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겸장' 합의문의 큰그림.. 전공의들 '국민 비호감'만 상승
최대집 '급 꼬리'에는 이유가 있다... 전공의들 명분 잃은 진료 거부 끝내야!

[정현숙 기자] = 코로나 시국 임에도 그동안 의사들은 환자를 떠나 철저한 이익단체로 돌변해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정부와 거래를 시도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급기야 국민청원까지 올라올 정도로 국민들은 화가 났고, 법정 최고형을 때리라는 요구가 빗발칠 정도로 공감을 얻지 못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최대협 의협 회장이 4일 합의문에 서명한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있는모습.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최대협 의협 회장이 4일 합의문에 서명한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있는모습.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최대협 의협 회장이 4일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우측은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최대협 의협 회장이 4일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우측은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 원성이 최고조에 다다르면서 의사들을 대변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4일 오전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고 정책 협약 이행 합의서를 체결했다.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이와 관련해서 논의를 중단하고 의료계 집단휴진도 종료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합의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끝까지 강하게 나가지 못하고 의료계에 굴복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성서에 나오는 아이의 생명을 지키려는 엄마가 아이를 포기한다는 심정으로 보고 있다. 솔로몬 왕의 지혜로 친엄마가 아이를 찾는, 인구에 널리 회자되는 유명한 이야기다. 이번 합의도 국민의 생명이 담보가 됐다는 시점에서 정부가 한발 양보했지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입장이 전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젊은의사들은 이 합의안에 크게 반발하면서 내부 분열 양상이다. 의료계 내부에선 의협의 리더십을 지적하며 최대집 의협 회장과 의협 집행위가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거라며 합의 무효와 최대집 집행부를 탄핵시켜야 한다며 서명서 작성에 나섰다.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젊은 의사들은 명백한 배신행위라며, 진료 거부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앞장서 반정부 투쟁을 벌였던 최 회장은 이날 합의문에 서명한 후 전공의들의 반발에 "더 이상 집단행동은 안 된다.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 현장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하지만 전공의 측은 계속 반발하는 입장이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최대집 회장의 해명을 요구하면서 일부에서는 탄핵을 거론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주말 동안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7일 회의를 열고 파업 중단 여부와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수보회의에서 "의료 공백 없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라고 천명했다. 결국 이번 합의문은 국민 중심의 의료정책을 포기 한 것이 아닌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안전을 먼저 지키고 안정이 되면 다시 추진 하겠다는 것이 팩트라고 보인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안정화 될 때까지 정원 확대와 공공의료 대학원 설립 추진을 잠시 미루겠다는 거지 완전 종료가 아니라는 점을 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양수겸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의 큰 뜻으로 합의를 끌어냈고 이 합의로 의료계 내부 분열까지 끌어내면서 현재 수백 명의 전공의의 고소와 고발을 당한 상태의 최 회장이 합의에 이르렀다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양수겸장은 장기판에서 2개의 말이 한꺼번에 장을 부른다는 말로 주로 양쪽에서 동시에 하나를 노린다는 의미로 하나로 두 가지 효과를 거두는 일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 고사성어는 '양수겹장'으로 잘못 쓰이기도 한다. 이번 의료파업으로 국민들은 의사들의 치부를 간파했고 또 한 가지 효과를 거두는 일이 발생했다. 의사들의 범죄행각에 면허를 박탈할 수 있는 의료악법을 개정할 수 있는 명분이 더 구체화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의 개정을 청원한다"는 국민청원은 불과 며칠 만에 20만을 돌파해 30만에 육박하고 있다. 청원인은 "개정된 의료악법에 따라 의료인은 살인, 강도, 성폭행해도 의사면허가 유지된다"라며 "3년 징역이나 3,000만 원 벌금 정도의 공권력은 전혀 무서울 게 없는 무소불위의 괴물이 됐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2000년에 개정된 의료 개악으로 의료인은 살인, 강도, 성폭행해도 의사면허가 유지된다. 의사가 살인, 강도, 성폭행으로 처벌받아도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지난 2007년에는 경남 통영의 의사가 수면내시경 치료를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해 징역 7년을 선고받았지만 의사 면허가 유지돼 현재 다른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사례도 있다. 가깝게는 가수 신해철 씨의 의료 사망도 있다. MBC에 따르면 신 씨의 담당 의사는 무려 5명의 의료 사망 사고의 전력이 있어도 면허를 유지하면서 계속 수술했다.

MBC 갈무리
MBC 갈무리

한편 이번 의료파업으로 양수겸장을 끌어낸 정부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 의학갤러리'에도 비슷한 취지의 글 하나가 올라와 삽시간에 화제를 끌면서 수만 건 조회되고 공유되고 있다. 이번 의료 합의안 뒤에는 '빅픽쳐'가 있다는 취지다. 의사들이 공공의대와 의사 정원에만 정신 팔려서 '성동격서'로 본진(의사 비리) 다털리고 있는 거라고 꼬집었다.

글쓴이는 공공의대와 의사정원 문제로 온 나라가 그쪽으로 시선이 쏠리는 동안 지난 6월에 발의됐던 강력범죄 의사 면허 박탈 법안이 법사위에 올라가 통과되고 중외제약 수백억 리베이트 건으로 경찰이 의사들이 연루된 대학병원 계속 뒤질 거고 얼마 전 발의된 약사 대체조제 법안도 법사위 올라가 통과될 거라고 내다봤다.

글쓴이는 "진짜 그림은 민주당이 공공의대랑 의사정원 떡밥 던져놓고 의사들이 그거 물고 뜯는 사이에 의사들이 누려오던 뒤 구린 온갖 특혜들에 손대고 있다"라며 "그나마 노련한 최대집이 눈치채고 출구전략 마련하려고 동분서주하다 눈치도 없는 대전협에 발목 잡힌 거"라고 했다.

아울러 "최대집이 웃겨 보여도 나름 다른 의사들 진료하고 수술할 때 정치질만 한 사람"이라며 "이러니저러니 해도 의사 중에서 정치 쪽으로는 가장 빠삭한 축에 속한다. 그래서 최대집은 눈치를 깠다. 공공의대랑 의대 정원은 미끼고 그사이에 본진 터는 게 목적이라는 거. 본진 털리는 거 막으려면 그때 의사들이 양보하는 방향으로 출구전략을 잡았어야 했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디씨 의학갤러리
디씨 의학갤러리

그러면서 "공공의대나 의사정원 문제는 결국 의사들이 원하는 대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라며 "그런데 의사들이 피투성이로 정책 하나 막았다고 기뻐하면서 뒤를 돌아보면 의사들이 죽을 둥 살 둥 막아왔던 수많은 다른 정책들이 그사이에 처리되어 있는걸 보게 될 거다. 왜, 강력범죄자 의사 면허 박탈이나 약사 대체조제도 반대하면서 드러누워 봐야 이제 의협이랑 대전협 내부분쟁 일어나서 지도력도 단결력도 상실했다"라고 간파했다.

정부와 의협은 전날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서명식을 하려 했으나 전공의들이 반발하고 서명식장을 점거하고 피켓 시위를 벌이는 통에 정부서울청사로 장소를 변경해 오후 3시께 극적 합의를 마쳤다. 젊은 의사들은 합의에 반발하고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고 했지만, 생명을 담보로 하는 투쟁에 국민 비호감만 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전공의들은 과연 명분 잃은 진료 거부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자신들이 밝힌 오는 7일에는 현명한 결정이 내려질 것을 기대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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