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검찰 고위직 공개비판한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령

검찰 내부 '백지구형' 방침 어기고 무죄 구형.. '도가니 검사' 별칭
검찰 조직의 비위에 관해 꾸준히 '쓴소리'..공수처 대상과 감찰 대상으로 윤석열 지목

[정현숙 기자]= 가히 ‘검찰 내부고발자’로 불릴만한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자신이 소원하던 대검찰청에서 감찰 업무를 맡게 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0일 임 부장검사를 오는 14일 자로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으로 전보 발령했다.

전·현직 검찰 간부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등 검찰 조직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대검찰청의 감찰 업무를 맡게 됐다.
전·현직 검찰 간부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등 검찰 조직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대검찰청의 감찰 업무를 맡게 됐다.

검찰 고위 지휘부를 상대로 이명박 정권 때부터 비위를 참지 못하고 비판하고 고발까지 단행해 온 해 온 임은정 검사가 그동안 희망해 온 검찰의 감찰 부서에 마침내 ‘원포인트 인사’로 입성했다. 임 검사는 연이어 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보직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이날 전격 발탁됐다. 지난 관행에 비춰 무척 이례적인 인사 조치라는 평이 나오면서 임 검사가 향후 윤석열 검찰에 합류해 독자적 감찰 업무 수행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는 “임 검사는 감찰 정책 및 감찰부장이 지시하는 사안에 관한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감찰 강화를 통해 신뢰받는 검찰상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인사 배경을 밝혔다.

임 검사는 그동안 윤석열 검찰총장과 문무일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을 가리지 않고 검찰 조직의 비위에 관해서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SNS를 통해 윤 총장과 일부 고위 검사들을 겨냥해 이들이 2015년 서울남부지검 성폭력을 은폐한 검찰 수뇌부의 조직적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데 일심동체였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9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제가 20년간 검찰에 근무하면서 '저 사람, 검사장 달겠구나'하는 확신을 한 검사는 딱 3명, 문찬석·한동훈·이원석 선배"라며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 한나라 말 최고의 인물평가자로 꼽히는 허자강이 조조를 두고 한 인물평이라는데, 저 역시 그 선배들을 보며 ‘치세의 능수능란한 검사, 난세의 간교한 검사’가 될 거란 생각이 들 만큼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능력과 처신술이 빼어남이 있었으니까"라고 세 사람의 지나온 이력을 돌이키면서 허자강과 같은 마음이라고 이들을 비판했다.

지난 5월에는 CBS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해서) 지금까지 수사의 성역이었던 검찰을 수사한다면 여기는 황금어장”이라며 “많은 전·현직 검사들이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고 공수처의 출범을 놓고 대상이 되는 비리 검사들을 직격했다.

임 검사는 지난해엔 부하 검사의 ‘고소장 바꿔치기’를 묵인했다는 이유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2012년 12월 5·16쿠데타 직후 반공법 위반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장 재심 사건에서는 검찰 내부 '백지구형' 방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해 정직 4개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후 임 검사는 법원에 "무죄가 확실시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를 구형할 수 있다"라며 법무부 징계가 잘못됐다는 소송을 냈고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정을 받았다.

임 검사는 또 2007년 광주인화학교 청각장애인 성폭력 사건 1심 공판검사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1년 영화 ‘도가니’가 나오면서 ‘도가니 검사’라는 호칭을 얻었다.

임 검사는 이명박 정권 시절부터 검찰 지휘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검찰 조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나친 제식구 감싸기’와 ‘자체 감찰 기능의 취약성’ 등을 적폐로 꼽아왔다. 그는 2017년 9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총장이나 검사장, 차장, 부장 등 간부급을 감찰하고 싶다”라며 “직위와 무관하게 문제가 있는 검사는 징계받고, 선의의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라고 그동안의 강단있는 모습 그대로 솔직히 자신의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검찰개혁 성향의 임 검사가 대검 감찰이라는 요직에 등용되면서 앞으로는 검찰 내부의 검사 개개인의 비위 의혹에 대한 높은 수위의 감찰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 검사는 그동안에도 꾸준히 공수처 대상과 감찰 대상으로 윤석열 총장을 지목한 점에 비춰보면 윤 총장도 비껴가기 어렵지 않겠나 하는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검에는 다양한 부서가 있으나 감찰부는 다른 부서에 비해 독립적인 기구로 볼 수 있다. 외적으로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기는 하지만 독립성이 매우 강하다. 우선 검사장급 예우를 받는 감찰부장은 검찰 외부 인사 중에서 개방형 직위로 임용한다. 현재 검사가 아닌 판사 출신이고 한동수 감찰부장이 감찰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기용된 한동수 감찰부장은 검찰개혁에 목소리를 내는 인물로 한동훈 검사 검언유착과 집안 비리에 휩싸인 윤석열 총장과는 소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는 임 검사의 향후 역할과 관련해 “감찰부장이 지시하는 사안에 관한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검찰개혁에 한동수 감찰부장과 한목소리를 냈던 임 검사도 윤 총장 '견제'의 한 축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