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하게 춤을 추고 있는 커튼콜 사진(세종문화회관 공연) /ⓒAejin Kwoun
경쾌하게 춤을 추고 있는 커튼콜 사진(세종문화회관 공연)_마조리(김현), 피터/아이바(오용), 수잔나(이주영), 데이지/클레어(손지윤), 로버트/아이바(백석광), 에릭/카스(송광일) /ⓒ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도발적이며 현대적인 동시에 고전적인  연극 '와이프(WIFE)'가 시대를 거치며 변화하는 사회적 인식과 남겨진 질문으로 관객들의 인식을 시원하게 뒤집어주고 있다.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작품인  '인형의 집'이 끝나는 시점에서 시작하여 1959년부터 2024년까지 네 시대를 넘나들며 인류에게 있어 가장 큰 변화를 경험한 최근 80년의 시기 동안 펼쳐지는 네 커플의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오는 2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에서 앙코르된 것을 이어가는 것이다.   

 

공연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연극 '와이프'                                            ⓒ세종문화회관

1959년 LOVER - 수잔나와 데이지

데이지는 연극 '인형의 집'이 끝나고 '노라'역 배우의 분장실로 찾아간다. 누군가의 딸 혹은 아내의 삶을 살아온 데이지에게 이 시간은 특별한 순간으로 다가오는데...

공연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연극 '와이프'                                            ⓒ세종문화회관

1988년 PARTNER - 에릭과 아이바

펍에 마주 앉은 에릭과 아이바. 두 사람은 공공장소에서 위험하고 노골적인 게임을 시작한다.

공연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연극 '와이프'                                            ⓒ세종문화회관

2019년 HUSBAND - 남자와 카스

클레어와 핀은 연극에 투자하기 위해 극단 대표를 만난다. 하지만 클레어는 극단 대표에게 죽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고, 극단 대표는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공연사진 /(제공=세종묺화회관)
연극 '와이프'                                            ⓒ세종문화회관

2042년 AND - 수잔나와 데이지

공연을 마친 수잔나에게 그녀의 팬인 데이지가 찾아온다. 데이지는 자신의 엄마에게 물려받은 '탬버린'을 수잔나에게 선물한다.

"나는 동성애자인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언제 결혼하느냐란 질문이 늘 따라다녔고, 평소 결혼이라는 제도와 그것을 통해 영향을 받는 성평등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희곡을 구상하면서 입센에 들어있는 주체적인 여성의 콘셉트를 가지고 와 지금의 영국 사회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와이프의 원작자 사무엘 애덤슨의 말이다.

아담스의 여성의 권리 신장과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어떻게 변화를 거듭하는지를 유기적이고 집중력 있게 다룬 희곡은 묵직한 사회문제를 유려하게 펼치는 윤성호 작가의 각색과 신유청 연출가의 연출을 만나 한층 더 세밀하고 깊이 있게 관객들의 허를 찌른다.

'인형의 집' 속 노라가 문을 닫은 이후, 의심의 여지없이, 세상은 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관습과 새롭게 등장한 프레임 속에서 자신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이 묘사된다.

작가는 각각의 시대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를 개종시키려 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신유청 연출은 작품을 설명한다.

작품 속 분장실에 등장하던 거울 | 시간이 흘러가면서 거울 속 보이는 겉모습은 달라져간다. 하지만 생각도 그만큼 달라졌을까? /ⓒAejin Kwoun
로비에 자리한 작품 속 분장실에 등장하던 거울 | 시간이 흘러가면서 거울 속 보이는 겉모습은 달라져간다. 하지만 생각도 그만큼 달라졌을까? /ⓒAejin Kwoun

언뜻 개별적인 에피소드의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4대에 걸친 이 작품의 이야기는 하나의 확장된 가계도이자 가족사라고도 볼 수 있다는 게 김주연 연극평론가의 평이었다.

그 리뷰처럼 4개의 이야기는 핏줄로 연결된 가족은 아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감성의 연결과 사회적 편견과 시대적 상식의 전복을 통해 '뒤집어졌다'라는 대사조차 통쾌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그래서 시대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은 인식들과 바뀌어 가는 사람들 속에서, 연극 속 연극의 배우들과 무대 위 배우들의 간극들 사이에서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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