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속담에 ‘과부 사정은 홀애비가 안다’는 말이 있다. ‘그 일을 당해 본 사람이라야 그 사정을 안다’는 뜻이다.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1인당 평균 재산액은 22억원이다. 100억 이상 자산도 7명이나 된다. 출신별 직업을 보면 현직 의원이 122명이고 전직의원이 27명,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거의 50%이고 그밖에 의원 보좌관 출신 등 정치인이 78명이다. ‘평생 정치를 직업 삼아 사는 사람들’이 독식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다.

현대사회가 전근대사회와 다른 점은 계층이동이 가능한 사회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상술한 자료를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과연 개방적인 사회인지 의구심이 든다. SKY출신 국회의원이 전체 국회의원의 36%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불평등문제를 비롯한 사회적 갈등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21대 국회의원 직업현황’을 살펴보면, 정치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직업군이 변호사, 판사, 검사 등 법조인 출신이다. 초선은 20명이지만 전·현직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법조계가 30%나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 직업군은 교육자, 기업인, 경찰, 군인 순이며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간호사, 약사, 의사 등 의료인이 약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란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정의했다. 사회적 가치란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희소성을 지닌 권력.돈.명예 등이다. 이런 가치가 적절하게 배분하는 기능을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임금 몇십 원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권리를 이런 정치인들에게 맡겨 놓아도 괜찮은지 의구심이 든다. 수십 수백조를 경영하는 경영자와 노동자간의 임금협상을 모습을 보면 돈이 많은 사람이 더 지독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런 현실을 두고 재벌개혁이 가능하겠는가? 수십 수백억의 재산가를 국회로 보내면 노동자, 농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할 수 있을까?

기득권세력들이 독식하는 정치… 대의제 원칙을 실현하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하려면 ‘각 직업 단체별 전문가를 대표자로 선출하는 직능대표제를 채택하면 될 것이 아닌가’라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직능대제란 직업별 전문가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직업 단체를 어떻게 분류하며, 각 직업 단체별 의원 정수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단점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다수대표제라는 선거방식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의원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양극화 어느 정도인가>

계층이동이 거의 폐쇄적인 구조와 다름없는 현실에서 양극화문제를 비롯한 사회적 갈등문제는 정치가 풀어야 할 과제지만 기득권세력이 독식하는 현실에서 가능한 일일까? 양극화 주범은 기업주다. 양극화문제를 해결 해야 할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면 이는 공범에 다름 아니다. 양극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익금을 국가나 국민, 사회, 근로자, 협력업체, 납품업체 등에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정권은 그럴 의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노골적으로 ‘부자플렌들리’를 선언한 대통령도 있다. 주권자들은 누구 손을 들어 주었을까? 계급적인 관점에서 보면 부자는 재벌에게, 가난한 유권자들은 노동자 대표를 지지해야 하지만 현실은 노동자들이 부자 편이었다.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 왜...?>

선거 때만 되면 나는 장발장은행장 홍세화씨의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이 생각난다. 캐나다 정치인 토미 더글라스의 우화 ‘마우스 랜드’에서 잘 풀이해 주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면서 주권자들은 ‘마우스랜드’처럼 고양이를 대통령으로 뽑는다. 1인당 평균 재산 22억원인 국회의원들을 뽑아 놓고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왜 무상교육·무상의료를 도입하지 못하는가? 평생 뼈 빠지게 일해도 집 한 채 살 수 없는 현실은 누가 만들었을까? 이 나라 젊은이들은 왜 헬조선을 외치는가? 가임기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존재를 배반하는 주권자들이 사는 나라에는 상위 10%가 전체소득의 43% 가져가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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