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금, 이 혹성에서 일어나는 일 1

최근의 장마는 한반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누군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자연의 반격’이라고 했는데, 정말 지구는 인간 중심의 이 세계를 더는 견딜 수 없어 몸살을 앓는 것이 아닐까? 도대체 지금 지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일본 잡지 <세카이>에 연재되는 「지금, 이 혹성에서 일어나는 일」은, 지구라는 혹성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를 통해 ‘한반도의 장마와 수해’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한다. - 역자 주

모리 사야카 森さやか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
2011년부터 NHK 영어 방송 ‘NHK WORLD - JAPAN’에서 기상 앵커로 근무.
『토네이도의 불가사의』『날씨 구조』 등의 저서가 있다.

일본에서는, 겨울이 지구가 태양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계절이라고 하면 놀라는 경우가 있다. 사실은, 지구는 태양 주위를 타원형을 그리듯이 돌고 있어, 매년 1월 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고, 7월 상순에 가장 멀어진다. 각각 ‘근일점近日點’ ‘원일점遠日點’으로 부르며, 이 두 날의 지구와 태양의 거리 차는 약 500만 킬로, 태양 에너지 차는 7%가 된다. 그런데 일본의 1월이 추운 것은, 지구가 지축을 중심으로 기울어져 있어, 태양광의 입사각도入射角度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쿄의 겨울 태양 광도光度는, 여름의 그것과 비교하면 약 50도나 낮다.

지구는 어떻게 해 태양과의 위치와 방향을 바꿔 한란寒暖 장소를 변화시키기는 하지만, 결국 극지방은 춥고, 적도는 덥다. 그 온도 차는 100℃ 이상에 달한다. 이런 온도 차의 불균형으로, 다양한 기상 현상이 생기는데, 예를 들면 태풍도 그런 현상 가운데 하나로,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적도의 따듯한 공기를 열심히 추운 지역으로 옮긴다.

그런데 최근 지구 전체 온도가 상승해 이제까지와는 다른 불균형 상태가 발생하고 있다. 기후 변동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에 따르면, 세계 연평균 기온을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하면 1℃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세계가 똑같이 따듯해지는 것이 아니라, 저위도에서 중위도, 나아가 고위도가 됨에 따라, 기온 상승이 두드러진다. 이리하여 남북 기온 차가 적어진 결과,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규모의 기상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 연재에서는, 지금 지구라는 행성에서 일어나는 기상 이변을 소개하고자 한다.

○ 아라비아해에 사이클론 잇달아 발생

사이클론이란, 인도양과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을 말한다. 영국인 선장으로 아마추어 기상학자이기도 했던 헨리 피딩톤Henry Piddington(1797~1858년)이, ‘뱀의 똬리’를 의미하는 그리스어를 바탕으로 명명했다고 여겨진다.

인도양 북서부에 자리한 아라비아해는, 아라비아반도에서 유입되는 건조한 공기와 몬순이라고 불리는 계절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흐트러지기 쉽다. 게다가 해수 온도도 비교적 낮아 사이클론 발생은 적고, 세력 또한 강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2019년 가을에는, 이런 전제를 뒤엎는 듯한 사건이 잇달아 일어났다. 10월, 중심기압 915hPa, 최대 풍속 64m의 사이클론 ‘키아르Kyarr’가 발생했다. 놀라운 것은 이름만이 아니라, 그 강함이었다. 사이클론의 계급으로는 최강 ‘슈퍼 사이클론’에 해당, 아라비아해 해역 관측 사상 최강의 태풍으로 기록되었다. 어쨌든 ‘키아르’가 ‘슈퍼 사이클론’으로까지 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충격이다. 덕분에 멀리 떨어진 바다 위 사건이었음에도, 일본에서도 이 문제가 여러 번 다루어졌다. 덧붙여 키아르란 미얀마 말로, 호랑이를 의미한다.

그러나 기록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키아르 발생 후 얼마 안 되어, 다른 사이클론 ‘마하Maha’가 발생, 사상 처음 동시에 두 개의 사이클론이 이 해역에 존재하게 되었다. 더욱이 마하는 아라비아해에서 발생한 사상 세 번째의 슈퍼 사이클론’으로 성장했다.

왜 강대한 사이클론이 아라비아해에 두 개나 잇달아 발생했던 걸까. 하나의 원인은 ‘다이폴dipole 모드 현상’으로 불리는 해수 온도 변화에 있다. 다이폴이란 쌍극자雙極子라는 의미로, 인도양 서부와 동부의 해수 온도가 시소처럼 높아지거나 낮아지거나 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몇 년에 걸쳐 한 번 발생하며, ‘인도양 엘니뇨’로 비유된 적도 있다. 2019년은 인도양 서부의 아라비아해 해수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키아르 발생에는, 이런 일시적인 해수 온도 상승이 관련되어 있었지만, 근년의 아라비아해 경향을 보면, 강력한 사이클론이 빈발하는 것은 명백하다. 2018년에는 ‘사가Sagar’가 소말리아 사상 최강 세력으로 상륙하고, 같은 해 ‘메쿠누Mekunu’는 오만 남부에 전대미문의 강도로 상륙했다. 2015년에는 ‘차팔라Chapala’가 관측 사상 처음 예멘 본토에 상륙하고, 그 일주일 후에 ‘메그Megh’가 예멘 남쪽에 떠 있는 소코트라섬을 직격했다. 연구에 따르면, 아라비아해의 사이클론 발생 수는 금세기 말까지 46%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강한 사이클론이 증가하는 것은, 특히 사막이 드넓은 아라비아반도에는 큰 문제가 된다. 예를 들면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의 연간 강수량은 100밀리로, 이것은 겨우 도쿄의 한 달분 강우량에도 미치지 못한다. 건조한 대지에 큰비가 한꺼번에 내리면 어떻게 될까. 답은 명백하다. 실제로 2018년 메쿠누가 오만에 상륙했을 때, 단 하루에 3년분 비가 내리고, 사막은 큰 강으로, 구릉은 거대한 폭로로 변했다.

