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위반자 접촉 정황에 경찰이 '검사 받아보라'하자.. "코로나 독재" 힐난

"내가 국회의원 3번한 사람.. 내 건강은 내가 책임져" 경찰에 고성
전광훈 교회 예배와 '코로나 확진' 차명진과 사진까지 찍고도 코로나 검진 거부

[서울=뉴스프리존]이명수 기자= 8.15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후 19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차명진 전 의원과 사진을 찍고 다수의 확진자가 나온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예배를 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코로나 검사를 거부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경찰관의 코로나19 검사 동행 요청에 언성을 높이며 "나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 "내가 국회의원을 세 번 했다"고 말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코로나 시국에 경찰의 공적인 업무 과정을 반발하는 이 모습은 과거 경기 도지사 시절 119에 전화해 '나 경기도 지사인데 관등성명을 대라'는 모습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경찰이 다가오자 “이런 코로나 핑계 독재가 어딨느냐”라며 “퇴근하는 사람들을 경찰관이 뭐 때문에 강제연행하려고 하느냐”며 소리를 질렀고 이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올렸다.

그는 이날 새벽 동영상과 함께 올린 글에서 "오늘(16일) 저녁 국회의사당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정복 경찰관 3명이 달려와서 서모(동행인) 씨를 동행하려고 했다"며 "(내가) '왜 그러냐?'니까 '사랑제일교회 예배 다녀왔기 때문에 강제검진 대상'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이어 "'(경찰은 서 씨가) 119 구급차로 주소지인 인천 영종도보건소로 가야 한다'고 했다"며 "그러면서 옆에 있던 저와 (일행) 성창경 씨도 같이 가자고 했다. 제가 '왜 저에게 같이 가자고 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더니 그제서야 '싫으면 안 가도 된다'고 했다. 이게 뭔가? 세상에 이런 '코로나 핑계 독재'가 어디 있느냐"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은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했던 서 씨가 검진을 받지 않고 돌아다니자 주소지로 찾아가 보건소로 연행하기 위해 다가선 것이었다. 경찰은 서 씨와 함께 있던 김 전 지사와 성창경 기독자유통일당 수석대변인에게도 검사를 권유했다.

그러자 김 전 지사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냐고! 사람을 뭘로 보고 말이야. 내가 국회의원 3번 했어!”라며 화를 냈다.

김 전 지사가 올린 동영상을 보면, 자신을 영등포경찰서 소속이라고 밝힌 경찰관들은 김 전 지사와 그 일행에게 "강제로 같이 가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할머니(서 씨를 지칭)는 자가격리를 위반하셔서 강제(동행) 대상인데, 선생님 두 분은 하필 할머니와 같이 오시다 보니까 기왕이면 두 분 건강을 위해 같이 가실 의향이 있으면 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 전 지사는 그러나 경찰의 동행 권고에 격분해 "어디라고 와 가지고 말이야. 나보고 왜 가자고 해. 사람을 뭘로 보고 말이야"라거나 "신분증 꺼내 보라. 나는 김문수다. 나를 왜 가자고 하는지 이유를 대라"고 강한 어조로 항의했다.

이에 경찰이 '서 씨와 같이 계셨지 않느냐'고 하니 김 전 지사는 "같이 있으면 다 잡아가요? 증거가 있든지 혐의가 있든지 해야지.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냐고!"라고 재차 항의했다.

김 전 지사는 또 "당신들 이러면 안 된다"면서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도 하는데 내가 가서…. 내가 국회의원 세 번 했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관은 이에 "저도 언론으로 봐서 잘 안다"고 답했다.

경찰관들은 거듭 "강제로 가자는 게 아니다", "동행해 주시면 감사하다는 것이다"라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김 전 지사 일행에게 두 차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저희가 도움을 요청했는데 거부하시면 어쩔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자 김 전 지사는 "거부가 아니지. 내가 왜 거부를 해?"라고 되물었고 경찰관은 혼란스러운 듯 "지금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거부이지 않느냐"고 답하는 상황도 나왔다.

경찰이 '본인 건강을 위해 권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해도 그는 "언제부터 대한민국 경찰이 남의 건강까지 신경썼느냐"고 비꼬며 "지(자기) 건강은 지가 챙기는 거지"라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사랑제일교회 예배 다녀왔기 때문에 강제검진대상이랍니다. 119구급차로 주소지인 인천 영종도보건소로 가야한답니다. 세상에 이런 “코로나 핑계 독재”가 어딨습니까? 코로나 핑계로 이런 황당한 꼴을 당할 사람이 저뿐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니 심란합니다”라고 적었다.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차명진 전 의원이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8215 광복절 집회 참석 당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 차명진 페이스북]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차명진 전 의원이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8215 광복절 집회 참석 당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 차명진 페이스북]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이미 확진 판정을 받은 차명진 전 의원과 매우 가까이 접촉을 하기도 했다. 차 전 의원이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집회 인증샷’에는 김 전 지사와 함께 얼굴을 맞대고 찍은 사진도 포함됐다.

그는 자가격리 중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목사를 향한 비판 목소리에 “마녀사냥이 무섭다”라며 전 목사를 대놓고 옹호했다.

경찰에 반발하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모습
경찰에 반발하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모습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 16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안에서 코로나 검사를 거부한다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 김문수 페이스북 캡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 16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안에서 코로나 검사를 거부한다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 김문수 페이스북 캡처

김문수 전 지사는 지난 2011년 남양주 소방서에 전화를 걸어 “경기도지사 김문수입니다. 내가 도지사라는데 안 들리냐. 도지사가 누구냐고 이름을 묻는데 답을 안해?”라며 마구 화를 내며 소리 친 전적이 있다. 김 전 지사는 자신의 전화를 장난전화로 오인해 제대로 응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19 상황실 근무자 2명을 전보 조치 했다가 과잉 조치라는 비판을 받고 7일 만에 철회하기도 해 공무를 보는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여전해 이날 일이 예사롭지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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