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활용 작업하는 제니퍼 스타인갬프

리안갤러리 서울,리만머핀 서울 동시 개인전...가상공간의 최면

ⓒ리안갤러리 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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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미술전문기자 = 미국출신 영상미디어 설치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Jennifer Steinkamp, 1958~)는 3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작업하는 작가다. 자연을 소재로 삼아 새로운 영상미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우리가 자연에서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의 능력에 매료되었다"

그녀는 몰입형 애니메이션 영상을 통해서 건축 공간 안에 존재하는 자연 풍경이 그 공간을 바꾸고,그 이미지는 곧 사람을 닮아 있음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어떻게 빛이 공간을 창조하고 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는가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리안갤러리 서울 제공

작품 ‘Retinal 1’(2018), ‘Retinal 2’(2019)는 2018년에 건축가 스티븐 제이 홀(Steven J.Holl)이 설계한 캔자스시티 넬슨 앳킨스 미술관(Nelson-Atkins Museum of Art)의 브로쉬(Bloch) 빌딩에 영감받아 제작되었다. 스타인캠프는 스티븐 제이 홀이 빌딩 창문을 렌즈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망막 정맥을 모방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다. 눈 속 망막 정맥의 반투명하고 굴절되는 모습이 운동감 있게 표현되었다.

화면 전면에는 녹색과 분홍색, 보라색으로 이루어진 비정형의 화려한 방울 덩어리와 탯줄처럼 보이는 가닥들이 무리를 지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는 생물 형태를 연상시키고 표현주의의 추상적 표현처럼 보이기도한다. 화려한 색채의 망막 정맥을 시각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자연과 인간이 만든 결합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매끈한 모양으로 둥둥 떠다니는 형태가 공간을 유기적인 장소로 탈바꿈시킨다.한다. 관람자는 최면에 빠진 듯작품에 빠져드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형형색색의 과일과 꽃잎이 둥둥 떠다니는 작품 ‘Still-Life 4’(2020)는 17세기 플랑드르 화파의 바니타스 정물화에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전통적인 정물화를 21세기 디지털로 재해석하였다. 스타인

캠프는 삶의 허무, 인생무상이라는 바니타스 정물의 형식을 깨고 긍정적인 에너지와 생의 환희를 표현하고 있다. 과일과 꽃, 식물들이 우아하게 움직이고 멈추는 그래픽 영상은 풍성한 생명력을 선사한다. 정물화가 단순히 아름다운 물체를 충실하게 재현한 것이 아니라, 마치 인간이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스타인캠프의 생동감 넘치고 반복되는 애니메이션은 특정한 인간의 경험을 나타내는 듯 하다.

작품 ‘Judy Crook 12, 14’(2019)는 생동감 넘치는 나무가 이리저리 소용돌이치며 열매를 맺고 잎을 떨어뜨리는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계절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나무의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렌더링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연순한을 느끼게 해준다.

전시장에서는 관람자가 작품에 다가가자마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림자는 작품의 일부가 되며 관람자와 작품은 하나가 된다. 스타인캠프는 작품과 기술, 사람사이의 경계를 허물면서 관람자가 완전히 몰입하고 즉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독특한 가상 현실을 만들어 낸다.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3D 애니메이션과 뉴미디어를 이용해 공간, 지각 및 움직임을 다루는 대규모 장소특정적 설치 작업을 제작해오고 있다. 변화하는 나무, 꽃, 하늘, 시공간과 그 밖의 유기적인 형태들을 사실적이거나 추상적으로 다루면서 빛으로 반사되는 자연의 색과 움직임을 구현한다. 스타인캠프의 애니메이션 영상은 실재와 환상적 공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관람자와 예술 작품의 경계를 흐린다.

ⓒ리안갤러리 서울 제공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1958년 미국 덴버에서 태어났으며, 패서디나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Art Center College of Design, Pasadena)과 캘리포니아 예술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공부했다. 현재는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디자인 미디어 아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개인전을 휴스턴 미술관(2018), 포틀랜드 미술관(2017), 콜로라도 스프링스 예술 센터(2017), 클리브랜드 현대미술관(2014), 샌디에고 현대미술관(2011), 스페인 말라가 현대미술관(2009), 네바다 미술관(2009), 터키 이스탄불 미술관(2007)에서 가졌다.

10월 31일까지 리안갤러리 서울과 리만머핀 서울(Lehmann Maupin Seoul)에서 개인전이 동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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