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죄 안 짓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요즘은 지능이 너무 발달 되어서인지 갖가지 죄악이 난무하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세상이 죄악으로 뒤덮이지 않을까 심히 걱정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짓는 죄 중에서 알고 지은 죄와 모르고 지은 죄 중 어느 것이 더 큰 죄 일까요?

아마도 대개는 알고도 지은 죄가 당연히 더 크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모르고 지은 죄는 자신도 모르고 한 죄이고 혹은 실수라고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모르고 지은 죄가 알고 짓는 죄 보다도 훨씬 크다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왜냐하면 모르고 지은 죄는 자신이 어떤 죄를 짓는 지도 모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죄를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르고 짓는 죄로 인해 사람이 죽어 간다면 살인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죄를 짓는 사람은 자신이 죄를 짓는 줄 모릅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중죄인인 것입니다.

그리고 모르고 지은 죄는 현세에 받지 않으면 내세에서라도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죄는 무엇일까요? 살‧도‧음(殺盜淫) 아마 이런 것들이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잔혹한 죄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죄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마음으로 짓는 죄라 합니다.

인간이 어떤 행위를 하기 까지 단계를 구분해서 살펴보면, 먼저 마음을 정하고 나서 마음을 정한 대로 행동을 하게 됩니다. 법적으로는 행위가 있을 때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지요. 그러나 진리가 단죄하는 죄는 행위로 옮겨지기 전 마음만 먹어도 죄가 되는 것입니다.

각 종교의 계율(戒律) 중에 ‘간음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마음으로 짓는 것도 죄가 되느냐고 물었을 때, ‘마음으로 짓는 것도 죄’라고 합니다. 이 말은 간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지요. 일체의 마음을 일으키면 그것이 다 죄가 된다는 말입니다.

사람이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한 마음으로 죄를 짓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탐욕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에 드는’ 물건이 눈에 띄게 되고 욕심이 일어납니다. 또 음욕(淫慾)이 있으면 마음에 드는 이성이 눈에 띄는 순간 음욕에 뿌리를 둔 마음이 일어납니다. 이와 같이 마음이 있어 조건만 되면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따라서 마음으로 죄를 짓지 않으려면 마음이 없어야 합니다.

톨스토이의 <돌과 두 여자>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어느 두 여인이 지혜 있는 노인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찾아갔습니다. 한 여인은 젊었을 때 남편을 홀대한 것에 괴로워하면서 어떻게 해야 용서받을 수 있는지 방법을 구하러 왔습니다. 그리고 다른 여인은 남편과 살면서 그다지 큰 죄를 짓지 않았기에 나름대로 만족한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두 여인의 이야기를 들은 노인은 괴로워하는 여인에게 먼저 말했습니다. “부인은 지금 밖으로 나가서 아주 큰 돌을 한 개만 주워 오시오.” 그리고 다른 여인에게도 말했습니다. “부인은 작은 돌 열 개만 주워 오시오.” 두 여인은 노인이 시키는 대로 각각 돌을 주워서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두 여인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지금 가지고 왔던 돌을 처음 있었던 제자리에 갖다 놓고 오시오.” 큰 돌 한 개를 주워온 여인은 돌을 들고 오기는 어려웠지만, 돌이 있던 곳을 쉽게 기억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작은 돌 여러 개를 가지고 온 여인은 돌이 있던 자리를 기억해 내지 못해서 제자리에 갖다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두 여인에게 말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죄라는 것이 이 돌과 마찬가지라오. 큰 죄를 지은 사람은 지은 죄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에 항상 불안한 맘으로 살면서 어떻게 해야 용서를 받을지 고민하지만, 작고 하찮은 죄를 지은 사람은 자신의 죄를 잘 기억하지 못하기에 뉘우침이 없이 사는 것에 익숙해지게 된다오.”

이와 같이 우리는 살면서 정작 모르고 지은 죄는 잘 볼 줄을 모릅니다. 아무리 하찮은 죄라도 그것이 쌓이면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주고 피해를 줍니다. 당연히 큰 잘못은 더 큰 용서를 구하고 진심으로 참회해야 합니다. 그리고 작은 잘못일지라도 지나간 잘못들을 뉘우치고 되풀이하지 않을 때 앞으로의 삶도 행복하게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업(業)에는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이 있습니다. 즉, 몸으로 짓는 업, 입으로 짓는 업, 생각으로 짓는 업을 말합니다. 업(業 : karma)이란 행위를 의미합니다. 보통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생각으로 짓는 업은 크지 않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선업이든 악업이든 생각으로 짓는 업이 가장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부처님께서는 항상 자신의 마음을 잘 살피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알고도 모르고도 지은 죄에서 벗어나려면 그야말로 ‘허심(虛心)’이 되어야 하지 않을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8월 1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키워드
#죄 #세상 #인간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