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자, 저수지게임, 그리고 김광석, 도가니까지,.

▲ 공범자와 저수지게임

저널리즘의 사회고발, 다큐제작의 의미

[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좋은 다큐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는 비교적 쉬울 것 같다. 그렇지만 재밌는 다큐란 무엇일까? 여기에 답하기는 정말 어렵다.다큐멘터리 영화가 시사 교양 프로그램 ‘PD수첩’과 영화 ‘공범자들’의 운명이 뒤바뀌었다. 언론의 용기 있는 탐사보도가 부조리한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음을 확인과 정치권력, 대자본의 이면을 들춘 저널리즘 영화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진실보도라는 소명을 다하기 위해 애쓰는 언론인들의 투혼은 어떤 극영화 속 히어로보다 진한 감동과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그 역할을 대신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인기다. 공범자들 25만, 저수지게임 12만 3천, 김광석 9만 3천. 고발성격이 강한 심층 탐사보도 형식의 다큐멘터리 영화 흥행 성적이 거의 대박 수준이다. 1만 관객도 쉽지 않은 현실과 비교하면 비슷한 시기 개봉한 세 작품의 성적은 박스오피스 다양성 영화 순위에서 단연 돋보이고 있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어떤 주제에 대한 기록과 현상 포착에 그치지 않는다. 현실 이슈를 고발하고 산적한 의혹을 파헤치며, 연출에 뛰어든 저널리스트들은 취재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나갔고, 관객들의 호응과 사회적 반향까지 끌어내고 있다. 최근에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저널리즘 다큐멘터리의 인기 요인을 짚어보았다.

공범자, 저수지게임, 그리고 김광석, 도가니까지,.

물꼬를 튼 것은 '공범자들'이다. '공범자들'은 이명박과 박근혜로 이어진 보수 정권 10년간 MBC,KBS 몰락사를 다룬 영화다.MBC 'PD수첩' 출신의 최승호 PD가 메가폰을 잡아 공영 방송을 망친 주범자와 공범자를 고발했다. 이 작품은 지난 17일 개봉해 현재까지 전국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최승호 감독의 영화는 '액션 저널리즘'으로 불린다. '공범자들'에서는 인터뷰를 피해 달아나는 MBC 전 사장과 추격전을 펼쳐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했다. 영화 ‘공범자들’이 개봉 21일 만인 지난 6일 20만 관객을 돌파했다. ‘공범자들’은 공영방송 정상화와 경영진 퇴진을 목표로 4일부터 시작된 MBC·KBS 노조의 연대파업 쟁점과 맞물리며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최승호 PD가 지난해 선보인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다뤘던 ‘자백’의 기록(14만3944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와 비슷한 형식의 영화로 관객이 많이 본 영화는 2011년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으로 7만3763명이었다.

이어서 김어준이 제작하고, 주진우 기자가 주인공으로 나선 '저수지 게임'도 취재 과정에서의 고난과 역경이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전해진다. '저수지 게임'은 MB 비자금 의혹을 취재하는 주진우 기자의 발을 따라가는 영화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는 6일 만에 전국 6만 2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공범자들'을 능가하는 흥행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저수지 게임은 이명박 정권의 비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권 당시 벌어진 농협의 이상한 대출을 추적하는 영화는 주진우 기자의 취재 동선을 밀착해 따라가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정면 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불러 왔다.

▲ 다큐영화 김광석

뿐만 아니라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고 김광석의 자살에 의문을 제기한 ‘김광석’은 개봉 4일 만에 2만명을 돌파했다. 가수 김광석 사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김광석은 반전 흥행이 눈에 띠는 경우다. 지난 8월 30일 개봉한 영화는 개봉 3주차를 넘기며 관객들이 발길이 많이 줄었다. 전작인 다이빙벨과 비슷한 5만 관객 정도가 예상되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 9월 20일 나온 고 김광석의 외동딸 김서연 양이 이미 10년 전에 사망했다는 소식은 분위기를 바꿨다. 줄어들던 극장이 다시 열렸다. 하루 500명 안팎으로 줄었던 관객도 이후 최대 10배 이상 치솟았다. 영화에서 정조준했던 고 김광석의 부인 서햬순 씨가 인터뷰에 등장한 이후로 영화 흥행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8일 현재 9만 5천 관객을 기록 중인 김광석은 10만 돌파가 유력한 상태다.

또한, ‘도가니’는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2000년대 초 광주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했다. 영화의 충격적인 이야기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켜 466만명의 관객을 모았고,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이른바 ‘도가니법’이 통과되는 등 영화의 파급력을 확인시켜줬다.

▲ 영화 도가니

저널리스트의 스크린 진출이 이어지며 이야기 또한 흥미로워졌다. 대한민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주요 소재가 됐다. 특히 '의혹'에 대한 파고들기는 넓이와 깊이를 획득하며 남녀노소가 관심 가질 만한 대중적 이슈로 확대됐다. 정신없이 계속되는 인물의, 또는 인물들 간의 대화는 그 자체로 영화의 재미가 되며,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건 취재 과정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보다는 저널리즘의 역할을 재고하게 하고 저널리스트 스스로 자성하는 시간을 갖게끔 유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도 유의미한 논의 거리를 이끈다.

