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틀, 구조)의 법칙이 있습니다. 이는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떠한 틀을 갖고 상황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법칙이지요. 미국 알래스카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젊은 아내가 아이를 낳다가 출혈이 심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목숨을 건졌지요.

홀로 남은 남자는 아이를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돌봐 줄 유모를 구하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유모 대신 훈련이 잘된 듬직한 개를 구해 아이를 돌보게 했습니다. 개는 생각보다 똑똑했습니다. 남자는 안심하고 아이를 둔 채로 외출도 할 수 있었지요.

어느 날, 남자는 여느 때처럼 개에게 아이를 맡기고 잠시 집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사정이 생겨 그날 늦게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남자는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서며 아이의 이름을 불렀지요. 주인의 목소리를 들은 개가 꼬리를 흔들며 밖으로 뛰어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개의 온몸이 피범벅이었습니다. 불길한 생각이 들어 남자는 재빨리 방문을 열어보았습니다. 아이는 보이지 않았고 방바닥과 벽이 온통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남자는 극도로 흥분했습니다. ‘내가 없는 사이에 개가 아들을 물어 죽였구나.’ 이렇게 생각한 남자는 즉시 총을 꺼내 개를 쏴 죽였습니다.

바로 그 순간, 방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놀란 남자가 방으로 들어가 보니 침대 구석에 쪼그려 앉은 아이가 울먹이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당황한 남자는 밖으로 뛰쳐나와 죽은 개를 살펴보았습니다. 개의 다리에 맹수에게 물린 이빨 자국이 선명했습니다.

곧이어 남자는 뒤뜰에서 개한테 물려 죽은 늑대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오, 맙소사!” 남자는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늑대와 혈투를 벌인, 충직한 개를 자기 손으로 쏴 죽이고 만 것입니다.

한 선생님이 매일 지각을 하는 학생에게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날마다 지각을 하는 것을 보고 그 학생이 괘씸해서 회초리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회초리를 든 다음 날 아침, 그 선생님은 차를 타고 학교에 가다가 늘 지각하는 그 학생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병색이 짙은 아버지가 앉은 휠체어를 밀고 요양시설로 들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순간 선생님은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지각은 곧 불성실이라는 생각에 이유도 묻지 않고, 무조건 회초리를 든 자신이 부끄럽고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가족이라고는 아버지와 단 둘 뿐이라서 아버지를 지켜드려야 하는 입장에 있는 지각한 학생, 요양시설은 문을 여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학생은 요양원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아버지를 모셔다 드리고,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뛰어서 학교에 왔을 텐데, 그래도 매일 지각을 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그 날 역시 지각을 한 학생은 선생님 앞으로 와서 말없이 종아리를 걷어 올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회초리를 학생의 손에 쥐어주고 자신의 종아리를 걷었습니다.

그리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라는 말과 함께 그 학생을 따뜻하게 끌어 안았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울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서로가 힘들고 외롭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함께 사는 법’을 배울 때 가장 필요한 건 상대방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저 사람에게 뭔가 틀림없이 타당한 이유가 있을 거야.’ ‘저 사람의 마음은 지금 얼마나 힘들 까?’ 내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채 섣불리 판단하고 결정해서 잘못된 행동을 하지 말고, 상대방이 무엇을, 왜 그랬는지, 나의 판단과 결정에 잘못은 없었는지, 잘못된 판단을 당연한 것처럼 결정하는 비합리적인 판단을 냉정하게 역지사지로 되돌아보고, 뒤늦게라도 깨닫고, 잘못을 인정하며, 용서를 구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작은 오해가 또 다른 오해를 낳게 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한 발짝만 뒤로 물러서서 상대방입장을 생각해보고 바라본다면 이렇게 까지 갈등을 빚을 이유가 없으리라 봅니다. 상대방이 잘못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전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충분히 알아보고 공식적인 단계를 거쳐서 잘못된 점을 말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인식공격 하듯이 하면 또 다른 갈등이 야기됩니다. 서로가 감정이 격화될 수밖에 없고, 결국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아직 확인 되지 않은 상황을 가지고 집요하게 ‘프레임의 법칙’을 뒤집어쓰게 하는 행동이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닙니다.

늑대를 죽인 충성스런 개의 예화에서 보듯이 모든 사실이 확인 될 때 까지 조금 느긋이 지켜보고 양보하는 자세가 가장 필요한 때는 바로 지금 아닌 가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9월 1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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