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이 넘도록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강간죄 이제는 바꿔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여성단체 회원들과 함께 비동의 강간죄 내용을 담아 성범죄 처벌을 강화한 형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현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여성단체 회원들과 함께 비동의 강간죄 내용을 담아 성범죄 처벌을 강화한 형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프리존] 김정현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12일 상대방의 동의여부를 중심으로 한 '비동의강간죄 법안(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류호정 의원은 이날 오후 소통관에서 여성단체 회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성범죄 근절과 피해자 보호를 염원하는 많은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법안을 준비했다"며 비동의강간죄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의당 5대 우선입법과제 중 하나인 이번 형법 개정안은 25년 전 개정된 이후,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대 국회에서는 정의당 이정미 전 의원이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은주 의원, 장혜영 의원, 배복주 정의당 여성본부장,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김경숙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김태옥 천주교성폭력상담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정의당 김가영 차장, 박지영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등이 참석했다.

류 의원은 "현행 형법은 강간죄 구성요건으로 ‘폭행 또는 협박’만을 규정하고 있고, 법원은 그 폭행, 협박의 정도가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이거나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며 "수많은 가해자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동안, 수많은 피해자는 국가 형벌권을 불신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형법 개정안에는 '간음'이라는 법문을 모두 '성교'로 바꾸는 내용이 담겨있다.

류 의원은 "사전적 의미로 간음은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 성관계를 맺음을 의미하고, 이때 사용되는 한자 간(姦)자는 계집 녀(女)자가 3번 쌓아올려진 글자로 여성염오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여성 혐오적 표현을 바로 잡는 한편 유사성행위 등 간음이 아닌 행위를 포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한 형법 제297조 강간죄를 태양에 따라, 제1항 '상대방의 동의 없이' 제2항 '폭행, 협박 또는 위계, 위력으로' 제3항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태를 이용하여'로 세분화했다.

류 의원은 "제1항은 이른바 '비동의강간죄'를 신설하는 것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폭행과 협박으로 간음한 경우에만 강간죄 성립을 인정하는 법원의 해석은 더 이상 피해자를 보하지 못한다"며 개정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제2항은 업무상 위례 위력에 의한 간음죄를 삭제하고 기본 강간죄 구성요건에 확장하는 것"이라며 "현행 형법 제3030조는 의사와 환자 사이, 종교인과 신자 사이 처럼 실제 위계 위력이 존재해도 '업무상' 관계로 인정되지 않으면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개정했다"고 밝혔다.

류호정 의원은 "법문과 구성요건의 개정으로 의미가 없어졌거나 다른 형사법과 처벌이 중복되는 법 조항을 삭제하는 등 체계를 정리했다"면서 "강간 등 상해치사, 강간 등 살인치사와 같이 국민의 법감정에 비춰 현저히 낮은 형량을 상향조정해 벌의 실효성을 제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0년이 넘도록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강간죄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법안 통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배복주 정의당 여성본부장은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범죄를 촘촘하게 담아낼 수 있는 법안에 한계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면서 "성폭력은 권력 관계에서 비롯되며 불평한 관계에서 발생되는 성적 침해의 구조와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상대방의 동의 없는 성적 행위에 대한 처벌 요건을 마련하고 처벌의 공백을 줄여 나가는 것"이라며 "21대 국회는 성인지감수성에 기반해 논의되길 바라며 시재적 문화와 환경을 반영해 법안이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지금까지 우리 형법의 폭행, 협박에 기반한 강간죄 구성요건은 수많은 피해자들의 인권에 눈감아왔다"며 "나중으로 미뤄도 되는 인권은 없다. 이제 국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 법안에 대한 심의.의결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김상희 국회 부의장,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 정의당 의원단 등 12명의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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