저널 다큐언론의 윤리적는 고민

이들 영화들은 문제제기 뿐만 아니라 관객 몰이에도 성공하며, 단순히 사회성 다큐들이 개봉에 의의를 두던 형태와는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세 작품 모두 방송사 피디와 언론사 기자가 감독을 맡거나 주연과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감독들의 경우 두 번째 작품으로 전작에 비해 2배 가까운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던 사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 것도 특징이다. 단순 고발을 넘어 여론 변화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큐 저널리즘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여러 매체들이 뛰어들어 사안을 추적하고 보도하는 데다, 이상호 감독이 확인 안된 사실을  지나치게 단정한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더욱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상호 감독은 "김광석 부녀 의문사 수사의 성공위해 협조하되 발언은 자제하고 있다"면서 "다만 영화도 안보시고 부정확한 주장을 하는 분들이 계셔서 안타깝다"는 반응을 SNS를 통해 밝혔다.

저널리즘 다큐의 흥행에 대해 영화평론가 강성률 광운대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이 나왔을 때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니 다큐가 역할을 대신한다며 '무비 저널리즘'으로 조명 받은 것과 비슷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널리스트의 스크린 진출이 이어지며 이야기 또한 흥미로워졌다. 대한민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주요 소재가 됐다. 특히 '의혹'에 대한 파고들기는 넓이와 깊이를 획득하며 남녀노소가 관심 가질 만한 대중적 이슈로 확대됐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는 성취만큼이나 과제도 남겼다. '카더라'와 '음모론'에서 나아가지 못한 결과물도 많았다. 일례로 이상호 기자의 첫 번째 영화인 '다이빙 벨'은 효용성 논란부터 유가족의 상영 반대 등 크고 작은 작음이 끊이지 않았다. 두 번째 영화 '김광석' 역시 의혹 제기에 그쳤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진실 규명을 위한 저널리즘 콘텐츠로 본다면 이 다큐는 그저 부족한 게 아니라 문제가 많은 영화다. 서씨 동의 없이 부검소견서를 볼 수 없었다는 점 등 취재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확인해야 할 여러 팩트를 간과했다. 당시 부검에 참여했던 의사, 수사했던 수사관, 사건처리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는 검사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대부분 이 기자의 발언과 서씨에 적대적인 김광석의 가족, 팬들의 발언이다. 타살 입증에 반하는 전문가 해석도 일부 생략됐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김광석 죽음에 대해 타살과 사고사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었음에도 영화에는 자살이 아니라는 이야기만 나왔다. 배 교수가 무엇을 의심하고 무엇을 배척했는지는 영화가 아닌 다른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로소 이해가 된다. 결정적으로 중요하면서 엇갈리는 팩트들 중 일부만 취사선택한 ‘김광석’은 나태하고 불성실하고 논리도 빈약한 저널리즘의 결과물일 뿐이었다. 김광석 타살 의혹이 확산된 것은, 김광석의 딸 서연씨가 이미 10여년 전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영화 개봉 후 고발뉴스의 보도로 알려졌다. 많은 언론이 서씨와 김광석 유족 사이의 저작권 소송 도중 딸 서연씨가 사망했는데도 서씨가 이를 숨긴 사실을 들어 소송사기 의혹,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언론이 이런 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타당한가. 언론이 100% 확실한 팩트만을 보도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기자의 말대로 언론엔 공소시효가 없고,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진실 규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보도할 가치가 있는지 따지는 것은 중요하고, 그 기준은 공익에 봉사하느냐 여부여야 한다. 권력과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폭로라면 상대적으로 너그러울 수 있지만, 피해를 낳을 수 있는 보도라면 엄격한 팩트 확인이 필요하다. 권력자나 공인 아닌 특정 개인이 그 피해자가 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마음 속으로 살인자라고 낙인찍은 서해순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두 작품 모두 다큐멘터리의 핵심 요건인 '균형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내며 완성도에 오점을 남겼다.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과 '공범자들'을 만든 최승호 감독은 "저널리즘 다큐멘터리에서 객관성, 균형성, 정확성은 아주 중요한 덕목"이라면서 "탐사 보도에도 이게 팩트다라고 자신이 생길 때까지 취재를 한다. '스토리텔링이 확실하고 거의 모든 게 맞아떨어져. 이건 확인 안 해도 될 거야' 하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고 확고한 원칙을 밝힌 바 있다. 그의 천착은 타살에 대한 집착으로 귀결됐다. 서씨의 살해 혐의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그래도 사회적 혐의는 벗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 이 기자는 서씨의 피해를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 ‘아님 말고’식의 폭로는 언론의 몫이 아니다. 여전히 저널리즘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의 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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