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이 확실한 장민숙 작가 대구갤러리 '전'초대전

[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한국작가로는 흔치 않게 작업 프로세스가 확실한 장민숙 작가의 초대전이 9월2일부터 25일까지 대구갤러리 '전'에서 열린다.

시작은 풍경화였다. 그림 같은 집들이 그림 같은 나무들 사이에 그림 같이 뽀사시한 파스텔톤의 색체로 그렸다. 줌으로 당긴듯하게 그려진 집들의 색은 곱고 아련했다. 어찌보면 소박하게 화려하면서도 거칠게 부드러웠다.

작가는 어느시점부터 절로 풍경과 자신의 감성이 하나가 됐다. 물아일체의 회폭을 가꿔나갔다. 그림이 감정의 격정을 드러내는 무대가 됐다.

자연스레 색면추상처럼 보이는 사각의 색면들은 보고있노라면 여느 드라마 여주인공의 감정곡선에 빠져드는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이렇게 풍경에서 추상으로 이어지는 연결이나 이행이 순차적으로 구현시키고 있는 것이다. 띄엄띄엄 나무 사이로 예쁘게 자리 잡은 집들이 점점 중첩되면서 서로 이질화되고, 배경은 점차 붕괴되어 간다. 비슷하게 보이던 집들을 서로 모아서 포개고 겹치면서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고 이전에 보이지 않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배경과 형상 사이에 존재하던 강력한 경계가 사라지면서 이분법적 구도가 탈피된다. 모든 것이 뒤섞이면서 혼합이 가능한 비결정 상태로 화면이 변하게 된다. 그 결과 새로운 구상을 위한 무구속적이며, 탈중심적이고, 무형식적이라는 새로운 작업의 조건이 만들어 진다. 그 속에서 개연성이 없는 우연적 존재가 생겨나고, 캔버스는 촉각화되며, 소실점이나 투시법은 철저하게 해체되면서 화면은 잠재적으로 다시점에 열려있게 된다. 대상으로부터 공통적으로 추출하는 형식이나 형태를 형상화하는 전통적인 추상이 아니라 오히려 중첩되고 섞이는 혼성적 혼란 속에서 합성되고 변형되어 생겨나는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추상이다. 들뢰즈식으로 말하면 ‘빼기’추상이 아니라 ‘더하기’ 추상이라 할 수 있다.

미술평론가 김웅기는 “장민숙은 눈에 보이는 이태리 어느 마을을 재현하면서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그녀의 마음 속에 새겨진 세계와 그 속의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마침내 그 모든 것이 자기의 세계라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보이는 것을 변형하고 그것을 추상할 수 밖에 없었다”며 “모방을 바탕으로 그것의 형식을 변화시키면서 마침내는 모든 형식 그 자체, 즉 형식화에서 벗어나는 탈형식화의 선을 그리면서, 그 선들을 이리저리 끌어와서 면을 만들고 그 면들은 모여서 새로운 구성물이 된다. 어떤 것이라도 구성할 수 있는 구성의 구도가 생겨나는 것이고 다가오는 모든 것을 향해 잠재적으로 열려있는 변형과 변이의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우리에게 매우 소심하고 곱게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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