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파업'에 협조 요청하는 의사들에게 44만 간호사 대표하는 '대한간호협회'의 팩트 답변은?

간호협회 "전국 44만 간호사.. 끝까지 국민 곁에서 감염병으로부터 국민 지키고 보호"
김연수 서울대 병원장 "의대 정원 확대" 주장하다가 지금은 "정부 정책 중단하라" 돌변
김태엽 "서울대병원은 공공의료의 상징.. 김연수 병원장 행보 자질이 의심스럽다"

[ 정현숙 기자]= “의사들이 간호사들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정부 정책에 함께 반대하자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간호사들은 나이팅게일선서를 통해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다짐했다.” -대한간호협회 성명서-

전국의사 2차 총파업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김연수 서울대 병원장(오른쪽)이 전임의들의 피켓 시위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의사 2차 총파업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김연수 서울대 병원장(오른쪽)이 전임의들의 피켓 시위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29일 의대정원 확대 등에 반발해 집단휴진에 나선 전공의와 전임의 278명에게 개별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9일 전국 수련병원 20개(비수도권 10개, 수도권 10개)에 대해 전날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를 근거로 집단휴진에 참여한 27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 정책의 핵심은 의대 정원 확대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전국민에게 제공한다는 데 있다. 그런데 집단 의료파업을 바라보는 상반된 두 시각이 있다. 코로나 와중에도 집단파업을 주도하는 의협과 그를 독려하는 의대 교수들과 의료파업을 비판하는 44만 간호사들이 가입되어 있는 '대한간호협회'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7일 [의료인의 윤리적 책임을 저버리는 진료거부 즉각 중단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이번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 파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간호협회는 "의료인에게 국가면허를 주는 이유는 어떤 일이 있어도 환자가 들어오는 문을 닫아서는 안 되는 윤리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지금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의사들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의료현장을 떠난 것은 의료인으로서 기본 덕목인 윤리적 의무를 저버린 행위로 단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간호협회는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에서 바라볼 때 의대 정원 증원은 당연하다”라며 “의료계는 우리나라의 의료 이용량이 OECD 평균의 두 배인데, 의사 수는 OECD국가 중 꼴찌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의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의 증원 논란에서 벗어나 국가 책임 하에 경쟁력 있는 지역공공의료기관을 만들어 국민이 행복하고 의료인도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라며 "전국 44만 간호사는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엄중한 상황을 맞이하여 끝까지 국민과 환자 곁에서 감염병과 질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보호할 것을 선언한다"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간호사들의 외침과 다르게 의대 학장과 교수들은 이번 파업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소속 전국 40개 의대학장과 원장들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전국 의과대학 학장과 원장들은 의대상들의 정부에 대한 요구가 정당하다고 인정한다"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비 의사인 의대생들을 보호하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의대생들이 교육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 보건의료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의사들의 집단치료거부에 대한 처벌을 막겠다'는 신찬수 서울 의대 학장에 이어 김연수 서울대 병원장에 대한 논란이 드세다. 김 병원장은 그동안 보건복지부와의 면담 자리와 서울대 병원 노동자와의 면담에서도 줄곧의사 증원 필요성을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입장이 완전 돌변했다.

김연수 서울대 병원장은 이날 교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병원을 대표해 현재 추진 중인 정부의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 서 재논의해달라고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다"라며 "단체 행동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고 있다. 정부가 공표하고 있는 전공의와 학생 등에 대한 처벌과 불이익은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병원장의 이같은 입장은 최대집 의협의 ‘정책 완전 철회’ 요구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김 병원장은 지난해 말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에서는 '의대정원 확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병원장은 지난해 12월 매일경제 칼럼에서 "OECD 회원국 중 인구당 의사 수는 1000명당 2.4명으로 우리나라가 꼴찌"라며 "10년을 양성해야 의료 현장에 배출할 수 있는 의사 양성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2030년에는 전문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의료체계 혼란이 극에 달할 것이다. 적정 진료를 위한 의사 수를 추계하고 부족한 분야에 의사를 더 양성해야 한다"라고 썼다.

이번에 김 병원장이 전혀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것을 두고 28일 김태엽 서울대병원분회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김 병원장은 노사 대표자 면담 등 많은 공식 석상에서 의대 정원 확충을 이야기해왔다"라며 "전날의 서신은 그동안의 입장을 뒤집었을 뿐 아니라 의사들의 근무 이탈을 독려해 공공의료 체계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병원장의 입장은 공공의료를 지향하는 이들에게는 크나큰 의미"라며 "서울대병원은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상징인데 김 병원장이 이제 와서 불법으로 진료 거부하는 의사들과 같은 입장인 척하는 태도 변화에 매우 실망스럽다. 병원장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27일 “의사불법진료거부를 대놓고 지지하는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이런 (병원장) 입장서를 읽은 수많은 교직원들은 ‘병원장이 1500명 의사들만의 병원장이냐, 국민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불법진료거부에 대해 정부의 처벌을 막아준다는 발언은 너무나 직원들 입장에서 불쾌하다, 서울대병원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서울대병원의 이름을 팔지말라’라며 극심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라고 직격했다.

2019년 12월 21일자 매일경제신문 '매경춘추' 칼럼에 글을 쓴 김연수 서울대 병원장
2019년 12월 21일자 매일경제신문 '매경춘추' 칼럼에 글을 쓴 김연수 서울대 병원장

충남아산 현대병원의 박현서 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 소도시에서 의무적으로 10년간 근무할 지역 의사를 더 뽑겠다는 게 중환자를 버리고 파업에 나설 이유냐"라며 "이 시국에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여 전국에 코로나를 퍼뜨린 집단에 화가 나고, 환자를 버려두고 파업에 나선 응급실 전공의들에게 화가 난다"라고 성토했다.

박 원장은 아울러 "정작 의대생과 젊은 전공의 대다수가 서울 사람들이고 시골에 올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는 사람들"이라며 "시골에도 무지랭이 할아버지건, 술에 쩔은 노숙자건, 돈 없는 외국인 노동자건 간에 그들이 아플 때 밤새 곁에 있어주는 의사가 필요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늘(28일)도 지금 많은 중환자분들이 치료기회를 놓치고 있어 큰 위험에 처해있다"라며 "전공의 선생님들은 지금 즉시 진료현장으로 복귀하여 아픈 환자곁으로 복귀하시길 간절히 기원한다"라고 당부했다.

의사들의 집단 의료파업 행태를 두고 온라인 카페 등에서도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회원은 "치료받고 싶으면 의사들 눈치 살피면서 알아서 기어라 하는 맥락"이라며 "정부 위에 의느님들이 있는 거로 국민들 지배하고 싶은 거 그게 의사들의 바람인 듯하네.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검사나 언론처럼 무소불위 권력을 가지고 싶은 거"라고 비꼬았다.

"밥그릇은 소중하니까요. 의베충들 뼈 때리는 트윗"이라며 보배드림에 올라온 글 하나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공유되는 것을 보더라도 이제 이들 의사들에 대한 여론은 사회적 공분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보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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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자녀입시 비리가 매년 터져도 이국종 교수가 흉부외과 처우개선을 외치며 외롭게 싸워도 어디서 개가짖나 미동조차 안하던 놈들이 공공의대, 의대생 증원에는 독립운동하듯 비장하게 가운 벗어 던지고 국시 거부하고 코로나 의료진 조롱하는 꼴을 보니 개돼지 국민들이 니들 속 모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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