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에서 이기면 무엇을 얻을까

논쟁에서 이기면 큰 걸 얻을 것 같지만 승리의 전리품은 미미하고 의외로 잃는 게 훨씬 더 큰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오래 전, 친구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일본이 36년간 우리나라를 통치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그만 열이 올라 그 자리에서 통박(痛駁)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 때 만약 제가 흥분을 참고 논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후, 그 친구와는 겉으로는 웃으며 지내고 있으나 언제나 그 친구의 싸늘한 적개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만 그 논쟁에서 이기고도 진 기분을 지금까지 지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내내 소중한 인연을 잃고 만 회한(悔恨)에 마음 아파하지도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미국의 작가 데일 카네기(1888~1955가 파티에 참석 중입니다. 낯선 사람들과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 중, 그 옆의 사람이 무슨 말 끝엔가 “인간이 아무리 일을 하려고 해도 최종적인 결정은 신이 내립니다. 물론 슬기로운 쪽으로요”라고 하며 성경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카네기가 아는 사실과 달랐습니다. 그것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대사였기에 즉시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하하! 그건 연극대사로 아는데요.” 성경이라 주장했던 사람은 핏대를 약간 세웠습니다. “선생이야 말로 잘 모르시는군요. 그 말은 분명 성경에 나옵니다! 여기 성경 없나요?!”

그런데 마침 그 자리에 완벽한 레프리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셰익스피어를 연구해온 프랭크 가몬드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때 가몬드는 식탁 아래로 카네기의 다리를 툭 치면서 말했습니다. “데일, 자네가 틀렸네. 저 신사 분 말씀이 맞아!” 참석자들은 약간 수군수군 댔습니다.

카네기는 심사가 몹시 뒤틀렸습니다. 파티가 끝이 나자 으슥한 곳에 있다가 세익스피어 전문가 가몬드가 나오자 격하게 따졌습니다. “자네, 세익스피어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 맞아?! 그의 작품에 나오는 거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몰랐음 전문가 직 사퇴해!!” “그래도 맞는 걸, 맞다 해야지...”

“그는 자네의 의견을 묻지도 않았고 논쟁을 청하지도 않았어! 그런데 이미 그 사람과 논쟁 속으로 들어간 거야. 왜 좋은 시간을 망치려 들어? 옳고 그름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닐까!” 천하의 논리 정연한 카네기, 아는 거 많고 지기 싫어하지만, 그 순간 자신이 고쳐야 한다고 크게 깨우쳤다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이런 논쟁을 슬기롭게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 서로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두 사람의 의견이 항상 일치한다는 건 무조건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이 경우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불필요한 인물일 수 있으니까요.

둘째, 맨 처음에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느낌을 믿지 말아야 합니다.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최초로 생기는 반응은 부정적인 것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려는 태도입니다. 상대방에게 이런 부정적인 반응이 그대로 전달된다면, 논쟁을 넘어 더 안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셋째,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왜 화를 내는지를 살펴보면, 그 사람의 실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며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줍니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내의견과 부합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생각합니다.

넷째, 솔직해야 합니다.

나의 실수가 있었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실수한 것에 대해 사과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논쟁하려는 태도를 바꾸게 되겠지요.

다섯째, 내게 대한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논쟁을 벌인다는 건 그만큼 나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논쟁을 할 정도의 사람은 적이 아닌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섯째, 때로는 행동을 뒤로 미루는 것입니다.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그 순간 해결을 보려하기 보다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논쟁을 뒤로 미룹니다.

이제 우리 나이가 들었습니다. 진실보다 값진 것이 행복이고 인연 아닌가요? 잘 따지는 사람, 말 잘하는 사람, 아는 거 많은 사람, 잘 난 사람이 세상에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알면서 질줄 아는 사람은 세상에 드뭅니다. 논쟁에서 이기면 별로 얻을게 없습니다. 우리 논쟁쯤은 슬기롭게 넘겨야 하지 않을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8월 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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