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출신 4명 중 1명은 강남3구

▲ 더불어 민주당 오영훈 의원

오영훈 의원실, 14곳 주소 분석 / 서울출신 4명 중 1명은 강남3구

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의 절반가량은 서울에 주소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출신 4명 중 1명은 ‘강남 3구’에 살고 있었다. 내년부터 판검사 등 법조인이 되는 유일한 통로인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15∼2017년 전국 14개 로스쿨 입학생 3650여명의 주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경희대·서강대·성균관대·아주대·영남대·원광대·중앙대는 관련 자료가 없다고 했고, 고려대·연세대·인하대·한양대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분석 결과 올해 14개 로스쿨 입학생 1218명 중 47.0%인 573명은 서울에 주소를 뒀다. 건국대 85.0%, 한국외대 67.3%, 이화여대 66.7%, 서울대 66.2%, 서울시립대 51.9% 등 서울 소재 로스쿨의 서울 출신 비율은 모두 절반을 넘어섰다.

지방 9개 로스쿨도 서울에 거주한 학생들이 대거 입학했다. 충북대(44.6%)와 강원대(44.4%), 경북대(42.2%) 등 7개 대학에서 현지 학생보다 서울에서 내려온 유학생이 많았다. 동아대와 충남대에서만 서울 출신이 각각 25.9%, 29.0%로 2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조차 지방대생을 찾기 어려운 현상은 2015년, 2016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5년 전국 14개 로스쿨 입학생 가운데 서울 출신은 600명(49.3%)이었고, 지난해에는 619명(50.8%)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울 출신의 23.9%가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주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서울 거주 입학생 573명의 주소를 자치구별로 분석한 결과 관악구 출신이 57명(9.9%)으로 가장 많았다. 관악구에 서울대와 고시촌이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어 서초구 50명(8.7%), 송파구 45명(7.9%), 강남구 42명(7.3%) 등 부자 동네에 거주하는 로스쿨 입학생들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금천구, 강북구, 도봉구 출신은 2∼9명에 불과했다.

오 의원은 “로스쿨은 법조 서비스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된 문제점을 해소하려고 도입한 제도”라며 “소위 ‘금수저’ 입학 방지를 위해 블라인드 전형과 지역 가산점 등의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법시험 등 고시생들 모임인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는 이날 ‘흙수저’의 법조인 진출을 막는 로스쿨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 단체는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기당 등록금이 2000만원 수준인 로스쿨은 고졸과 서민의 법조인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며 “사시가 폐지되면 앞으로 경제력과 학력 때문에 법조인의 꿈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11일 마지막 사시 2차 시험 합격자 50여명을 발표한다.

