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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에 불거졌던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 배후에 당시 국정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당시 국정원이 KBS와 SBS 고위 관계자를 만나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된 보도 요청을 했다고 하는데, 당시의 사항들을 옮겨보면,. [편집부]

논두렁의 시작,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옛 대검 중수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한창이던 2009년 4월22일 KBS 9시뉴스가 ‘특종’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을 보도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생일선물로 스위스제 명품시계 2개를 건넨 정황이 포착됐는데 검찰이 이를 공무원 직무와 관련된 뇌물로 판단해 수사 중이란 내용이었다.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검찰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혀 보도가 사실상 맞는 내용임을 내비쳤다. 정리해보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 깊숙히 개입했던 것으로 확인되는 내용으로, 이명박 정부 당시 사실상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검찰 수사를 지휘하고 추악한 언론 플레이를 벌였다는 것인데, 이같은 사실은 국정원 개혁위원회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23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불구속 수사’ 결정을 국정원이 나서서 주도적으로 결정했다는 정황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에 더 나아가 이른바 ‘논두렁 시계’ 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망신’을 주도록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에 압력을 넣었다는 정황이 확인된 것은 더욱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적폐청산TF가 밝힌 바에 따르면 다만 ‘적당히 망신 주는 선’이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구체적 행위에 대한 지시로 이어졌는지 여부에 대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적폐청산TF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관련 국정원 문건 및 관련자를 조사한 결과, 해당 원세훈 전 원장 측근 간부의 언급 이외에 ‘명품시계 수수’ 및 ‘논두렁 투기’ 사실에 대한 언론플레이를 지시하거나 실행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고 2009년 4월 22일 KBS의 ‘명품시계 수수’ 관련 보도 및 2009년 5월 13일 SBS의 ‘논두렁 투기’ 관련 보도 이전 국정원 전체 전산자료 및 문서 검색 결과, ‘피아제’ 단어가 포함된 문건은 1건(검찰수사 진행 관련)이 발견되었고, ‘논두렁’ 단어가 포함된 문건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은 구속된 홍만표 전 대검 수사기획관

이튿날인 2009년 4월23일 홍만표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이 정례 브리핑을 위해 기자들 앞에서 섰다. 평소보다 훨씬 상기된 표정의 그는 “우리(검찰) 안에 형편없는 ‘빨대’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빨대란 특정 기자에게 정보를 흘려주는 취재원을 뜻하는 은어다. 홍 기획관의 말은 검찰 관계자 누군가가 KBS 기자에게 시계 관련 내용을 흘려줬다고 인정한 것이이어서 이목이 집중됐다. 국정원이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 사건과 관련해 수사 의뢰를 예고 하면서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사들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사진에는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을 비롯해 홍만표 전 대검 수사기획관, 우병우 전 대검 중수1과장이 있었다.

앞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측근인 한 간부가 2009년 4월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게 “고가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주는 선에서 활용하시고, 수사는 불구속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8년 만에 검찰 수사가 이뤄질 경우 당시“나쁜 ‘빨대(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강경 발언을 했던 홍만표 전 수사기획관 등 수사진이 줄줄이 조사받을 것으로 보인다. 홍 기획관은 거듭 “검찰 내부의 나쁜 빨대를 반드시 색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실제로 수사팀인 대검 중수부 검사와 수사관들을 상대로 언론과 접촉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검찰 고위간부의 색출 공언에도 문제의 ‘빨대’는 쉬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2009년 4월30일 노 전 대통령은 대검 중수부에 피의자로 소환돼 이튿날 새벽까지 밤샘조사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떠나 서울 서초동 대검까지 이동하는 장면은 전국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석하며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면목없는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런데 소환조사 후 10여일이 흐른 2009년 5월13일에는 이번에는 SBS 8시뉴스가 다시 ‘특종’이라며 시계 관련 후속보도를 내놓았다. ‘노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 당시 시계 관련 질문을 받고 권양숙 여사가 논두렁에 버렸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검찰은 이번에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는데 이 보도의 여파는 대단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누리꾼들은 “봉하마을 논두렁을 뒤져 시계를 찾으면 대박”이라며 이른바 ‘시계원정대’ 모집에 나섰다. 보도 열흘 뒤인 2009년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은 사저 부근 봉화산 부엉이바위 위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서둘러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수사를 마무리했고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표를 냈다. ‘나쁜 빨대 색출’ 이야기도 자취를 감췄다. 빨대의 실체는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5년 2월25일에야 드러났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명품시계 보도는 국가정보원이 주도했고 언론사도 관여돼 있다”고 폭로했다. 노 전 대통령 수사 배후에 있었던 국정원의 존재가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출범한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이 전 중수부장에게 “좀 더 자세한 정황을 들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그는 도로 입을 다물었다. “내가 다 얘기하면 다칠 사람이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 28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에 따르면 검찰은 국정원 개혁위의 수사의뢰를 받아 ‘논두렁 시계’ 보도를 둘러싼 의혹도 파헤치겠다는 방침이다. 수사가 본격화하면 이 전 중수부장, 홍 전 기획관은 물론 노 전 대통령 주임검사였던 우병우 전 대검 중수1과장 등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

▲ 우병우, 이인규 .홍만표

 최순실사건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홍 전 기획관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법조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돼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우 전 과장은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최순실씨 국정농단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빨대의 전모가 드러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병우 당시 중수 1과장으로부터 신문 받은 노 전 대통령이 논두렁 얘기를 했다, 이런 보도인데. 그런데 벌써 오래전부터 논두렁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이런 어떤 의문점들이 불거지고 있었다. 

국정원 개혁청산위원회 적폐청산 태스크포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측근이 지난 2009년 4월 21일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에게 "고가 시계 수수 건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시고" 이런 얘기를 한 걸로 밝혀졌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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