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회귀의 숭고미... 덧없음도 화려함도 없다.

울음
울음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미술전문기자 = 윤수아 작가는 근접 세부묘사로 물감층이 흐르는 시간을 보여주는 듯 하다. 생생함과 아련함을 오가며 다양한 감정을 붙들려고 하지만 흘러가버린다.정확한 것은 없다. 어느 순간 태어난 생명체로 보드랍고 싱싱했던 것이 시간을 다하여 자연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하고, 이미 생명을 다하여 죽은 형태로 지나온 순간들을 말해주기도 한다. 돌아보는 자리가 된다. 덧없음도 화려한 색감도 없다. 그저 대상을 바라봐 주길 바란다. 자연회귀의 관점에서 모든 것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살갗#1
살갗#1

“저는 보통의 풍경에서 잦은 죽음들을 경험합니다. 이 경험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무관심과 망각으로 또는 자연스러움으로 지나치고 있습니다. 잦은 죽음들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죽음과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저의 존재를 재구성하고 싶었습니다. 누구도 애도하지 않는 대상을 통해 삶과 죽음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실과 무기력함을 넘어선 무엇을, 시간의 유한성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무덤 안에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영원히 존재하고자 했던 인간의 마음처럼, 소멸하는 대상을 그림으로써 죽음을 유예하는 회화적 박제를 시도했습니다. 생명이 꺼진 모습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멸과 해체를 저항하고, 죽었지만 죽지 않은 존재로 머물게 됩니다. 마치 조상의 제사를 지내며 그 사람을 계속 기억하려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비극 마저도 안으려고 한다. 화폭에 비극을 풀어내고 있다.

“가벼운 스침에도 통증과 상처는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고 기억의 감정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같습니다. 상처를 통해 유발되는 마음속의 고통과 불행, 즉 비극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연극적 비극의 독백이나 대화의 대사 이외에 회화적 비극을 찾고 싶었습니다. 인간이 느끼는 슬픔, 고통과 같은 감정의 모양을 기록했습니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한 단면들을 관찰했습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죽은 해바라기의 얼굴, 나무껍질 사이로 드러난 살갗, 순간 사라지는 파도 등에서 감정의 모양을 읽었습니다. 감정의 모양은 뭉개지고 변형되면서 살갗 아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표면에서 머물다간 상처와 같은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이미지를 무심히 바라봅니다. 더는 무엇을 표현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게 됩니다.”

살갗#3
살갗#3

‘살갗’은 살가죽의 겉면으로 주로 사람의 것만을 지칭한다. 하지만 그의 그림 안의 살갗은 인간과 동·식물을 분리하지 않고 모든 존재하는 대상을 동일하게 바라보고 있다.

“ 살갗은 인간의 비극과 외부 세계의 경계이기도 합니다.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만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연약함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직 살갗 아래의 깊숙한 곳에 다다르지 못한 제 자신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지요.” 9. 16 ~ 9. 27 갤러리도올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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