졸업예정자 대상 재시험 시행·70점 나와야 변호사 시험 응시

변호사시험의 첫 관문인 법조윤리시험 합격률 폭락에 대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 단체가 책임 추궁에 나섰다. 대학가의 전공 필수 학점처럼 법조 윤리 과목을 수강한 뒤 시험에서 70점 이상을 얻어야 나중에 변호사 시험을 치를 자격이 주어진다.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 이하 한법협)는 21일 성명을 내고 “법무부는 법조윤리시험 ‘반토막 사태’와 관련해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올해 8월 있었던 법조 윤리 시험 합격률이 지난해에 비해 무려 40% 가까이 폭락하면서 로스쿨에 비상이 걸렸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올해 법조 윤리 시험에선 응시자 2007명 가운데 1192명(59.3%)만 70점 이상을 얻어 합격선을 넘겼다. 2016년 합격률 98.2% 대비 38.9%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떨어진 학생들은 내년에 다시 이 시험을 치러 합격선을 넘겨야 변시(辯試)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법조윤리시험은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으로 각 로스쿨에서 법조윤리 과목을 이수한 후 시험을 치러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을 획득해야 합격할 수 있다. 시험은 객관식 40문항으로 이 중 28개의 문제를 맞혀야 하는 셈이다. 법조 윤리 시험은 그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응시하면 누구나 붙는 '물 시험'으로 인식돼 왔다. 로스쿨을 졸업한 한 변호사는 "시험 2~3일 전 교과서 한 번 읽고 기출문제 푼 다음 시험(객관식)을 보면 합격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출제돼 왔다"고 했다. 처음 도입된 2010년에는 99.4%가 합격했고,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96.1%, 98.2%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법조윤리시험은 지난 2010년 첫 시행에서 응시생 1,930명 중 1,919명이 합격, 무려 99.4%라는 최고 합격률을 기록한 이래 2011년 73.9%(2,124명 중 1,571명 합격), 2012년 97.6%(3,107명 중 3,182명 합격), 2013년 76.4%(2,430명 중 1,858명 합격), 2014년 86.7%(2,816명 중 2,444명)까지 매년 등락을 거듭했다. 이어 2015년에는 응시생 2,422명 중 2,328명이 합격해 96.12%의 합격률을, 지난해에는 2,188명이 응시해 2,149명이 합격하며 98.21%의 합격률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하지만 올해는 응시생 2,007명 중 1,192명이 합격하는 데 그치며 합격률도 59.39%로 폭락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38.82%p나 하락한 수치이자 역대 법조윤리시험 중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선 불만이 적지 않다. 전국로스쿨학생협의회는 9월 29일 "법무부가 자의적으로 법조 윤리 시험의 난도를 상승시켜 학업 현장에 당혹감을 가져왔다"며 재시험 실시를 포함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일부 학생은 "예년 수준으로 출제될 것으로 믿고 시험을 준비했는데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난도가 높아지며 피해를 봤다"고 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법협은 “법조윤리시험은 합격하지 못하면 로스쿨을 졸업할 수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로 ‘변호사시험 합격률 사태’에 버금가는 중대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이번 대량 불합격 사태는 재학생들에게 ‘불측의 피해’라고 할 것이나 나아가 올해처럼 갑작스런 합격률 반토막 사태가 벌어진 이면에는 법무부의 인위적인 ‘변별력 조정’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 로스쿨 재학생은 "학생들이 시험을 가볍게 보고 방심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했다. 한법협은 특히 이번 법조윤리시험의 출제방향에 대한 법무부의 설명을 문제시했다. 법무부는 “최근 2년간 법조윤리시험 합격률이 매우 높아 시험이 형식에 그친다는 비판이 있었던 점, 법조계의 비리 및 변호사법 위반 사례가 증가해 법조윤리에 대한 중요성이 한층 강도된 점을 감아해 이번 제8회 시험에서는 문제의 수준을 높이고 변별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법협은 “법조비리의 시국은 예비 법조인인 로스쿨 재학생이 아니라 법조계에 발들인지 수년이 지난 기성 법조인들이 일으킨 범죄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예비 법조인의 시험을 법조비리의 대응책으로 삼는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자 암기지식만 늘리면 행태가 변화할 것이라 여기는 구시대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평가위는 당초 설문 결과를 오는 11월 로스쿨 인증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었다. 평가위는 5년마다 한 번씩 전국 25개 로스쿨의 운영 실태를 평가해 교육부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항의가 빗발치면서 설문조사는 최근 중단됐다. 이어 “법조비리는 엄격한 처벌과 기성법조계의 뼈를 깎는 자정 노력, 법무부의 엄밀한 감시·감독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지 예비 법조인의 희생으로 얼버무릴 일이 아니며 나아가 이로 인해 불측의 피해를 입은 예비 법조인들에게 피해를 보전할 기회를 주는 것이 법조인양성제도의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법협은 법무부에 올 하반기 각 로스쿨의 졸업시험이 시행되기 전에 3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법조윤리시험을 추가 시행해 졸업예정자들을 구제하고 아울러 내년 법조윤리시험을 시행할 때 사전에 난이도를 고지해 응시생들이 불측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평가위 관계자는 "원래 의도와 달리 로스쿨 졸업생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다"고 했다. 한법협은 “법무부는 2015년 12월 사법시험 존치 등 로스쿨 제도 발전에 역행하는 조치를 발표한 후 아무 대책이나 시정 조치 없이 유기하는 등 로스쿨 개혁과 운영 및 발전에 방관하는 태도를 보여 많은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며 “이번 법조윤리시험 ‘합격률 반토막 사태’가 이러한 선례처럼 방치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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