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2차투표'까지 강행해 파업 밀어붙여.. "비대위 내부에서도 과반이 파업 반대한다" 폭로

박지훈 "민주주의와 정면으로 역행하는 기괴한 짓".. 박지현 "절차상 문제 없어"
시민들 “파업하는 병원은 안 가겠다”…‘보이콧 호스피탈’ 등장

[서울 =뉴스프리존]이명수 기자= 국민적 여론은 물론 정부와 국회, 의료계 단체들까지 합의를 촉구했지만 전공의들은 30일 집단파업 지속을 택했다. 이후 일주일간 대의원들은 단체행동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삼성서울병원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의사 가운 벗는 전공의들. 사진/연합뉴스
의사 가운 벗는 전공의들. 사진/연합뉴스

이번 파업 지속여부 회의에서 '파시스트 정권' 운운하던 의사들이 정작 자신들이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하고 2차투표까지 강행하면서 억지로 파업을 밀어붙여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내부에서도 비상대책위원 다수가 파업을 반대하고 반발해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의사들의 파업을 비판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민주주의를 옹호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금 행태는 완전히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이며 20세기 초중반 유럽을 지배했던 파시스트 지도자의 행태, 바로 그것"이라고 비난했다.

전공의들 역시 이에 동조해 집단파업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파시스트 정부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돼 고문 속 취조를 당한 뒤 지금은 땅속이나 바닷속에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공의들은 전날 오후 10시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향후 단체행동 지속 여부를 논의했다. 1차 투표에서는 193명 중 찬성이 96표로 정족수인 97명에 미치지 못했으나 박지현 비대위원장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한 이후 진행된 2차투표에서 186명 중 134명이 파업 강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비대위 목소리와 상충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비대위 과반이 파업을 중단하자는 의견이었으나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이를 무시하고 사안을 일선 전공의들로 구성된 임시전국대표자비상대책회의(대표자회의)에 부쳤다는 것이다.

비대위 소속 전공의 등으로 구성된 단체 ‘어떤 전공의들’은 보도자료를 내고 “비대위 다수는 국민 건강과 전공의 전체의 이익을 위해 파업을 중단하기를 원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박 비대위원장이 파업 지속 의사를 관철하고자 불필요한 대표자회의를 소집했다고 했다. 이들은 또 일선 전공의들이 제한적 정보만 가지고 표결에 임한 결과 비대위 다수 의견과 달리 파업 지속을 의결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첫 투표에서는 파업 중단에 찬성하는 게 과반이 아니어서 대의원 회칙상 투표 성립이 되지 않았다”라며 “진행 과정에서 편파됐다는 등 정당성 문제가 제기돼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하고자 수정해서 다시 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턴·레지던트로 구성된 [어떤 전공의들]은 이날 밤 보도자료를 통해 “비대위 과반이 타협안대로 국민 건강과 전공의 전체의 이익을 위해 파업을 중단하길 원했다”라며 “비대위 다수의 의견을 건너뛰고 대표자회의를 열어 파업을 밀어붙이게 됐다”라고 폭로했다. 이들은 “대전협 지도부를 따를 수 없다고 판단한 비대위 핵심인물 10명 중 과반수는 사퇴를 표명했다”라며 비대위 내 분열을 밝혔다.

이들은 박지현 대전협 회장이 범의료계 합의안에 서명했음에도 다시 해당 안을 대의원 투표에 부친 것이 문제가 되고 정부·국회 협의과정에 함께한 비대위 다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대전협의 이번 결정으로 중대한 국민 건강의 위협이 더욱 연장됐다. 또 함께 고발당한 전공의들을 포함한 전공의 전체가 위험에 빠졌다"라며 "초조한 마음으로 파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마저도 외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전협 비대위 집행부들의 의견은 묵살한 채, 전공의 사회를 향해 ‘비대위를 믿어달라’는 박 회장의 말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비판했다.

