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타협점 찾자는데도 집단휴진한 '전공의'들과 ‘집단파업' 강행한다는'의협'

정부 "의대정원 확대 유보"에도 최대집 "신뢰 못한다" 파업 강행
의사들 '면허번호 챌린지' 확산과 면허증 찢기에 여론 냉소

[ =정현숙 기자]=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점쳐지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 인턴과 4년 차 레지던트를 시작으로 집단으로 휴진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오는 26일에서 28일 사이 집단파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사진: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이들이 국민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강행할 경우 정부는 조만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은 위반 시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처벌 규정을 수반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총파업을 예고한 의료계를 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를 안정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라며 "의사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수도권 상황이 안정된 이후 의료계와 논의를 하며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타협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의협은 "신뢰할 수 없는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하며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능후 장관은 의료인들에게 "자신의 자리에서 진료 현장을 지켜달라"고 거듭 촉구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국민이 정부에 부여한 최우선적인 의무로, 만약 의료인들이 진료 현장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폐업해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해당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담화문에서 "수도권 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수도권의 전공의 등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곧 발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면허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의료인 결격 사유로 인정돼 면허까지 취소될 수 있다.

정부는 앞서도 코로나19 위기를 안정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의사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수도권 상황이 안정된 이후 의료계와 논의를 하며 추진해 나가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가 집단휴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과 관련 의협은 “전공의들에 대해 면허 정지의 불이익을 언급하며 사실상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라며 “젊고 열정적이고 순수한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그저 기득권의 목소리,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며 상처를 내겠다고 엄포했다”라고 항의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21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육성 등 4대악 의료정책을 철회하면, 파업을 잠정 유보한다”라고 밝혔다. 정부가 먼저 정책을 전면 철회하겠다고 밝혀야 집단휴진을 멈추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협과 전공의들의 이러한 주장에 여론은 싸늘하고 국민 마음도 떠나고 있다. 공공의료 인력이 명백히 부족한 상황에서, 의사 증원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고 공공 의대 설립을 반대한다는 의협의 집단휴진에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의사 수는 인구 1천 명 당 2.4명으로 회원국 평균인 3.48명에 크게 못 미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지난 6일 “의사 인력이 부족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진료 보조 인력(PA·Physician Assistant)의 불법 의료 없이는 돌아가지 못할 정도”라며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도 이날 정부의 의사 증원 정책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서도 의협의 집단휴진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의협은 지난 6일 “의사 부족 현실은 명백하다”라며 “정부 안의 부족함을 지적하며 앞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의사단체 지도부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도 이날 “현재 의사들의 요구와 단체행동은 정부의 부실한 정책을 개선하는 방향이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의료공공성 강화에 기여하지도 않는 의사들의 요구는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환자들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간호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절실한 가운데, 의협은 의사 증원과 공공 의대 설립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외칠 것이 아니라 의료 전달 체계 개선 및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해결책을 가지고 정부의 정책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협상하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조선일보 '의사들 면허정지 압박에 의사면허증 찢는다'.. 네티즌 냉소

한편 21일 조선일보는 ["내 의사 면허부더 정지하라" 면허증 찢는 의사들]라는 제목의 기사로 엄중한 코로나 정국을 호도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 갈무리
조선일보 갈무리
조선일보 갈무리

조선일보는 "발단은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 나선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의 발언이었다"라고 했다. 김 차관은 정부가 지난 20일 밝힌 ‘집단 휴진에 대한 법과 원칙에 따른 구체적 대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의료법에 의한 진료개시명령과 이 명령에 불응할 경우에 대한 조치들이 있다”라며 “형사법도 있겠지만 (의사)면허에 가해지는 조치들이 있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김 차관의 발언을 접한 의사들이 이를 ‘협박’의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반발하기 시작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코로나 확산으로 엄중한 지금 국민을 볼모 잡은 정부는 젊은 의사들에게 ‘의사 면허 정지’를 운운하며 겁박하고 있다.. 전공의 선생님들 의사 면허 정지하시려면, 먼저 제 면허부터 정지하시길 정부에 부탁드린다"라는 조승국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의 페이스북 발언을 전했다.

또 조선일보는 "한 수도권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국가라는 힘을 앞세워 부정한 방법으로 내 제자들과 후배들의 면허를 정지시키겠다면 내 면허 또한 필요 없다'며 자신의 의사 면허증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사진을 올렸다."라면서 해당 사진을 기사에 같이 게재했다.

조승국 공보이사는 SNS를 통해 "의료 주권이 없는 면허번호는 제게는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 같다"리면서 "전공의 선생님들의 의사면허를 정지하려면, 먼저 제 면허부터 정지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면허번호를 종이에 적어 SNS에 올리는 일명 '면허번호 챌린지'를 제안한 조승국 공보이사는 "면허번호를 종이에 적은 사진을 SNS에 올려 젊은 의사들을 응원하고자 한다"며 "저와 같은 마음인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동참을 촉구했다.

하지만 의사들의 이러한 반응과 조선일보 기사를 접한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면허증은 2000원이면 얼마든지 재발급이 가능하다며 재발급 관련 사항까지 올려 도리어 조롱거리가 됐다. 한 네티즌은 "바람잡는 조선일보"라며 "하여간 국민들을 개호구로 본다니까. 면허 반납을 하는것도 아니고 2000원 주면 면허증 재발급 해주는거 그거 찢으면 뭐해"라고 냉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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