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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과 노동으로 연 ‘생명예술’ 세계를 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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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과 노동으로 연 ‘생명예술’ 세계를 적시다
미국, 프랑스, 일본 전시 잇따라…현대사회에 치유, 자성 전해
  • 김태훈 기자
  • 승인 2020.07.24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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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130x160cm, 캔버스에 고령토, 석채, 2018
무제, 130x160cm, 캔버스에 고령토, 석채, 2018

[뉴스프리존=김태훈 기자] 화운당 박종용 화백의 작품세계가 현대미술의 본고장인 미국 뉴욕을 비롯해 오랜 예술전통을 지닌 프랑스, 아시아에서 서구 근현대 미술이 일찍 정착한 일본 등에서 펼쳐진다.

지난 2월 박종용 화백은 현대미술의 메카인 뉴욕을 방문했다. 미국 유수의 갤러리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내년 말 전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뉴욕은 세계적 화랑으로 첫 손에 꼽히는 페이스갤러리 등 약 1500개의 갤러리가 밀집돼 있고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사, 수많은 미술관련 재단 및 단체, 그리고 아트인 아메리카를 포함해 100여 종의 미술관련 출판 및 잡지사 등이 몰려 있는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지다.

그런 뉴욕 유명 화랑이 박 화백을 초청하고 전시를 계획한 것은 그의 각별하고 독창적인 추상미술을 평가한 결과다. 

화랑 관계자는 박 화백의 60년 가까운 화업(畵業)과 지난 10여년에서 최근작에 이르는 추상미술을 높이 평가했다. 

사실 뉴욕은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나 등 현대 추상표현주의 미술이 배태된 곳으로 미국의 미술이 더 이상 유럽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게 했다.  

그러한 뉴욕에서 박 화백의 추상미술이 주목되고 인정받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고 의미있는 일이다. 

화랑의 한국 담당 조셉 밥티스타 부사장은 박 화백과 만나 “한국의 여러 사람들로부터 당신(박종용)에 관해 이야기 들었다”면서 현장에서 그의 역량을 시험해보고 “극동의 보석”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셉 부사장은 "내년 12월 전시예정이니 잘 준비해 달라"며 “추상미술인 무제(결)를 중심으로  100호 이상을 최소 10여점 이상 창작해 달라”고 했다. 

미국 유수의 화랑이 주목한 박 화백의 추상미술은 지난해 1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대규모로 선보인 바 있다.

무제, 145.5x97cm, 캔버스에 고령토, 2018
무제, 145.5x97cm, 캔버스에 고령토, 2018

당시 개막 행사에는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주요 인사들을 비롯해 학계, 언론인, 일반 시민 등 300여 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축사를 맡은 고학찬 예술의전당 대표는 “예술의전당 개관 30년 동안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신 건 처음”이라며 “그냥 지나치듯 보는 전시가 아니라 몇 시간이고 앉아서 감상하는 특별한 전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시작들은 일반적인 서양화와 동양화의 요소를 모두 갖추었으면서도 그 경계를 넘어서는 경지에 닿아있었다. 작품 재료도 붓, 물감(아크릴), 캔버스나 먹과 종이 대신 흙, 마대천 등이고 작업 방식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났다

흙, 돌, 나무 등 지극히 자연적인 소재를 활용해 가급적 인공을 자제하고 본체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는 자연의 본질 표현에 매진해 찾아낸 진실, ‘결’을 주제로 한 연작들과 맥락을 같이한다.

무제, 130x162(3) 캔버스에 고령토-2018년
무제, 130x162(3) 캔버스에 고령토-2018년

우주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무한의 노력 끝에 무수한 점들의 합창으로 형성된 ‘결’의 오브제들은 사물의 생성원리를 향한 갖가지 명상을 불러일으키는 영감의 파노라마를 일으키면서 생명의 율동을 느끼게 한다.

지난해 박 화백의 추상미술전은 그의 예술세계가 대전환을 이루고 탄탄한 길을 열었다는 것과 그에 기반한 독창적 작품들이 국제적 인정을 받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는 박 화백의 굴곡진 인생과 여러 고난 속에서도 무한 정진으로 마침내 피어낸 예술혼이 가져온 축복같은 결과다.

굴곡진 인생 속에 핀 독창적 세계

박 화백의 최근 작품에 내재된, 또는 지향하는 핵심적 요소를 꼽는다면 ‘본질’, ‘생명’, ‘시원’ 등이다.

설치, 2018년
설치, 2018년

그러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은 회화에 머물지 않고, 설치, 조각, 도예 등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박 화백이 그러한 경지에 이르는데는 헤아릴 수 없는 ‘노동’과 ‘고뇌’, ‘눈물’의 시간이 응축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보여온 박 화백의 천부적 재능이 ‘현재’와 ‘미래’를 이어가는 바탕이 된 것은 물론이다.

박 화백은 서예가, 화가이며 부산 송도중학교 교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형 종헌(동양화 작가)과 함께 8살부터 그림을 그렸다. 

12살 무렵 각종 대회 수상으로 ‘그림 신동’이란 소리를 들은 박 화백은 대화가가 될 것을 결심하고 중학교 졸업 후 상경해 양정고에 다니면서 조계사 건너편 고려민예사 전속작가가 돼 창작에 매진했다.

