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라는 허울만 씌우면 어떤 인권유린도 용납되는 통치 질서를 말하는가"

[서울 =뉴스프리존]김은경 기자=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영주의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 항소심 재판이 열린 8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 재판장이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고영주를 질타하면서 말한 내용이다.

“피고인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라는 허울만 씌우면 어떤 인권유린도 용납되는 권위주의적 통치 질서를 말하는 게 아닌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이날 재판장인 최한돈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이념 갈등을 부추겼다”며 고영주를 무죄로 판단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고영주는 2013년 1월 보수 성향 시민단체의 신년하례회에서 18대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한 혐의(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영주는 문 대통령이 1981년 교사와 학생 등 19명이 국가보안법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던 ‘부림사건’의 변호인이었다는 전제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당시 수사 검사였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고영주의 주장과 달리 문 대통령은 2014년 재심사건의 변호인이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1심 재판부는 “(문 대통령이) 부림사건 변호인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사회적 가치가 저하되는 내용이라 할 수 없고, 공산주의자로 활동했다는 주장도 구체적인 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문 대통령이 81년 당시 부림사건의 변호인이었다고 말한 것만으론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이를 근거로 “(문재인은) 대한민국을 적화하려는 공산주의자라는 점은 (부림사건 수사) 경험에 비춰 명백하다”고 덧붙인 것을 종합하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군사적으로 대치 중인 남북관계와 내부 이념 갈등에 비추면, 공산주의자는 다른 어떤 평가보다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장의 질타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고영주 측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고영주가 갑작스런 연설요청에 즉흥적으로 응했고, 사건 발생 시기가 오래 지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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