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찾아 헤매다 숨진 환자 소식에 분노 폭발한 시민들 대거 청와대 국민청원 올려 의사들 규탄

"무소불위 '괴물집단'으로 만든 '의료악법'부터 개정하자"
"밥그릇 싸움에 매달린 의사파업에 응급환자들 속수무책 피해 봐"
"의사 부족 입원 거부'로 숨진 30대, 의사없어 부검도 미뤄"
"마지막 찾은 응급실, 의사가 '어딜 들어오느냐'고 하더라"

[정현숙 기자]= 지난 21일부터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철수하고 집단 휴진에 들어간 인턴 레지던트 등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1일 현재까지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이 시작된 이후 응급실을 찾지 못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 2명이 지난달 부산과 의정부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의사의 밥그릇 싸움에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에 대한 고발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에 대한 고발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의사가 없어 입원을 거절당한 의정부 환자가 숨지던 28일 저녁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의대 정원 확대 철회 △공공의대 신설 철회 등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9월 7일부터 ‘전국 의사 총파업’을 무기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의사들의 집단휴진으로 인한 의료사망 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의료진을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시민들은 '괴물집단'과 '의사들의 테러 행위' 등의 표현으로 의료진에 대한 극한 분노를 감추지 못하면서 집단휴진에 동참한 의료진을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다수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날 청원에는 의료진의 진료 거부는 2000년에 개정된 '개악 의료법' 탓이라며 불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면허 취소가 가능하도록 법안을 개정하자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의 개정을 청원한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지금의 의사집단은 의료법 이외의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라며 "공권력은 전혀 무서울 게 없는 무소불위의 괴물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디 이 의료악법을 개정해 시민들의 안전과 국가질서를 공고히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법은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의사 출신 김찬우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의료 관련 법을 위반한 경우에만 면허 취소를 가능하게 했다. 법 개정 전에는 업무상 과실치상ㆍ치사 혐의료 금고형 이상 처벌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정지됐다.

최대집 의협회장을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는 글도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국민의 생명을 자신들의 돈벌이로 이용하고 자신의 정치적 야욕으로 의사들을 선동해 응급실을 찾다가 사망하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의사들을 선동하는 최대집은 살인자이다. 살인죄로 처벌받을 수 있게 검찰이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또 한 청원인은 지난달 31일 ['의사들의 집단휴진은 명백한 의료 테러이며, 이미 예견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다. 이들을 처벌해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청원인은 "의사들의 집단휴진으로 결국은 그들이 의도하고 국민이 우려했던 사안이 터졌다. 국민이 죽어나가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의료진 부족으로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한 환자들의 사례를 보도한 기사들도 함께 첨부했다.

앞서 '뉴스1'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심장마비로 쓰러진 30대 남성이 의사 집단파업에 따른 의료진 부족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과 유가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1분께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의 한 아파트에서 A씨(39)가 심정지를 일으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 씨의 아내 B 씨의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들은 5시10분께 도착해 가슴 압박, 심장 충격, 약물투여 등 응급처치를 하고 이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응급실을 갖춘 의정부시내 4개 병원에서는 '수용불가'하다고 통보했다.

그러는 동안 A 씨를 태운 구급차는 의정부시내 곳곳을 배회했다. 우여곡절 끝에 양주시 덕정동에 위치한 '양주예쓰병원'에서 입원치료가 가능하다고 해 오전 5시43분께 양주예쓰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송과정에서 A 씨는 결국 숨졌다.

A 씨의 시신은 다시 의정부시내 병원 영안실로 이송됐다. 이 병원은 몇 시간 전 A씨가 살아 있을 때 '수용불가'를 통보했던 곳이다. 하지만 의사가 없어 부검 일정 또한 밀렸다. 그 동안 영안실 비용 등은 고스란히 유족이 떠안게 됐다.

또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지난달 26일 밤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40대 남성이 약물을 마셔 위독하다는 신고를 받았다. 119 구급대원은 신고 접수 뒤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서 부산과 경남지역 대학병원 6곳과 의료기관 7곳에 연락했다. 그러나 전문의 파업 때문인지 치료할 인력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튿날 새벽 울산대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응급처치가 늦었던 탓에 환자는 목숨을 잃었다.

이날 또 다른 청와대 청원에서 청원인은 "심장이 멎어가던 아빠가 응급실 네 군데에서 진료 거부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라며 "다른 분들에게는 이런 비극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응급실 및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위급환자 거부 대책 마련'을 청원한다"라고 했다.

지난 8월 31일 청원을 올린 이 청원인은 자신이 실제 겪은 일이라며 "지난달 24일 아빠가 갑자기 구토를 하며 쓰러져 응급차로 실려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분명했지만, 네 군데 응급실에서 모두 오지 말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청원인은 마지막으로 찾은 한 대학병원 응급실 의사는 "들어올 수 없는데 왜 들어왔냐. 위법이니 진정서를 제출하겠다"라고 윽박질렀다고 했다. 이 청원인은 "대학병원 두 군데는 집에서 10분 거리였는데 조치를 받을 수 없었다. 솔직히 의사들이 원망스럽다"라고 하면서도 "청원을 올리기까지 많이 고민했다. 혹시라도 피해망상으로 비춰지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헌신적인 의료진에게는 실례가 될까 두려웠다"라고 속마음을 밝혔다.

의사 파업 중 환자 사망...환자단체 “생명 위협하는 집단행동 중단해야”

결국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연) 소속 환우회 대표들도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지난 8월 31일 "응급환자가 응급치료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하고, 중증환자의 수술·항암치료·검사가 연기되고, 신규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하는 등 환자들의 피해와 불편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며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명의의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신속한 간담회를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속 환우회 대표들은 29일 오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이 첫 번째”라며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의사의 집단행동 중단을 촉구한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속 환우회 대표들은 29일 오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이 첫 번째”라며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의사의 집단행동 중단을 촉구한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환연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관련한 정부와 의사들 간의 강대강 충돌은 결국에는 파국을 몰고 올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정부와 의사들이 아닌 살기 위해 오늘도 병마와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라며 "정부와 의사들은 환자를 볼모로 하는 충돌을 멈추고, 환자 치료부터 정상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환연 안기종 대표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의사의 첫 번째 의무이고, 이를 위해 의사는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라며 “환자 곁을 떠난 의사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오는데 그 어떤 이유도, 그 어떤 조건도, 그 어떤 명분도 필요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된다면 다수의 환자들이 생명을 잃게 되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정부와 의사 간의 파국으로 치닫는 지금의 강대강 충돌을 즉시 중단하고, 환자 치료부터 정상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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