○ 얼음 밑에서 새로운 섬이 출현한 러시아

지구 온도 상승이 초래하는 변화에는, 사이클론 외에 빙하의 융해가 있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빙하 융해가 진행되는 그린란드를 사려고 해 뉴스가 되었는데, 러시아와 캐나다 같은 나라들도, 극지방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세력을 확대하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 같은 무리한 수법이 있다면, 빙하 밑에 잠자는 영토를 새로 발견하려고 하는 움직임도 있다. 러시아 당국은, 새로운 섬의 발견을 2019년 10월에 발표했다. 발견된 섬은, 북극해에 떠 있는 러시아 북부 노바야제믈랴Novaya Zemlya 열도의 다섯 개 섬이다. 혀를 깨무는 듯한 이름의 이 열도는, 구소련 시절부터 핵 실험장으로 이용되고, 북쪽의 반 정도는 빙하로 덮여 있었다. 발견된 섬도, 오랜 시간 얼음으로 싸여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확인이 안 되었다.

이렇게 러시아는 이 발견에 따라 한층 영토를 확장한 것이지만, 이들 섬이 갑자기 불쑥 얼굴을 내민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발견자는 해상기술학교에 다니는 여대생으로, 졸업 논문 연구로 위성 화상을 분석하던 차에, 우연히 발견한 듯하다. 그 후, 러시아 군대는 몇 번이나 탐색 팀을 파견하며, 도중에 해마의 습격을 받는 등 곤욕을 치르는 탐색을 계속해, 마침내 2019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발견의 주역인 앞의 여학생은 그 공적을 평가받아, 현재 러시아 해군에서 해양 엔지니어로 근무한다. 예전에는 불모의 땅으로 치부되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땅이, 이제는 귀중한 보물이 되어, 국가 간 분쟁의 불씨도 된다.

○ 최후의 보루, 빙하가 녹는 알래스카

한편, 미국 알래스카주에서는, 지구 ‘최후의 보루’라고도 평가된 빙하가 녹기 시작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 빙하는 주노Juneau[알래스카주에 소재한 도시. 알래스카 제3의 도시] 북쪽에 있는‘타쿠빙하Taku Glacier’이다, 일본인에게는 낯선 장소이지만, 그 얼음의 두께는 150m로, 세계에서도 가장 두꺼운 빙하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이 빙하는, 예전부터 모종의 이유로 주목을 받았다. 빙하학자 마우리 펠토Mauri S. Pelto[매사추세츠 더들리의 니콜스 대학Nichols College 환경 과학 교수]에 따르면, 조사를 계속하는 250개 빙하 가운데, 249개에서 얼음 감소가 발생하는 데 반해, 유독 타쿠빙하는 50년간, 쭉 얼음이 감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빙하가 녹는 속도보다도, 새로 내리는 눈이 많았든 것 같았다. 그런데 2019년, 위성 화상 해석에서 타쿠빙하가 줄어드는 것이 판명되었다.

전문가를 놀라게 했던 것은, 타쿠빙하가 녹기 시작한 시기이다. 이때까지는, 타쿠빙하 감소는 21세기 안에는 없을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빙하계 최후의 보루가 붕괴하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인가 하는 공포를 느낀다.

IPCC에 따르면, 21세기 말까지, 세계 빙하의 40%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빙하가 녹으면 어떻게 될까. 얼음 안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 등 온실 효과 가스가 배출되어, 기온이 상승한다. 태양광을 반사하는 작용이 있는 흰 얼음이 줄고, 지구가 열을 흡수하게 된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발이 낮은 곳은 물에 잠긴다. 그리고 바다의 염분 농도도 변하고, 해류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주변 여러 나라의 기후를 변화시킨다.

그 옛날, 태양에 대한 지구의 기울기의 변화가, 기후 변동에 영향을 준다고 여긴 과학자가 있었다. 세르비아 지구물리학자 밀루틴 밀란코비치Milutin Milanković[1879~1958년]이다. 현재 지축의 기울기는 23.5도이지만, 그 각도는 수만 년 단위로 바뀌며, 지구에 닿는 태양의 일사량도 변화하며, 추운 빙기와 따듯한 간빙기 사이클로 이어진다는 설을 전개했다. 다만, 현재 직면하고 있는 것은 좀 더 짧은 기간에서의 변화이다. 우리는 이 수십 년 동안에도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중국에 이런 속담이 있다.
“나무를 심을 가장 좋은 시기는 20년 전이었다. 다음으로 좋은 시기는 지금이다.”
20년을 기다리면 늦다. 지금이야말로 지구 문제를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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