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진료거부’ 사태에, 다른생각을가진의대생들/전공의 “남의 목숨 걸고 하는 불법 정치파업”

“의사, 단지 의료행위할 수 있는 면허 부여받은 시민일 뿐”
단톡방에서 “밀고 나가면, 정부 레임덕 유도할 수 있어” 글도 올라와
각종 가짜뉴스 주고받지만, 자정·교정은 없다

[ 서울 = 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이게 지금 남의 목숨 걸고 하는 불법 정치파업인데, 이걸로 모든 의료 정책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문고리 권력을 얻었다? 이거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수치죠. 의협(대한의사협회)이 의료하나회가 되겠다는 거 아니에요. 국민들이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고, 이게 정부로서는 져서는 안 되는 싸움이 된 겁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지역 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한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도입 등 문재인 정부의 의료정책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며 전공의들이 진료거부(집단휴진)를 2주째 이어가고 있다.  스브스뉴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지역 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한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도입 등 문재인 정부의 의료정책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며 전공의들이 진료거부(집단휴진)를 2주째 이어가고 있다./ⓒ스브스뉴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지역 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한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도입 등 문재인 정부의 의료정책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며 전공의들이 진료거부(집단휴진)를 2주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강하게 질책하며 파업에 전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의사들도 있어 주목된다.

'다른생각을가진의대생들' 전공의 모임은 페이스북 페이지 계정을 통해 지난달 중순부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은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통해 “명분없는 단체행동을 구성원에게 강요하는 일은 중단되어야 한다”며 “내부 결속을 과시하며 시작된 전공의와 의대생의 단체행동은 국민들의 차가운 외면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다른생각을가진의대생들" 전공의 모임의 한 구성원 A씨는 3일 교통방송 < 김어준의 뉴스공장 > 과의 인터뷰에서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기 어려운 이유를 언급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지역 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한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도입 등 문재인 정부의 4대 정책을 문제삼으며 의료계는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SBS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지역 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한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도입 등 문재인 정부의 4대 정책을 문제삼으며 의료계는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SBS영상캡쳐

A씨는 “의사 사회라는 게 짧게는 6년, 길게는 평생 이어지는 관계라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평소에 지도나 명령 내리던 선배가 파업에 지지한 입장을 갖고 있으면 반대 의견 내는 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수뇌부에서 방향을 정해버리면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수직적인 의사들 간의 관계로 인해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전공의·의대생들 단체카톡방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파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그는 구체적으로 “단체카톡방을 통해서 단체행동 지지하는 성명이나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니까 계속 밀고 나가야 된다’ 이런 식의 글들이 많이 돈다. 또 파업에 비판적인 글들이 어딘가에 올라오면 신상을 털려고 한다든지 비난하는 움직임이 사적인 카톡방 등에서 많다. 그러다 보니까 유통되는 정보가 한정적이고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 정부의 레임덕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논조의 글도 가끔 올라온다.  분명히 사람들이 정치 지향이 다 다양할 텐데, 그런 글에 대해서는 특별히 이의제기를 안 하더라. 실제 외부 여론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막연히 긍정적인 전망만 공유를 한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시·도지사나 시민단체가 공공의대 입학생을 추천한다"는 내용은 가짜뉴스이나, 많이 확산돼 있는 상태다. JTBC
"시·도지사나 시민단체가 공공의대 입학생을 추천한다"는 내용은 가짜뉴스이나, 많이 확산돼 있는 상태다./ⓒJTBC

A씨는 단체카톡방에서 가짜뉴스(공공의대 학생 선발이 시·도지사나 시민단체 추천으로 이뤄진다 등)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음에도, 이를 교정하거나 자정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님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다. 국회에 제출된 공공의대 관련 법안에는 학생 선발과 관련해 시도별로 일정 비율을 선발하며, 학생선발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시·도지사나 시민단체가 추천한다는 내용은 없다. 

“얼마 전에 일하는전공의 (페이스북)계정이 ‘중국인 아니냐?’ ‘의사가 맞냐?’ 이런 의심을 받았고, 그분이 신문사를 통해서 확인을 받았는데도 의혹제기는 쉽게 하면서 그분의 주장이나 의사임을 확인 받았다는 사실에는 주목을 안 하고요. 실사 나온 복지부 공무원들이 ‘가운을 밟고 갔다’고 계속 전체 병원 카톡방에 돌아다녔는데, 나중에는 동영상 찍어보니 ‘(가운을)피해서 갔다’ 이런 게 올라왔는데 그건 또 별로 그렇게 (주목하지 않아요)”

그는 단체카톡방에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글은 올라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만약 그런 글을 올리면 ‘너, 의사 맞냐?’ ‘너, 중국인 아니냐?’와 같이 몰아붙이면서 압박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A씨는 “구성원들도 실제로 정권 타도까지 이루려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런 식의 글들을 공유하는 특정인들이 있고 이에 대한 비판이 없다”고 말했다.

젊은의사비상대책위는 지난 1일 출범식에서 정부를 비난하며, 부동산 정책이나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문제 등을 뜬금없이 거론하며 “청년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JTBC
젊은의사비상대책위는 지난 1일 출범식에서 정부를 비난하며, 부동산 정책이나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문제 등을 뜬금없이 거론하며 “청년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JTBC

그는 최근 젊은의사비상대책위가 부동산 정책이나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문제 등을 뜬금없이 거론하며 “청년들과 연대하겠다“고 한 데 대해선 ”일종의 정치파업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대협(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에서 “우리는 힘없는 학생일 뿐”이라고 한 데 대해선 “세상에 어느 힘없는 학생이 대통령에게 딜을 하는가? 진짜 힘없는 학생들이 얼마나 박탈감을 느낄지 걱정된다”고 질타했다.

그는 의사들이 갖춰야할 ‘본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며 현재 진료거부 사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의사는 단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면허를 부여 받은 시민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을 해야 돼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건 어디까지나 정책을 보완하고 더 개선하는 형태여야지, 선출된 권력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서 전면철회까지 요구하는 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인정받기 어렵죠”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문재인 케어'에 대해 계속 반대해왔으며 집회도 주도해왔다. 과거엔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며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의 대표를 맡아 친박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노컷뉴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문재인 케어'에 대해 계속 반대해왔으며 집회도 주도해왔다. 과거엔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며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의 대표를 맡아 친박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노컷뉴스

A씨는 현재 진료거부 사태를 “지금 남의 목숨 걸고 하는 불법 정치파업”이라고 규정한 뒤, “이걸로 모든 의료 정책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문고리 권력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건, 대한민국 현대사의 수치다. 의협이 의료하나회가 되겠다는 거 아니냐”고 강력하게 꾸짖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고, 이게 정부로서는 져서는 안 되는 싸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하나회란 과거 전두환·노태우 등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만들었던 군 내 비밀 사조직이며, 박정희의 든든한 비호를 받으며 무럭무럭 세력을 키웠다. 이들 세력은 겉으론 군복만 입었을 뿐, 사실상 조폭과 같은 패거리라 할 수 있다. 

이들은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찬탈했으며, 전국 계엄령을 내린 뒤 5.18 광주민중항쟁을 유혈진압했다. 이들 하나회 세력은 전두환·노태우 정권 당시 각종 요직을 독차지한 바 있다. 이들은 과거 자신들이 저질렀던 각종 폭정에 대해 사과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추호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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