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극우단체 집회는 허용, 하청 해고자 집회와 진보성향 시민단체 집회는 불허

법원이 허용한 광화문 집회발 'n차 감염'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깜깜이' 현실
이수진 "법원은 국민의 편이어야 한다... 잘못된 판결은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명수 기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국가는 재해적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 사법부 역시 이러한 책무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아무리 법원이라 하더라도 잘못된 판결은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5천만 국민의 생명보다 중요한 집회의 자유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수진 의원-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며 대규모 집회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오히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가 일부 극우단체 집회에 대한 서울시 결정에 제동을 걸며 이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를 허용했다.

하지만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동일한 '박형순 서울행정법원 재판부'가 앞서 대기업 하청업체 해고자들이 지난 5월에 신청한 집회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불허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을 이유로 비슷한 규모의 노동자 주최 집회를 불허했던 재판부가 대유행이 우려되는 시점에 극우단체 집회는 허가한 셈이어서 이중적인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형순 부장판사가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집회를 허용한 단체는 광화문 집회로 코로나 확산의 전국적인 나비효과를 불러온 민경욱 전 의원의 ‘4.15선거부정국민투쟁본부'와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 두 곳이다.

실제로 미래통합당 지역당협위원장인 민경욱, 김진태 의원 외에도 현역인 홍문표 의원까지 참여하면서 미통당이 방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단체의 집회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70여 대의 관광버스까지 대절해 지방의 신도들을 끌어 모으면서 코로나 확산을 전국적으로 키웠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지상조업 하청업체인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무급휴직과 해고는 부당하다’며 지난 5월12일 종로경찰서에 5월14일부터 6월12일까지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 대로 등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옥외집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참가 예정 인원은 100명이었다. 보수단체 ‘일파만파’가 8월15일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며 신고한 인원수와 똑같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은 종로구청이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불허하자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김송·이디모데)는 지난 6월1일 “중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감염병 확산의 위험성이 인정된다”며 이를 기각했다. 코로나 재확산 위기 상황에서 같은 재판부에서 집회의 자유 허용 잣대가 두달 만에 달라진 것이다.

재판부는 아시아나케이오 집회 기각을 두고 “현재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하면 국민 생명권 보호가 절실하고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력 소모가 극심해 행정소요를 감소시켜야 한다”며 구청 쪽의 손을 들어줬다. 또 “국민의 생명권과 신체안전 확보를 위해 집회의 자유도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형순 재판부는 광화문 집회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집회금지 명령이 감염병 전파를 예방하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나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며 서울시의 집회금지 효력을 정지했다.

또 “(8·15 집회로) 소요되는 행정력이 피신청인(서울시)이 감당할 수 없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거나 의료역량 또한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넘어서서 소모된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며 “그런 이유만으로 집회 개최 자체를 막아야 하는 절대적인 사유가 되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특히 아시아나케이오가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한 시점은 코로나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5월말 경이었다. 반면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때는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을 돌파했고 계속 증가 추세에 있었다. 재판부의 판단이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기준도 일관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매체에 따르면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변호사는 “8·15 집회를 허용한 법원 판단은 집회의 자유 실현에 부합한다”면서도 “그러나 노동자 집회와 광복절 집회의 본질적 차이가 없는데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은 집회 성향에 따라 법원이 차별적인 판단을 보인 것이라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법원은 국민의 편이어야 합니다>라는 게시글을 올리고 판사 출신으로서 이번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재판부를 비판했다. 그는 "집단감염의 위험성을 간과한 채 집회를 허가한 법원에 대해 온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라며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위 가처분신청을 인용한 박형순 부장판사에 대한 해임청원이 나흘만에 10만 명을 넘었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 제34조 제6항의 내용"이라며 "국가는 재해적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 사법부 역시 이러한 책무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아무리 법원이라 하더라도 잘못된 판결은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5천만 국민의 생명보다 중요한 집회의 자유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또 이 의원은 "현행 행정소송법은 집행정지의 요건을 아주 추상적으로만 정해두어 법원이 재량껏 그 허부를 결정할 수 있다"라며 "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개별 법관의 판단에만 맡기는 것은 큰 문제다. 법원의 잘못된 결정으로 또 다른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 감염병의 유행 등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행정처분의 집행을 정지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둔 의정활동을 계속해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재판부는 아니지만 안국역 부근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8.15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8.15추진위) 집회에 대해서도 주최 측의 집회금지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며 불허했다. 8.15추진위는 남북관계 위기 극복과 한반도 평화·주권 실현 위해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양대노총, YMCA, 흥사단 등 677개 대표적 시민사회단체로 지난 7월 1일 결성된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다.

해당 재판부는 집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필요 최소범위 내에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전부터 서울시·경찰 등과 긴밀히 대화하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각종 조치를 철저히 세우고 참가자들에게 공지까지 했던 8.15추진위에 대해선 불허 결정이 내려졌다.

8.15추진위 관계자는 “서울시 등과 협의하면서 기본적인 방역부스 설치, 집회를 통제하기 위한 자원봉사자 배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협조를 구한 의료진 배치, 2m 간격의 의자 배치, 출발 전 체온체크, 명단 작성 등을 통해 감염병 예방을 위한 준비를 했다”면서 “그런데 보수단체 집회에 대해선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8.15추진위 집행정지신청은 기각한 것에 대해 기준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박형순 부장판사가 허용한 광화문 집회는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이미 광화문 집회 참석자 중 불법행위를 저질러 체포된 30명 중 3명은 자가격리 대상자였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집회에서 무대 위에 올라가 연설을 한 전광훈 목사는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된 상태다.

미통당이 방조하고 법원이 허용한 전광훈 목사의 광화문 집회발 'n차 감염'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깜깜이' 상황이다. 누군가는 이번 사태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 피해가 국민들이 입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방역체계가  광화문 집회 허용으로 일거에 무너져내렸다. 박형순, 허선아 판사 페이스북
코로나19 방역체계가 광화문 집회 허용으로 일거에 무너져내렸다. 박형순, 허선아 판사 페이스북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됐지만 3단계까지 갈 수도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자영업 등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로 이 모든 화살은 문재인 정부에 돌아가면서 경제가 울상을 짓고 코로나 방역으로 위상을 떨친 것도 일장춘몽이 될 수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런 우려를 피력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방역수칙 위반 사항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전광훈 석방과 집회를 허용한 판사 탄핵까지 다수의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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