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역사 전문가' 박경석 증언 "백선엽 기록 다 있다.. "‘간도특설대 강연’ 일본서 영웅대접"

민족문제연구소 백선엽 장군 대전현충원 안장 금지 ‘가처분 신청’
“친일행위 한 자의 생애를 국가가 선양하는 것… 민족정기 훼손”
백선엽 "조선사람 죽였다고 독립 늦어지나, 안 죽였다고 빨라지나"
군인권센터 “친일파 백선엽이 갈 곳은 현충원 아닌 야스쿠니"

지난 10일 타계한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는 것을 두고 시민단체는 물론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군 역사문제 연구가 박경석(88) 예비역 준장은 1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백 장군을 전쟁 4대 영웅으로 불리는데 대해 “그게 잘못됐다"라며 "1983년도 국방부와 육군본부에서 4대 영웅을 발표했다. 한강 방어를 통해 3일간의 시간 여유를 얻어 인민군 남침 저지에 성공한 김홍일 장군이 1번"이라고 했다.

박 장군은 다음은 일본군 출신이지만 춘천 6사단장 출신 김종오 대령이라고 꼽았다. 또 “미국 쪽에서는 맥아더 장군과 워커 장군”이라며 “워커 장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승리로 이끌어 낸 장본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서 4대 영웅은 우리 쪽에서는 김홍일 장군과 김종오 대령, 미국 쪽에서는 맥아더 장군과 워커 장군”이라고 했다.

백선엽 장군이 낙동강 방어선 승리를 이끈 영웅으로 평가받는데 대해 “백선엽 본인이 명예욕이 벅차올라서 자기가 한 것처럼, 다부동 전투만이 대한민국을 구출한 것처럼 알려 ‘대한민국을 구한 것은 다부동 전투의 백선엽 장군이다’ 이렇게 되어 있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군은 “낙동강 전선 240km에 한국군 5개 사단, 미군 3개 사단 총 8개 사단이 선방했다"라며 "백선엽 장군은 8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워커 장군이 훌륭하게 싸웠지만 교통사고로 죽었다. 워커 장군이 절체절명의 낙동강 방어선에서의 방어의 성공으로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그를 기리기 위해서 워커힐이라고 했고 워커힐 호텔이 생겼다”라고 한국전쟁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백선엽 장군이 대전 현충원에 안장되는데 대해 “현행법으로 대전현충원에 묻히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역사의 후환을 피할 수 (없다)”라며 “과거 문제가 계속 악재로 따라다니기 때문에 현충원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동생 백인엽씨 옆으로 가족묘에 같이 묻히는 것이 좋다”라고 했다.

또 “6.25전쟁 4대 영웅인 6사단장 김종오 대령 역시 일본군 출신이었지만 백선엽 장군은 불행하게도 간도특설대에 근무했다”라고 오로지 일본을 위해 세워져 독립군을 토벌했던 간도특설대 이력문제를 끄집어냈다. 그는 간도특설대는 "부대장, 참모장이 일본군이고 그 밑의 소대장, 소대원 등 모든 부서는 조선인”이라며 “백선엽 소위, 중위가 근무 했다”라고 밝혔다.

박경석 장군은 군 역사문제 연구가로 일본과 중국을 오가며 친일파와 독립군 장교를 연구했으며 6.25 때 만들어진 ‘가짜 영웅’에 대해 조사해왔다. 특히 백선엽 장군의 숨은 행적을 추적해왔다.

그는 친일파들을 연구하는 중에 “이형근 장군, 이한림 장군이 ‘우리가 일본 군대 생활을 어쩔 수 없이 했지만 간도특설대만은 용서받을 수 없다. 간도특설대에 대해서 한번 조사하라’고 말해줬다”라고 자신의 활동계기를 밝혔다. 그래서 일본도 가고 만주도 가면서 확실한 근거를 수집했다고 했다.

특히 박 장군은 “박정희 정권 때 (백선엽이) 일본을 아주 부리나케 드나들면서 일본에서 강연하고, 기자회견하고, 회고록을 내는 동안에 간도특설대 문제를 부각시켰다”라며 “그리고 일본 사람들에게 그때는 임무 완수를 위해서 할 수 없이 명예롭게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한 녹음까지 한 것을 제가 입수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사람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일본 사람들은 백 장군을 영웅으로 추켜세웠다”라며 “백 장군이 직접 쓴 회고록에도 조선 사람으로서 조선인을 죽였다는 것에 대해 확실하게 기록했다"라고 했다.

박 장군은 "(백선엽 회고록에서) 어쩔수 없었다고 이야기했고, 또 조선 사람을 죽였다고 독립이 늦어진 것도 아니고, 내가 조선 사람을 안 죽이고 일본 사람과 싸웠다고 독립이 빨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때는 임무 완수를 위해 수행했다고 기록돼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백선엽 자신은 조선 독립군을 소탕한 것을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이야기를 일본에서 했다"라며 "그게 문제가 된다. 모든 기록이 하나 둘이 아니고 회고록을 비롯해서 많은 저서, 기자회견, 연설, 여기에 그대로 남아 있다”라고 강조했다.

백선엽의 행적자료는 당시 이명박 정부에도 제출됐다고 했다. 박 장군은 “이명박 정부는 백선엽 장군을 명예원수로 추대하려고 했다"라면서 이같은 자료를 당시 국방부에 제출해 백선엽 장군을 한국군 최초로 명예원수(5성 장군)로 추대하려는 것을 좌절시켰다고 회고했다.

한편 군인권센터는 12일 성명을 내고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규정된 고 백선엽 씨에게 믿기 힘든 국가 의전이 제공되고 있다"라며 "백 씨는 일제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중위로 복무하며 일제의 침략 전쟁에 자발적으로 부역했다. 이 조선인 일본군은 광복 이후 대한민국 육군참모총장을 지내고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친일 행적에 대해 사죄한 적은 한 번도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인권센터는 육군이 백선엽 장군의 장례를 5일간 육군장으로 진행하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한 것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센터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청년들에게 친일파를 우리 군의 어버이로 소개하며 허리 숙여 참배하게 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묻고는 "백 씨가 갈 곳은 현충원이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육군참모총장은 육군장을 중지하고, 조기 게양으로 국기를 모독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며, 국가보훈처도 대전현충원에 백 씨를 안장하는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라며  "국회는 김홍걸 의원 등이 발의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친일파를 국립묘지에서 모두 파묘해 이장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사진/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백선엽 장군의 대전현충원 안장을 두고 광복회 대전충남지부, 독립유공자유족회 대전지부,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는 13일 오후 대전지법에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한 ‘백선엽 국립묘지 안장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단체는 “독립투사들을 토벌하는 데 앞장 선자로 자신 개인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 친일 친미 행위를 한 사람이다”라며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은 오히려 친일행위를 한 자의 생애를 국가가 선양하는 것으로 민족정기를 훼손하는 것이며, 헌법전문에 규정된 3.1운동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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