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의 고전탐구] 양동기적(佯動欺敵)

이것은 거짓 동작으로 적을 속여 자신의 진정한 의도를 감추고 적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는 책략이다. 따라서 양동작전(陽動作戰)의 한 방법이자 군사상의 기만술에 속한다. ‘서쪽을 치기 위해 동쪽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성동격서’나, 후퇴하기 위해 고의로 또는 거짓으로 적을 공격하는 것 등이 ‘양동기적’의 구체적인 운용이다.

『자치통감』 「한기‧1」을 보면 기원전 205년 한신(韓信)이 위왕 표(豹)를 공격했을 때의 상황이 잘 기록되어 있다. 위왕 표는 병력을 포판(蒲阪-지금의 산서성 영제현 서쪽)에 집중시켜 황하를 건너기 위한 지점인 임진(臨晉-포진관 이라고도 하는데, 지금의 산서성 영제현 서쪽과 섬서성 조읍현 동쪽의 황하 서쪽 기슭은 황하를 건너기 위한 하구다)의 통로를 단절했다. 이에 한신은 적을 의심시키기 위한 ‘의병(疑兵)’을 많이 배치하고 임진에 배들을 배치해 놓는 등, 마치 이곳에서 강을 건너 포판을 공격하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고는 몰래 주력을 이끌고 황하 상류인 하양(夏陽-지금의 섬서성 한성현 남쪽)에서 몰래 황하를 건너 위의 도읍인 안읍(安邑-지금의 산서성 하현 북쪽)을 공격했다.

기원전 204년, 한신의 군대는 조왕의 20만 대군과 대치하고 있었다. 한신은 먼저 강을 등진 채 진을 치고 적으로 하여 상대를 깔보는 마음을 일으키게 함으로써 적을 마비시켰다. 그리고 거짓으로 깃발과 북을 버리고 패퇴하는 척하여 조군의 추격을 유인했다.

『손자병법』 「용간편」의 ‘고의로 거짓 정보를 흘린다.’는 말 역시 ‘누설’의 방법으로 적을 속이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중에 히틀러는 프랑스를 기습하기에 앞서 무려 29번이나 공격 시간을 바꾸었는데, 그때마다 상대에게 공격 시간을 알렸다. 계속된 거짓 정보 때문에 프랑스는 이번에도 또 으레 그런 것이려니 하며 경계심을 늦추고 말았다. 그 결과 정보원들이 히틀러의 진짜 공격 시각을 프랑스군 최고 수뇌부에 보고했지만, 수뇌부에서는 이것을 히틀러가 고의로 연출한 ‘신경전’이라고 여겨 무시하고 말았다.

거짓 정보로 적을 속이는 것은 적의 눈과 귀를 어지럽혀 신경을 흩어놓음으로써 판단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양동기적’의 목적은 달성된다.

군사 영역에서 ‘양동’은 적을 속이고 유혹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역대 병가들에 의해 중시되어왔다. 『손자병법』 「계편」에서 말하는 “용병은 적을 속이는 ‘궤도’다. 그런 까닭에 능력이 있으면서도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쓸 수 있으면서도 쓸 수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가까운 곳을 노리고 있으면서 먼 곳에 뜻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먼 곳을 노리면서 가까운 곳에 뜻이 있는 것처럼 꾸민다.”고 한 것이나, 한신이 사용한 ‘명수잔도, 암도진창’의 계략, 몽고메리가 ‘알람 할파 전역’에서 ‘사막의 여우’ 롬멜에게 사용한 ‘가짜로 진짜를 감추는’ ‘시가은진(示假隱眞)’의 계책 등등은 모두 ‘양동기적’이라는 계략의 표현 방식이었다.

‘양동기적’은 부족한 병력을 보완하고 피동적인 국면을 전환 시켜 심지어는 전쟁의 기적도 창조해낼 수 있는 책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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