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앙상고 출신, 주경야독으로 대학 졸업장 따
"학력 지상주의를 타파... 능력 가진 사람이 우대받는 사회문화를 조성"

임성훈 차기 대구은행장

[서울=뉴스프리존]한운식 기자= 우리나라 은행권에는 ‘상고(商高) 신화’라는 게 있다.  행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진에 상고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학벌보다는 능력 위주의 인사 분위기가 있어서 이게 가능했다.     

지난 60~80년대 고도 경제성장 시기, 가난하지만 머리 좋은 인재들은 상고를 택했다. 집안을 돌보기 위해 바로 취직해 돈을 벌어야 해서다.  

각 지방마다 이름난 학교가 있었다.  가령 경상도 부산에는 부산상고, 전라도 군산에는 군산상고, 충청도 강경에는 강경상고  이런 식이었다. 

서울에서도 선린상고, 덕수상고 등이 그 이름을 날렸다        

상고 신화의 주역들은 학교를 마치고 바로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중에는 ‘주경야독(晝耕夜讀)’하면서 대학 졸업장을 딴 이도 많다.

아픈 기억도 있다.

IMF 때는 상고 출신들이 가장 먼저 짐 보따리를 샀다고 전해진다.  은행권 업무가 전산화되면서 주산, 부기 등으로 무장한 그들의 능력이 빛을 바래서다.

이런 걸림돌을 이겨내고 조직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최고위직까지 오른 이는  그야말로 능력이 탁월해서라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또 한명의 상고 신화가 탄생했다.  

DGB금융지주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제13대 수장에 상고 출신의 임성훈 부행장이 발탁된 것.  DGB금융지주 그룹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3일  임성훈 부행장을  최종 후보자로 선출했다.  

임 부행장은 오는 10일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자 자격검증과 최종 추천 절차, 이달 말 주주총회를 거쳐 10월 초 정식으로 은행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임성훈 차기 행장은  1982년 대구 중앙상고(현 중앙고)를 마치고 대구은행에 들어 왔다.

당시 대구에는 지역 명문이라 불리는 대구상고를 위시해  중앙상고, 협성상고 등이 있었다. 연합고사 성적으로 매겨지는 입학 커트라인도 이들 순으로 서열이 매겨져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눈 여겨 볼 부분은 임 차기 행장이 지역 명문 상고 출신이 아니라는  점.  이런 ‘핸디캡’을 이겨냈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경영능력이 검증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은행측은 임성훈 차기행장이 상고 출신이라는 밝히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홍보팀의 박종희 차장은 “출신 고등학교 이름이 바뀐 지 오래됐다”며 “굳이 상고 출신임을 드러내는 것은 적절히 않다”고 전했다. 박 차장은 대신  “금융권 최초로 'CEO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19개월 간 후보자에 대한 역량과 자질을 검증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임성훈 차기 행장이 상고 출신으로 은행 수장자리에 오른 것은 분명 존중되어야 한다”며 “이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학력 지상주의를 타파하고 능력 가진 사람이 우대받는 사회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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