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 교수가 밝힌 코로나 후유증.. "머리·가슴 통증,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마스크를 안 쓰고 나오는 사람들 많다. 후유증까지 극심한 고통 주는 코로나에 대한 주의 필요"

[ =뉴스프리존]정현숙 기자= 박현 교수 “6개월째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려.. ‘완치자’ 표현 잘못됐다"

박현 부산대 교수가 입원 치료 중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박현 부산대 교수가 입원 치료 중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코로나에 감염돼도 독감 정도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의 고통은 거의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온몸이 찢기는 듯한 통증이라고 한다. 그리고 완치 판정을 받는다 해도 심각한 후유증이 있다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부산 47번 환자 박현(48) 부산대 기계공학부 겸임교수는 5개월 넘게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자신이 겪고 있는 증세를 외부에 공개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 2월 9일 미국에서 입국한 뒤 같은 달 24일 부산 대동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다가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 이튿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그는 고신대병원 음압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3월 7일 완치 판정을 받았다. 박 교수는 퇴원 뒤 자신이 겪은 일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면서 코로나의 무서움과 경각심을 알렸다.

박현 교수는 18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 3월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이후 5개월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대화가 어려운 상태라고 말한 그는 “지금은 단기 기억력이 많이 저하된 상황”이라며 “올 3월부터 감기와 몸살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가 없어지더니 167일동안 다양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라고 했다.

박 교수는 ‘요즘도 계속되는 후유증 증상은 크게 5가지’라며 증상을 자세히 소개했다. 먼저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면서 기억이 힘들고 집중이 힘든 상태가 계속 되고 있다”며 “조금만 집중해도 머리가 아플 뿐 아니라, 가슴 통증 등 다른 증상까지 심해져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아지기도 하고, 방금 했던거나 하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가 너무 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 해외 언론들을 보면 많은 회복자들이 이와같은 ‘브레인 포그(Brain Fog)’ 증상을 후유증으로 겪고 있다고 전하며, 중국과 영국 언론 등에서도 뇌질환으로 후유증을 겪는 회복자들이 많다는 보고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올 3월 이후 브레인 포그와 가슴과 복부 통증, 피부 변색, 만성 피로 등 다양한 증상을 겪었다고 했다. 특히 맹장이 있는 오른쪽 아랫배가 가끔 아프다”고 털어놨다. 그는 “뒷목 부분부터 두통이 시작되다가 머리가 쑤시는 듯한 증상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가슴과 복부 통증도 반복적으로 나타나 누워서 쉬어야 하거나 속 쓰림 증상을 겪을 때도 있다”라고 했다.

그는 피부 문제도 언급했다. 박 교수는 “피부가 검붉은 색으로 변했던 건 많이 나아졌지만, 요즘도 피부가 갑자기 보라색으로 변하기도 하고, 보라색 점이 생기기도 한다”며 “이는 혈액 및 혈관 문제일 수도 있다하고, 해외언론에 혈액 및 혈관 문제로 회복자들이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보고들이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피부 건조증도 예전보다 심각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몸이 반응하는 피로 증상도 자세히 밝혔다. 그는 “만성피로가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좋았다나빴다 반복한다”며 “뉴욕에 있는 의사 친구는 예전부터 나의 후유증으로 신경계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고, 해외 언론들도 후유증으로 신경 계열 문제를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미국, 스페인, 독일 등이 퇴원한 환자를 ‘생존자’나 ‘회복자’로 표현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완치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국내 언론이 쓰는 ‘완치자’라는 표현 때문에 중·장기 후유증을 겪는 회복자들이 많다는 걸 모르거나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마스크를 안 쓰고 산책 나오는 사람들이 요즘 많다며 후유증까지 극심한 고통을 주는 코로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언론을 보면 보통 생존자나 회복자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반면 한국은 완전히 치료됐다는 뜻이 담긴 ‘완치자’라는 표현을 쓴다”며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치료 이후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 완치자라는 말을 쉽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외 언론을 보면 영어권에서는 ‘survivor’, 스페인어권에서는 ‘sobreviviente’ 등 생존자를 뜻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질 줄 알았던 후유증은 나아지지 않으며 오히려 예전에는 없던 증상까지 나오지만 관련 보도 등 어떤 정보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 홀로 해외 언론을 참고하고 대학 동창 중 외국 의사 출신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혹시나 나와 같은 후유증을 겪고 있는 다른 한국 환자분에게 도움이 될까해서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올 3월 퇴원 이후 부산 대동병원, 동래구보건소, 고신대복음병원 등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환자들을 응원하는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5월부터는 자신의 치료 과정과 후유증을 소개하는 글을 페이스북 페이지 ‘부산47’에 올리고 있다. 해당 SNS 페이지는 박 교수가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직접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들은 완치 판정 이후 일상에 복귀할 정도로 건강을 되찾는 경우도 많지만, 박 교수처럼 장기간 후유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국내외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 완치가 되더라도 치매 발병률이 높다는 보고도 있어 어떤 질병보다 무섭다고 하니 아예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도록 마스크 쓰기는 물론 손소독, 사회적 거리두기 등 당국의 지시에 철저히 협조해야 됨을 새삼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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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부산 47번 환자 박현 부산대 기계공학부 겸임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  ‘부산47’에 올린 글
코로나19 부산 47번 환자 박현 부산대 기계공학부 겸임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 ‘부산47’에 올린 글