이날 파업 여부 투표 과정을 두고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는 "'어린의사'들이 민주주의와 정면으로 역행하는 기괴한 짓을 벌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전국 193곳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참석해서 표결을 했는데, '파업계속' 안건을 걸고 표결을 한 결과 표가 96표가 나왔단다. 의결에 필요한 97표에서 한표가 모자란 상태였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대표는 "이후 파업 결정 권한을 비대위원장(회장)인 서울삼성병원 박지현에게 결정 권한을 위임했는데 박지현은 자신이 직접 결정을 내리지 않고 다시 2차로 표결 회부를 하면서 186명 중 과반이 넘는 134명이 파업계속에 표를 던졌다"라고 전했다.

이어 "일단 '파업계속' 안이 표 숫자가 모자라 미달로 부결되었으면 그걸로 끝"이라며 "그런데 비대위원장에게 다시 위임을 해?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부결된 후에 국회의장에게 당신 맘대로 결정하라고 위임해도 되는 걸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부결된 안건을 회장 맘대로 하라고 위임할 거면 애초에 표결을 왜 했는가?"라며 "목소리 큰 일부가 부결을 인정하지 않고 회장에게 몰아붙인 결과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일부 강경파들의 큰 목소리로 표결 결과를 무시하고 회장이 위임을 받게 된 것도 절차상 문제가 많지만, 더 웃긴 건 막상 결정권 위임을 받은 박지현 회장이 재표결 안건을 올렸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즉 회장도 파업을 계속 밀어붙이다 파국을 맞는 주역으로서 자신이 결정권을 갖기를 회피하고 다시 각 병원 대표자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며 "두 표결 사이에 박지현 회장이 위임받았다가 재표결을 하기로 하는 사이 강경파의 목소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가지 더 지적하자면. 표결 결과가 나온 후 회장에게 위임하고 다시 재표결까지 하는 이런 기괴한 의결 방식은 당연히 위법하다"라며 "파업계속에 반대하는 병원 대표들이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하면 즉각 인용 결정이 나올 것이 분명. 불법파업을 하는 대전협이 그 결정의 과정마저 불법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요약해 각 병원 전공의 대표들 중 파업계속 반대파가 만만치 않다면서 190여개 병원들 중 50개 가까운 대표들이 파업계속에 반대하는데 회장인 삼성서울병원 박지현도 책임을 지고 싶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그는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강경파가 '파업계속' 결정을 밀어붙인 결과라고 했다.

시민들 파업병원 '보이콧'.. 휴진병원 지역별로 정리한 '보이콧 호스피탈'

의사들이 지난 21일부터 시작한 '집단휴진'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시민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집단휴업 계속 방침을 발표하고, 의협이 다음달 7일부터는 무기한 집단휴업을 예고한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일본 불매운동을 연상시키는 “집단 휴진 병원은 이용하지 않겠다”라며 불매운동에 나섰다.

'보이콧 호스피탈' 누리집
'보이콧 호스피탈' 누리집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 27일 한 누리꾼은 ‘보이콧 호스피탈(BOYCOTT HOSPITAL)’ (www.BoycottHospital.co.kr)이라는 제목의 누리집을 만들고 “절박한 환자들을 볼모로 진료 거부하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의사들을 절대로 용납해선 안된다”라고 밝혔다. 이 누리집은 네티즌들이 집단 휴진에 참여한 병원을 각 지역 이름으로 된 게시판에 제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홍보하는 데 사용됐던 ‘NO(노)재팬’ 사진을 본따 만든 사진을 누리집 공식 사진으로 사용했다.

다른 이유로 쉬는 병원이 엉뚱하게 공유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네티즌들은 30일 오후 2시까지 200개가 넘는 휴진병원 제보글을 올렸다. 개설 직후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누리집은 이날부터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누리집 운영자 A 씨는 “불법으로 파업(집단 휴진)하고 있는 병원을 아래 게시판에 제보해주길 바란다. 파업을 찬성하는 분들도 의견을 쓸 수 있도록 돼 있다”fk고 설명했다.

일부 의사들은 ‘보이콧 호스피탈’ 누리집에 직접 글을 쓰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신을 ‘파업 동참 의사'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게시판에 “보이콧 한다는 분들 명단을 만들어 공개하면 걸러서 (진료) 안 보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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