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 "김종인, 5.18 망언 정치인 제명안하면 개인적인 사과이자 쇼다"
"무릎 꿇는 모습 대신 5·18 특별법부터 당론으로 채택하라"
"충혼탑 앞에서 울먹이는 모습 대신 5·18 진상규명에 힘써달라"
정현숙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5·18 묘역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한 데 대해 '진정성 없는 사과'라고 비판했다.
윤관석 의원은 20일 "미래통합당에 촉구한다"라며 "사과의 생명이 진정성과 실천인 만큼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망언한 통합당의 정치인들에게 일단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제명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는 개인차원의 사과이며 쇼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일부 정치인 막말과 자신이 신군부 국가보위에 참여한 것도 사죄했다. 늦어도 너무 늦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도 윤 의원은 "하지만 이 사과가 통합당이 아닌 김 위원장 개인 사과로 그친다는 의견도 있다"라며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진원지로 떠오른 광화문집회에 대한 통합당 책임론을 국면 전환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가, 호남 지지율을 위한 '쇼'로 보인다는 말까지 나온다"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이런 말이 나오는 건 그동안 통합당이 오랜 시간 보여준 광주에 대한 입장이 진정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통합당은 그동안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망언을 일삼은 정치인을 지금까지 당 차원의 징계조차 미루고 있다. 사과의 생명이 진정성 실천인 만큼 5.18을 폄훼하고 망언한 자당 정치인들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제명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윤 의원은 "통합당은 진상규명을 포함한 유가족 지원 등 5.18 특별법 통과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해야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김 위원장의 사과는 개인차원이며 쇼에 불과하다 생각 할 것이다. 진정한 사과가 실천과 동반하는지 확인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남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밀린 과제를 하듯이 선거 전략으로써 하는 사과가 과연 충분할까"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5.18 사과를 보면서 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혁당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가 떠오르는 것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중도 표를 잡기 위한 선거 전략으로서의 사과와 5.18 피해자와 대한민국의 역사 앞에 깊이 반성하는 진심 어린 사과는 분명히 다르다"라며 "흔히들 사과에는 항상 진심이 담겨야 하고, 피해자를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이번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는 그게 빠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냥 혼자서 이렇게 하면 중도 표심 잡는 데 좋겠다고 생각해서 불쑥 억지로 만들어낸 사과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며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갑자기 밀린 과제를 하듯이 선거 전략으로써 하는 사과가 과연 충분할까 싶다"라고 꼬집었다.
강병원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김 위원장님의 각오가 이토록 남다르다면 그래서 보수를 뼛속까지 바꾸겠다면 우리 역사의 오랜 과제인 '미완의 친일 청산'에 대해서도 동일한 입장을 들려달라"며 "'태어나보니 일본 식민지 상태에서 신민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없는 인생 경로를 살았던 사람이 있다. 모두가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던 것이 죄는 아니'라고 했던 원희룡 제주지사를 하루빨리 제명해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허윤정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연일 '전광훈 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이때, 광주 방문이 화제 전환용으로 비춰지는 건 오해인 거냐"라며 "화합을 위한 진정성이 담긴 방문이라면 이제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했다.
허 대변인은 "무릎 꿇는 모습 대신 5·18 특별법부터 당론으로 채택하라. 충혼탑 앞에서 울먹이는 모습 대신 5·18 진상규명에 힘써달라"며 "국민을 기만하는 게 아니라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소명, 유가족 지원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해달라"고 촉구했다.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입은 닫은 채 무릎만 꿇는다면 그게 반성이냐"라며 "미래를 향한 다짐, 실천 없는 무릎 꿇기는 쇼에 불과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빌리 브란트 총리는 무릎만 꿇은 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로서의 통렬한 반성과 단절이 있었고 세계 평화와 자유 증진을 향한 실천이 함께 했다"라고 강조했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폴란드를 찾아 히틀러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들을 기리는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한 인물로 유명하다. 독일 통일에 기초를 놓았다고 평가받는다. 197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독일 통일 전 서독 총리를 지낸 반나치 운동가다.
유기홍 의원 역시 브란트 총리의 예를 들었다. 그는 “5.18에 대한 사죄의 진정성은 김종인 개인이 무릎 꿇는 것이 아니라 미래통합당 전체가 행동으로 입증해야 할 것”이라며 “김종인 위원장의 행동에서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유 의원은 “브란트 수상은 무릎만 꿇은 것이 아니라 행동과 실천으로 진정성을 입증했다. 그는 교육을 바꿨다"라며서 '나찌와 유태인 학살의 부끄러운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쳤고, 민주시민교육을 시켰으며, 나찌를 미화하거나 유태인 학살을 합리화하는 발언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었으며 수십 년이 흐른 뒤에도 나찌 전범을 끝까지 찾아내어 법정에 세웠다”라고 브란트의 행적을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통합당은 김종인 위원장이 무릎을 꿇건 말건 변화가 없다”라며 “5.18 망언자를 공천했으며, 역사왜곡 국정교과서 집필자로 영입된 모 의원은 민주시민교육을 비난하는 연속토론회를 열고 있고, 5.18왜곡 금지법에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유 의원은 또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2012년 김종인 위원장이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민주화를 외쳤지만 결국 사기극으로 끝났음을”이라고 과거 사례를 들어 진정성을 의심하면서 비판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울먹이며 사죄했다. 그는 “너무 늦게 찾아왔다. 백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첫걸음을 뗐다.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게 안 나아가는 것보다 낫다는 빌리 브란트의 충고를 기억한다”라며 “5·18 묘역에 잠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께 깊은 사죄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브란트 수상 얘기를 하면서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그는 "독일에서 공부했으니 빌리 브란트 수상의 '무릎 사과'를 어깨 너머로 보았을 것이다. 김종인은 빌리브란트를 흉내낸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김종인은 광주 학살의 비극의 씨앗이었던 전두환의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인물이다. 전두환의 부역자인 셈"이라며 "진정 자신의 잘못을 알았다면 전두환의 민정당에도 몸담지 말아야 했고, 노태우 정권에도 참여하지 말았어야 했다. 온갖 누릴 건 다 누리고 이제 와서 새삼 이 무슨 신파극이냐"라고 매섭게 힐난했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사죄와 관련해 의미 있는 변화라고 일단 보고 있다면서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저는 정치인들이 해야 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일회성 인기영합, 이런 게 아니고 정말 아픔을 달래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행동을 하는 것, 그런 정책을 펼치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