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사실상 트럼프의 ‘입과 트위터’를 미국 대북정책의 최대 ‘리스크’로 평가하는 기류가 뚜렷해진 것 같다. 더구나 거친 발언으로 인한 트럼프 리스크는 대북정책은 물론 미국의 경제, 사회, 문화 이슈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주는 막말 주간이었다고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나라 밖에서는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와 북한의 김정은이 서로 감정 섞인 과격한 말들을 거침없이 주고받았다. 지난 19일(화) 유엔총회 연설에서 트럼프는 북한을 비난하며 북한의 ‘완전 파괴’라는 과격한 표현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22일 이에 질세라 김정은 역시 트럼프를 ‘늙다리 미치광이’라 부르는 등 트럼프의 연설 내용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다시 공을 넘겨받은 트럼프는 같은 날 김정은 정권은 미치광이 집단이라고 비난하며 되받아쳤다. 가히 막말 랠리라 부를 만하다.

그동안 트럼프 특유의 엄포성 레토릭은 상대를 겁주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협상의 기술’로 평가됐다. 하지만 지난달 유엔 연설과 이후 트위터 등을 통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한다’와 같은 분노 표출성 발언을 거듭하고 이로 인해 북한의 대응 수위가 높아져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자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뿐만이 아니다. 유엔총회에 참석했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트럼프의 연설에 대해 ‘개 짖는 소리’라 평했으며 트럼프의 19일 연설에서 북한과 함께 비난을 받았던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트럼프를 ‘풋내기 불량배’라고 조롱했다. 언론에서 유엔총회가 막말 경연장이 됐다는 평이 나올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계의 우려와 비판이 이어진 이날도 위협적인 레토릭을 이어갔다. 그는 백악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 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북한에 대해 같은 생각이냐’는 질문에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그 주제(북핵문제)에 대해 더 강력하고 강경하다”고 말하며 군사옵션 의지를 드러냈다. 대화와 타협보다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는 의도이면서 모호한 위협을 이어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방영된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지난 군 수뇌부와 회의에서 ‘폭풍 전의 고요’를 언급한 게 북한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물음에 “지금은 북핵문제가 너무 많이 진행돼 버린 시점이다”라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도록 둘 수 없다”고도 했다.

나라 안에서는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쓴 글이 막말 논란을 촉발시켰다. 정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뇌물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 씨는 가출하고,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여당을 중심으로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 의원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는 형국이다.

비단 이번 일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최근 하루가 다르게 막말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조폭정권’ ‘김정은의 기쁨조’ ‘깡패 같은 놈’과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여과 없이 노출하고 있다. 이처럼 나라 안팎으로 막말이 국가 지도자나 정치가의 입을 통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국내외 정세 상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쉽게 진정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안보나 국내외 정치적인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렇게 지도자와 정치가의 막말을 다룬 인터넷 기사들을 보고 그 아래 댓글들을 보니 그곳도 역시 막말투성이다. 사실 막말과 같은 감정을 그저 내지르는 말이나 표현들은 외교나 정치 무대보다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더 흔히 볼 수 있다. 인터넷 사이트나 SNS와 같은 온라인 공간은 이미 증오와 분노의 감정을 여과 없이 내뱉는 배출구가 된 지 오래다. 상대편에 대한 조롱이나 욕설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이러한 막말은 같은 입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종종 사이다 발언과 같은 말로 포장돼 무조건적인 긍정을 얻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주장에 합리적인 근거를 하나하나 대는 것보다 한 마디의 자극적인 막말이 더 많은 공감을 얻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렇게 막말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비판은 찾아보기 힘들어지며 상대편의 막말에 대응하기 위해 더 자극적인 막말을 사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그리고 이렇듯 대중의 언어생활에서 막말이 만연해지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어떻게든 어필해야 하는 지도자나 정치가 또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주장과 근거로 대중을 설득하기보다 막말이라는 쉬운 수단에 손을 대기 쉽다.

많은 지도자나 정치가들이 막말을 하는 이유가 손쉬운 방법으로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행태를 용납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의 막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듣기 싫은 소리가 막말이고 듣기 좋은 소리가 막말이 아닌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듣기 좋은 소리일수록 막말이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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