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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기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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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기억하는 것
노무현, 노회찬 그리고 박원순을 보내며..
  • 유영안 (논설위원)
  • 승인 2020.07.15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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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노회찬 의원에 이어 박원순 시장을 보내고 진보 진영 일부에서 나온 말이 “우리는 왜 이렇게 당하고만 사느냐?” 하는 말이다. 다른 한편에선 왜 미투는 진보 진영에서만 일어나느냐고 묻는다.

“우리는 왜 이렇게 당하고만 사느냐?” 하는 말 속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 말속에는 “보수들은 더 큰 죄를 짓고도 무죄로 풀려나고 뻔뻔하게 잘 살고 있는데, 왜 우리는 가혹하게 수사를 받아야 하고 때론 목숨까지 버려야 하는가, 왜 우리만 순결하고 정의로워야 하는가?” 하는 원성이 묻어 있다.

국민들은 구체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무혐의가 나온 김학의 사건을 지켜보면서, 증거도 없는 표창장 위조 건 하나 가지고 수십 군데를 압수수색했던 것을 지켜보면서, 도대체 무엇이 공정이고 무엇이 정의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회한의 의미도 있겠지만 그 전에 검찰이 조국 가족에게 했던 잔인함을 상기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성추행 고소가 이미 이루어졌으니 이후 검찰이 어떻게 수사할지는 속말로 ‘안 봐도 비디오’란 걸 박원순 시장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검찰청에 소환되면서 보수 언론의 파상적인 질문 공세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검찰에 소환되어 치욕적인 질문에 답하느니 차라리 목숨을 끊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검언유착 하극상으로 윤석열이 백기를 든 날 고소가 이루어졌다. 4년 동안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왜 그 전에는 침묵하고만 살다가 이제 와서 터트렸는지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말하면 보수들은 또 ‘2차피해’니 뭐니 하며 강력 반발하겠지만 김학의 사건에 침묵한 그들은 뭐라 비판할 자격조차 없는 인간들이요 집단이다.

여기에서 바로 “미투는 왜 진보에서만 일어날까?” 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답은 명백하다. 보수는 누가 성추행으로 고소해도 무죄가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메시지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메신저를 공격하고, 사안의 본질보다는 ‘문건 유출’'에 혈안이 된 보수들의 작태를 지켜보면서 고소해봐야 자신만 손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나온 말이 ‘진보 정부니까 미투라도 한다’는 말이다. 국민들 마음속엔 ‘똥 묻는 개와 재 묻은 개’가 연상되며 공격한 쪽이 ‘똥 묻은 개’일 경우 절대 지지해 주지 않는다. 그런 것을 ‘똥 묻은 개의 역설’이라 명명하면 어떨까.

보수 언론들은 경찰이 박원순 시장을 발견하기 3시간 전에 이미 “시신발견”이라는 기사를 내보내고도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역으로 생각하면 박원순 시장이 죽을 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걸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것도 문제지만 모든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가 있다. 쓰레기 같은 언론과 저승사자 같은 검찰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선 말이다.

망자는 말이 없는데 4년 동안 성추행을 당했다는 말을 그대로 믿어야 할지, 왜 검언유착 하극상으로 윤석열이 항복할 즈음 폭로가 일어났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동영상 증거까지 있는데 무죄를 받은 김학의를 비호했던 보수들이 과연 박원순 시장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상중인데도 “대선에 버금가는 선거” 운운하며 호들갑을 떤 것이 과연 보편적 국민 정서에 부합되는지 묻고 싶다.

일부 언론에서는 16일에 있을 이재명 재판과 김경수 경남 지사, 송철호 울산 시장 재판까지 거론하면서 잘 하면 서울, 경기, 부산, 울산, 경남에서 보궐선거를 할 수 있다고 자신들의 소망을 은근히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보수들은 패배한 지방선거는 미투로 깨고, 패배한 총선은 검언유착으로 깨려 했을까? 대선 이틀 전에 칼기가 폭발된 우리나라고 보면 어떤 공작도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국민 정서다. 보수들은 박원순 시장마저 미투로 극단적 선택을 하자 보궐 선거에서 자신들이 승리할 것이라 착각한 모양이지만 과연 그럴까?

지난 총선에서도 보수들은 조국가족 수사, 감찰무마, 하명수사 프레임으로 자신들아 승리할 것이라 믿었겠지만 그 결과는 역대급 참패였다.

마찬가지로 내년 4월에 있을 보궐선거도 보수들이 승리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아무리 공작이 치밀하다 해도 국민 정서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을 보내면서 노랫말 하나를 지었다. 작곡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작곡해서 노래로 불러주기 바란다.

        [그대를 보내며]

하늘도 슬퍼서 아침부터 비를 내려

거리마다 마음의 거울 비추네요.

길게 줄 선 선한 눈빛, 눈빛들이

가슴마다 국화꽃 한 송이 들고서

그대 가는 길 지켜보고 있어요.

곁에 있을 땐 소중한지 몰랐는데

떠난 후에야 그대 없는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은 예전에 몰랐어요.

그대 비록 우리 곁을 떠나갔어도

그대 손길 머무는 거리 곳곳마다

따뜻한 미소로 남아 기억할 거예요.

그대 고통 없는 그곳에선 행복하길

간혹 그리우면 비라도 내려주길.

간혹 보고프면 눈으로 내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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