박종용 화백
박종용 화백

1972년(20세)에는 마산 선화랑, 1973년에는 대구 반월당(표구사 겸 화랑)에서 당시 창작한 초상, 풍경, 화조도 등 여러 작품을 전시하여 상당량을 판매하기도 했다.

박 화백은 조계사의 단청을 보고 본격적으로 불화를 시작했고, 삼각지에서 미군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또한 시간이 날 때 마다 청계천 만물시장을 찾아다니면서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오는 각종 그림과 골동들을 관찰해 자신의 그림으로 체화하면서 스스로를 단련시켜나갔다. 

박 화백이 그림을 잘 그린다는 얘기는 당시 한국화단에 은연중 퍼졌고, 풍곡(豊谷) 성재휴, 남농(南農) 허건, 내고(乃古)박생광, 운보(雲甫) 김기창 화백 등 당대의 거장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박 화백은 1980년부터 각종 도예(자기) 및 조각(탈, 불상 등의 목조각과 석조각 등) 등 입체 및 설치 예술을 시도하는 한편, 각종 민화 창작과 호랑이 그림에 탁월한 역량을 보여줬다. 이어 1990년대에 평면·도자·조각 등 전 장르로 경계를 확장하고 2000년대 들어 추상표현주의 작품을 창작하기 시작했다.

박 화백은 2006년부터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서 백공미술관 건립 작업을 맡으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활동을 했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부득이 생계유지를 위해 붓을 들어야 했던 시절을 돌아보며 ‘그만의 세계’를 열어가기로 한 것이다.

이때부터 박 화백은 10여년에 걸쳐 자연이 생성되는 원리를 찾아 이를 물성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모진 수행과 노동을 거듭했다. 

이런 수행과 노동 과정에서 크고 작은 ‘결’의 오브제들이 탄생됐다. ‘결’은 나무나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를 말한다. 

‘결’은 세상 만물이 태어나 오랜 시간,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만들어진 결과이다. 결은 단순한 외면상의 패턴이 아니라 그 물체의 역사이며 그 자체이다.

침묵수행과 노동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면서 사물의 이치에 근접하려는 ‘결’은 박 화백의 예술에 있어 우주의 운행원리와 사물의 본질을 뜻한다. 

그러한 박 화백의 새롭고, 독창적인 예술세계는 작년 1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개인전에서 관람객에 깊은 울림을 준데 이어 KBS 춘천방송국 개인전(2019년 3월), 인사아트플라자 전시(2019년 6월), 조형아트 서울 전시(코엑스, 2019년 6월), 당진 문화원 전시(2019년 6월), 중국 상하이 아트페어(2019년 9월), KIAF 아트서울(코엑스, 2019년 9월), 여수 아트디어션 갤러리 개관전(2019년 11월), 창원경남 국제아트페어(2019년 11월) 등의 전시회로 확산됐다.

박 화백은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동서울미술관장(1986〜1988), 서울역사 프라자미술관장(1989〜1992), 내설악백공미술관장(2006〜현재)을 맡으며 미술의 지평을 넓혀왔다.

박 화백은 독창적인 창작 활동 등으로 최근 몇 년간 국민대 행정대학원 해공 지도자상(2016), 제39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예술창작부문, 2019), 제7회 창조문화예술대상 대상(국회, 2019), 한국경제문화대상 미술부문 수상(한국경제문화연구원, 2019) 등을 수상했다. 

박 화백 작품이 현대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미국 유수의 화랑이 박 화백을 초청하고 전시를 요청한 것은 그의 참신한 예술이 현대사회의굴절된 측면들과 대비되면서 더욱 돋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 화백의 예술은 ‘진흙 속 연꽃’처럼 시련을 거치며 단단해지고, 동서양을 넘나드는 창작활동, 수행과도 같은 노동에서 피어났다.

박 화백은 오랜 기간 민화, 불화, 도자 등 동양적 감성이 충만한 작품활동을 하였다. 최근 ‘결’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도 동양적 메타포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박 화백의 깊고 고된 수행과 노동은 작품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흙으로 된 한 개의 점을 표현하기 위해 무념무상의 상태와 호흡 고르기를 반복하고 마침내 모든 것이 충족된 상태에서 붓을 움직인다.

박 화백의 전시에 대다수 사람들이 명상하듯 작품 앞에 오래 머물고, 때로는 기도하듯 숙연해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 것은 특별하고도 일반적인 장면이다.

물질과 속도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박 화백의 작품은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다가오며 관객을 평온하게 순화시킨다. 그의 작품들을 일본 등 외국에서 먼저 알아보고 주요한 공간에 자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화백은 미국 전시에 이어 프랑스와 일본 화랑 측에서 전시 요청을 해와 시기와 전시작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전세계적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팬더믹으로 혼란스럽고 불안감이 확산되는 요즘, 박 화백의 작품은 치유와 격려의 힘을 전한다. 또한 생명의 가치를 새삼 돌아보게 하면서 박 화백의 ‘생명예술’ 작품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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