또 어느 아파트 단톡방에 올라온 코로나 확진 후기를 보면 환자는 물론 찌는 듯한 더위에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케어하는 의료진의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글쓴이는 "부족한 글이지만 어디든 퍼가셔도 괜찮다"라며 의료진의 고생을 알렸다. 글쓴이는 자신과 남편, 둘째 아이는 음성 결과가 나왔지만 첫째 아이가 음성서 양성으로 뒤바뀌어 안심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글을 쓰는 이유는 의료진 여러분의 노고에 대해서 알려드리고 싶어서라고 했다.

"의료진에게 우리는 정말 큰 빚을 지고 있다"

병원에서 마스크는 잠잘 때와 밥 먹을 때만 벗고 있구요. 원래는 방호복을 계속 입어야 하는데 솔직히 힘이 드네요 땀이 많이 나구요. 바람은 전혀 안 통하고 땀이 흡수가 안 되니 정말 목욕한 다음 물기 안 닦고 그냥 비닐을 뒤집어 쓴 것처럼 땀이 나요. 잠깐만 입어도 그렇습니다. 입었다 벗었다 하며 케어합니다. 집에서 둘째를 보는 남편도 둘째와 접촉할 때 계속 손을 닦고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도착하니 이 더운 여름에 (의료진이) 방호복과 고글 방진마스크를 착용하고 마중을 나오셨어요. 아기가 자고 있어 저는 아이를 안고 간호선생님이 짐을 들어주셨습니다. 격리병동은 출입 유리문이 세 개 있었고 각 문을 출입할 때마다 소독을 해야 합니다. 걷는 것도 정해져 있는 방향으로, 벽 쪽으로 붙어 다녀야 합니다.

무증상이 지속될 시 11일 기본 입원이고 중간에 증상이 나타나면 최소 13일 입원이라고 합니다.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가지고 온 짐은 다시 가지고 나갈 수 없으며 모두 폐기됩니다. 핸드폰이나 태블릿 이런 건 소독해서 돌려주신다고 해요. 집에 갈 때 입을 옷도 택배로 보내면 보관하셨다가 퇴원 시 주시고요. 웬만한 건 가지고 나갈 수 없습니다. 식사도 일회용 용기에 담아 가져다주십니다. 남은 음식 그릇째 모두 폐기하다 보니 나오는 쓰레기도 어마어마하네요. 다 간호사님이 처리해주십니다.

병원에 계시는 의료진분들은 방호복, 고글, 방진마스크는 필수로 착용을 하고 들어오십니다. 방호복의 재질은 사진 속 공업용 방수비닐과 비슷한 재질이에요. 통풍이 안 되고 뻣뻣하고, 옷처럼 딱 맞는 사이즈가 아니기에 착용감이 불편합니다. 방진마스크는 한 시간 정도 쓰고 있었는데 구역질이 나고 속이 메스꺼웠어요. kf94와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고글까지 착용하시고 종일 근무를 하시는 거죠.

식사도, 청소도, 진료도, 필요한 물건들도 요청할 때마다 3중문들을 지나 답답한 방호복을 입고 와서 친절히 봐주시고 회진을 도실 때는 매번 방호복 앞에 좀 얇은 비닐 방호복을 또 착용하시고, 방을 벗어나시면서 벗고, 또 다른 방을 들어가면서 또 새것을 입고 이걸 반복하시는 듯합니다. 그냥 너무 죄송해서 죄송하다는 말이 자꾸 나오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친절하세요.

저는 방호복 잠깐만 입었는데도 너무 힘들어요. 어떻게 이걸 매일 입고 견디시는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이분들은 얼마나 큰 사명감을 갖고 계신 걸까요? 정말 도망가고 싶고 밖으로 나가고 싶으신 분들은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이분들일 겁니다. 저희 아이보다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이 더 걱정될 정도예요.

저 같으면 한 달에 천만 원을 줘도 사표 내고 도망갈 것 같네요. 우린 정말 큰 빚을 지고 있어요. 정말로요. 이 고생을 당장 끝내지는 못하겠지만 줄여나가게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타인을 위해서 너무나 고생 중이신 이분들도 누군가의 부모이고 자식이잖아요.

제발 불필요한 외출을 하지 말아 주세요. 꼭 나가야겠다 하더라도 실내에서 마스크 벗어야 하는 일은 하지 말아주세요. 저희처럼 환자가 되지 말아주세요. 나도 모르게 어딘가에서 옮아와 걸리면 치명적일 누군가에게 퍼트릴 수도 있음을 늘 기억해주세요. 지인들이 코로나에 있어 안전하다고 믿지 마세요.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실례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마스크 착용을 소홀히 하지 마세요. 마스크 답답하신가요? 방진마스크 하나 사서 쓰고 집까지 한번 계단으로 올라가 보세요. 그럼 그다음부터 kf마스크는 안 쓴 것처럼 느껴지실거예요. 다들 주변 분들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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