 보존되어 그 진가가 두고두고 빛나고 찬탄을 받으며 보고 쓰는 이들에게 커다란 교훈과 감명을 주어야 그 장인정신이 결실되는 것이다.

프로에 있어 실용가치는 생명과도 같고 날개와도 같다. 그 가치의 창조 원동력은 책임정신에서 나온다. 특히 기업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녀의 책임감은 모두가 인정하고 높이 평가할 정도로 강하고 꾸준했다. 그녀의 고백을 빌리건대, 그녀에게서 아름답게 빛나는 전심전력, 열정, 진지함과 성실함, 인내심과 포용력 등 덕성이란 모두가 자기 자신과 회사와 여성 승무원 전체와 완벽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는 승객들 모두에 대한 책임감을 바르게 세우고 실천한 데로부터 우러나온 것이었다.

그녀가 추락 사고에서 천명으로 살아나온 이후 희생된 승객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오랫동안 괴로워했으며, 하여, 끝내 승무원 자리로 돌아가 마치 사고의 죄 값이라도 치르듯 더욱 열심히 정성들여 고객서비스에 몰두했다는 처신 한 가지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인간적이고 책임의식이 철저했던 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주인정신이나 책임감이 결여돼 국가 사회의 장래를 걱정하게 만들며 뭇 사람들의 개탄을 자아내는 위정자, 정치인, 교육자, 시민, 기업인, 노조가 부끄러워하며 본받아야 할 정신이 아닐 수 없다.

그녀의 프로다움을 빛내는 철두철미한 책임감을 깊이 촌탁忖度해서 본떠야 할 가치란 특히 기업에 있어 너무나 분명하다. 기업을 유지, 발전시키는 경영은 ‘기업가정신과 사원정신’이라는 두 책임정신을 그 기조로 한다. 그것은 다른 말로 기업을 자신의 것이라 여기는 마음인 ‘주인정신’이라 할 수 있다. 기업주가 자신이 대주주일 뿐 공동체의 일원임을 명심하고 ‘기업은 모두의 것’이라 경영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사원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 하면서 기업이 내 것인 것처럼 주인의식을 소유하고 발휘, 실천한다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노사가 장단을 맞춰 내는 조화된 소리가 협동이고 그 정신이 파트너 십이다. 기업 발전에 필요한 활력을 얻기 위해 기업의 모든 핵심역량을 집중화해야 한다는 것은 그것들을 융합시키는 주인정신이 없고서는 불가능하다. 달면 해해거리며 삼키고 쓰다 싶으면 그냥 불만하고 내뱉는다면 그건 잠시 머물다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나가는 과객이지 주인이나 한 가족다운 자세라 할 수 없다. 

학자들조차 노동의 시장을 통한 거래 같은 현실 겉보기에 헛갈려 회사 사랑이나 주인의식, 가족의식 같은 기업의 무형자산이 무의미해졌다고 단정할 정도로 모든 것이 철저한 ‘거래’ 도식圖式으로 바뀐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런 정신의 퇴조가 바로 무가치하거나 무의미해진 것이라는 인식이나 시류는 기업에 여러 가지 가치 혼란과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기업인의 도덕적 타락, 기업윤리의 붕괴, 노사갈등의 투쟁적 변질, 주인정신의 부재로 인한 철저한 거래주의와 황금만능의식의 만연, 책임정신의 결여로 인한 경영 혼란과 부실화 등 그 폐해란 보통 심각하지 않다.

기업가정신이 무장하고 발휘해야 할 책임정신이란 경영성과를 낼 책임, 기업을 발전시킬 책임, 주주에게 정당한 배당을 하고 사원에게 정의로운 분배를 할 책임 같은 것을 의미한다. 실로 한 기업이 유지되고 발전하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하고 잠시라도 소홀히 다룰 수 없는 게 책임이다. 그런 책임정신이 없는 경영은 기업가정신이 없는 경영이며, 그런 책임을 완수하지 못하는 경영자란 기업가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사원정신이 지향하고 달성해야 되는 책임정신 역시 기업가정신에 있어 그것 못지않다. 그건 맡은바 목표나 업무를 차질 없이 달성해 내는 책임, 사내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는 책임, 이익을 내는 활동에 참여하여 부여된 몫을 성취해 내는 책임, 기업이 역경에 처했을 때 극복해야 되는 고통을 분담하는 책임 같은 것들이다.
그런 책임정신으로 철저히 무장하지 않는 한 경쟁이나 이기는 싸움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책임질 줄 모르는 사원이란 이른바 ‘무가치한 사원’에 불과한 것이다. 실로 무책임이란 기업한테 가장 무서운 적이다. 책임정신을 길러 무장시키며 부단히 함양해서 빛나게 만든다는 건 기업이 아무리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자산을 얻는 것이며 기업 장래에 성공의 관건이 될 일이다.

책임정신이 강한 프로를 많이 가질수록 그 기업은 건강하고 유망하다.
대차대조표에 숫자로 표시가 되지 않을 뿐 그런 프로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 기업의 알짜배기 순 자산이다. 그런 프로를 단 몇이라도 소유한 기업은 행복하다. 프로란 돈 주고 달린 나무에서 따오는 게 아니다. 그건 스스로 노력해 되는 것이며 기업이 정성들여 가꾸어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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