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포하우스 ‘화화사유(畫話思惟)’전... 순수예술정신 조명

이우환, 엄태정, 차우희, 김종원, 조기주, 김병태 등 참여

[뉴스프리존=편완식미술전문기자] 작품가격이 작품성으로 치환되는 시대에 순수예술정신이 무엇인지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B/S 쿤스트라움(대표 김순주)가 기획하고 토포하우스에서 9월 16일(수) ~ 9월 28일(월) 열리는 화화사유(畫話思惟)전은 예술가의 작품이 장식품으로 취급되고,상업성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잃어버린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그림-대화-사유의 공간으로 꾸며진다. 4.6미터의 높은 천창에서 자연광이 쏟아지는 공간은 작가의 창조정신과 수행의 결과물인 대작이 주는 울림과 함께 사유하는 공간으로 변화한다.

예술이 표피적이고 감각적인 대상이 아니라, 인간에게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주며 감동을 자아내게 할 뿐만 아니라, 치유와 새로운 사고를 가져다주기 위한 작업임을 보여준다. 전시에는 이우환, 엄태정, 차우희, 김종원, 조기주, 김병태 등 6명의 작품이 출품된다.

Untitled, 종이 위에 먹, 168x184.4cm, 1986

이우환 작가의 작품은 바람시리즈의 모태가 되는 1986년 종이작업이 전시된다. 시간과 함께 획은 시작되고 공간 속에서 여백과 함께 생성된다. 몰아치는 획의 기운은 비움과 채움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붓을 들고 선을 그린다. 처음에는 선이 어둡고 두껍게 나타나지만, 점차 얇아지고 결국에는 사라진다··· 하나의 선은 반드시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한다. 공간은 시간 속에 나타나고, 공간을 생성하는 과정이 끝날 때, 시간 역시 사라진다” (이우환)

만다라(Mandala), 145cmx435cm, ink and acrylic on paper, 2018
 

조각가 엄태정은 조각을 그린다. 단순한 공간을 위한 몰두는 그리기를 통해 그리기 자체로 돌아가 자유롭다. 그리기는 그리는 과정에서 공간을 부여하고 자연에 각인시킨다. 그리기는 자신이다. 그리하여 사물에 자신을 연장시킨다. 자연에 자신을 예속시킨다.

“만다라는 우주다.공(空)의 세계다.하늘도 둥굴고 땅도 둥굴다.어두운 밤하늘 무수한 별자리 고요한데 새벽을 열고 동이 튼다. 밤은 지나간 자리 가리워져 숨겨 둥굴개 머문다. 이제 무수한 별들도 잠들고 새벽을 여니 신비로운 우주 소리 나를 깨우니 경청하련다. ” (엄태정)

동쪽에서 온 소포는..., 230x294cm, Mixed media on canvas, 1989

차우희 작가는 동양의 유산과 서양의 경험을 다다이즘적으로 작업에 투영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흑백의 강한 대조와 꼴라주로 작가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차우희의 그림은 상상력의 찬가다. 그의 감동은 밝으면서 강하고, 절망은 어두우면서도 질기다. (...) 그의 작품에는 온전한 존재감을 부여하는 섬세한 힘이 있다" (요아힘 자토리우스 독일연방정부 학술교류처장)

신화Ⅰ, 210x150cm, 종이에 먹과 주사, 2020

현대서예가인 김종원은 캘리그라피로서의 미학을 컨템포러리아트로 승화시키고 있다. 신령스럽고 신성한 문자의 근원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서예와 회화를 통합하는 작가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은 기호,상징과 함께 문자를 사용함으로써 ‘서화동체(書畫同體)’의 원상과 변상의 경계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현대 회화의 원형을 ‘서(書)’에서 찾아낸다. 특히 글의 의미를 문자 본래의 주술성에 버무려진 필획(筆畫)언어로 재해석하고 있다. ‘서화동체(書畵同體)’ 즉 텍스트와 이미지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글씨 너머 예술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한다. 문자의 주술성과 신성에 주목해 작업한 일종의 부적과 흡사하다. 역사전통과 현대가 나뉜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 동양과 서양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하나라는 것을 예술로, 즉 서 언어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증명한다. 서와 현대미술이 하나라는 것을 실천할 뿐만 아니라 이론으로도 통찰한다.” (김종원)

<Triple Ⅰ>, 190x1952cm, graphite and oil on canvas, 1998~2014(금호미술관 설치 view)

조기주 작가는 작업을 통해서 우주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천착하며 생명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그 흔적이 나타내는 의미를 찾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회화 ‘Triple Ⅰ’(1998~2014)는 점, 선, 원 등 조형의 기본 요소를 캔버스 위에 오일과 흑연을 매체로 사용하여 우주와 생명의 창조를 가시화하고 있다.

“나는 예술을 통해서 우주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며 생명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그 흔적이 나타내는 의미를 찾고 있다. 수많은 원들을 그리고 지우며, 순환과 창조가 무수히 연속되고 탄생하는 우주, 그리고 자연에 대한 나의 관심이 담겨진다. 나는 매일 뜨고 지는 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반짝이는 별과 차고 기우는 달에 기쁨을 느낀다. 또한 끊임없이 돌아가는 세상, 그 아름다운 되풀이를 관조할 수 있음을 감사한다. 그리고 나의 흔적, 그 순환과 반복을 품은 작품 속 의미를 감상자와 함께 나누기를 소망한다.” (조기주)

달밤, 190x280cm, Archival Pigment Print, 2018년

사진작가 김병태는 1993년부터 케냐에 거주하면서 자연의 본질과 인간의 내면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 이번 전시작품은 자연의 근원을 찾기 위한 사유의 결과로서 카메라의 렌즈를 빼고 밤하늘을 촬영한 것이다. 형상 없이 빛과 색으로 표현되었다. ‘텅 빈 충만’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세월을 인고한 대지는 우주를 닮았다. 수없이 많은 밤을 지새우며 대지는 어둠만큼 짙어졌고, 하나 둘 가슴에 품은 별들은 이제 헤아릴 수 조차 없다. 꿈결인양 검푸른 초원을 헤매다 다급한 어느 동물의 울음에 눈을 뜨니 어느덧 차갑고 따뜻한 여명의 두 기운이 밀당을 하고 있다.

동녘 하늘은 해가 솟아나기 전이 더 아름답다. 은은하고 품위 있는 따뜻한 기운은 화선지의 먹처럼 사방으로 번진다.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너무 강렬하여 첫사랑처럼 몸과 마음을 태운다.

저녁 무렵은 고즈넉하나 쓸쓸함이 배어 있어 늦가을의 정취가 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는 갑자기 뚝 떨어지고 푸르고 검은 어둠이 노을을 밀어낸다. 밀려오는 적막 속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있다.” (김병태)

이번 전시는 베를린 등 유럽에 한국미술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는 기획전기로 이어질 예정이다. K-ART의 원류가 되는 한국의 정신이 담긴 대작들을 유럽에 시리즈로 소개할 계획이다. 시리즈는 원로작가에서부터, 중진, 청년 작가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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