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탄압' 주장하는 이들 보면 안타까워..지금은 재난의 시대, 교회는 생명 중시해야"
일산 씨앗교회, 6~10개월간 10~30만 원 지급하기로

[김은경 기자]= 코로나19가 교회 대면예배 등 집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일부 교회는 종교의 자유가 탄압받고 있다는 식으로 정부의 온라인 예배 협조에도 기어이 대면예배를 강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동선을 거짓으로 말하고 조사에 응하지 않는 등 협조하지 않는 교회들로 인해 방역에 차질을 빚는 어려움 속에서 훈훈한 소식이 들려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트윗으로 이 소식을 알렸다.

씨앗교회 에배모습
씨앗교회 에배모습

"씨앗교회는 곧 예배당이 없어집니다. (중략) 씨앗교회는 현 예배당 임대를 포기하고 그 보증금을 성도들의 일상을 돕는 기본 소득으로 지급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5일 교계신문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일산 씨앗교회 공지문이 SNS에서 화제다. 교회는 공동체 가정이 코로나19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예배당 보증금을 빼서 교인들에게 나눠 주기로 결정했다. 지금보다 더 작은 공간으로 이주하고,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비대면 예배'를 드리겠다고 했다. 다음은 매체 이용필 기자의 해당 기사 전문이다.

파격적인 결정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8월 27일 고양시 일산서구에 있는 씨앗교회를 찾았다. 씨앗교회 예배당은 외진 곳에 있었다. 임대료가 싼 곳을 찾다가 지난해 12월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조립식 건물 1층에는 자동차 공업사가 있고, 씨앗교회는 2층을 사용하는 중이다.

씨앗교회는 7년 전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소속 이규원 목사가 개척했다. 성장과 확장보다는 개개인의 성숙, 믿음과 생활의 일치를 추구했다. 제도권 교회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방식을 도입했다. 우선 씨앗교회에는 담임목사가 없다. 이규원 목사는 나중에 합류한 임인철·이인호·송명수 목사와 공동 목회를 하고 있다. 목사들은 돌아가면서 설교하고 주중에는 따로 일을 한다. 교회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제외한 나머지 수입을 내·외부 구제비로 흘려보내고 있다.

건강한 교회를 추구해 온 씨앗교회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는 못했다. 씨앗교회는 올해 2월부터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전체 교인이 80명이었는데, 현재는 60명으로 감소했다. 송명수 목사는 "아무래도 온라인으로만 예배를 드리다 보니까 커뮤니티가 잘 운영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현장 예배를 드릴 때는 어떻게 알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셨고, 씨앗교회가 추구하는 비전에 동질감을 느끼셨다. 지금은 비대면으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공동체원이 하나둘 나왔다. 목사들은 8월 9일 회의 도중, 몇 달 전 정부가 지급한 재난 지원금을 떠올렸다. 정부도 하는데 교회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지원 가능할 때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송 목사는 "처음 리더 그룹에 제안했을 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 게 사실이다. 단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일인 데다가 예배할 장소도 새로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배 장소보다 '어떻게 예배할 것인가'라는 가치에 모두가 공감하면서 시행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씨앗교회는 예배당으로 쓰고 있는 건물을 내놓았다. 임대 보증금 3000만 원과 매달 나가는 월세 70만 원을 더해 기본 소득 액수를 정했다. 각 가정에 30만 원씩, 싱글 가정과 청년에게는 10만 원씩 지급한다. 예상 지급 기간은 6~10개월로 잡았다. 9월부터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새 입주자가 일찍 나타나면서 8월 말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송 목사는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떡을 나눠 먹는 게 교회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교회는 옳고 참된 것은 기가 막히게 제시한다. 하지만 실제로 행해야 할 일은 외면하거나 포기해 버린다. 지금은 형식적으로 한번 나눠 주고 끝낼 게 아니다. 어려운 공동체, 이웃을 품으며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를 매개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한국교회는 다시 비난을 받고 있다.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인데도 일각에서는 "예배는 생명과 같아서 포기할 수 없다"며 종교 탄압이라는 주장을 편다. 송명수 목사는 "아직 율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크리스천이 꽤 많은 것 같다. 목에 핏줄을 세워 가며 '대면 예배'를 주장하시는 분들의 열정 하나만큼은 인정한다. 하지만 저분들에게서 사회 고통을 함께 나누고 애쓰려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답답하고 애통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또 "'종교 탄압'을 주장하시는 분들은 너무 극단적이다. 개인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아닌데, 이번 정부 조치가 종교 탄압이라는 주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재난의 시대, 교회는 어느 때보다 생명을 중시 여겨야 한다. 한데 왜 계속 '6·25 때도 예배는 드렸다' 같은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씨앗교회는 기본 소득 지급과 별개로, 계속해서 구제비도 흘려보내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미혼모, 세월호·스텔라데이지호 가족 등을 지원해 왔다. 송 목사는 "우리 교회는 작고 가난하지만, 우리 같은 교회가 많아지면 한국교회가 사회에서 달리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뢰와 믿음이 가지 않을까 싶다.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는 교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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