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오래 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하고 인사를 해옵니다. 다리가 아파 잘 걷지도 못하는 저에게 오래오래 살라니요? 이 말이 저에게는 축복인 것 같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재앙(災殃) 같이 들릴 때도 있으니 이거 정말 큰일이네요.
저는 이미 여한(餘恨) 없이 살았습니다. 제가 하고픈 일을 안 해 본 것도 없고, 못해 본 것도 없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덕화만발 카페도 한 10년을 하면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어언 12년을 넘겨갑니다. 그래서 저는 아쉬움도 없고 한도 없습니다. 언제 가도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어느 정도의 자신감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일함이 지나쳤는지 거의 걷지 못할 정도가 되었어도 전혀 제 건강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요. 하지만 저는 요즘 들어 재활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중입니다. 나라에서 보내주신 요양보호사 덕분에 지금 걸음마부터 새로 시작을 했습니다. ‘더 오래 살면 어떡하지?“ 스스로를 생각해 봅니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 이게 축복인가 재앙인가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그러나 오래 사는 것이 재앙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떤 위험이 닥쳐올 것이고, 이를 극복하는 길은 과연 무엇일 런지요?
인간다운 삶의 품위를 상실한 채, 은퇴 후 마지막 몇 십 년 세월만 낭비한다면, 그것은 분명 축복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재앙이라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첫째, 무전 장수할 때입니다.
돈 없이 오래 살 때(無錢長壽), 어찌 살아야 할까요? 가진 것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다시 돈을 벌어야 할까요? 이처럼 돈은 인간의 행복을 위한 필수 요소지만, 돈 앞에서 비굴해서는 안 됩니다. 설사 가진 것이 많다 하더라도 돈으로 교만을 부려서도 안 되지요.
둘째, 유병장수 할 때입니다.
아프며 오래 살 때(有病長壽)가 참 고민입니다. 행복 할 만큼 적당하게 돈이 있고 건강하면 노년에 더 무엇을 바랄까요? 마음이 병들고 영혼이 갈잎처럼 바스락거리면, 아무리 돈이 많고 육신이 건강해도 행복 할 수 없습니다. 노인에게 건강 보다 더 큰 행운은 없습니다. 가급적 계획을 세워 저처럼 카페활동을 하면서 바쁘고 유용하게 살며 권태와 쇠퇴에 사로잡히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 무업 장수할 때입니다.
일 없이 오래 살 때(無業長壽)도 보통 고민이 아닙니다. 저의 친척 아저씨 한 분은 저 보다 4년 연배인데, 은퇴 후 아파트 경비원으로 나가면서 제게 자랑을 합니다. 쉬는 날에는 북한산 등반을 할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합니다. ‘노동이 집안으로 들어오면 빈곤은 도망친다. 그러나 노동이 잠들어 버리면 빈곤이 창으로 뛰어 들어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할 수 있는 것이 행복입니다.
넷째, 독거 장수할 때입니다.
혼자되어 오래 살 때(獨居長壽)가 큰 문제입니다. 외로워하면 외로움이 친구를 데리고 몰려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느긋하게 뚜벅뚜벅 말없이 자기 앞의 길을 걷노라면 길가의 아름다운 풀꽃도 만나고 산새들의 노래도 들을 수 있습니다. 훌륭한 도반(道伴)이나 동지를 만나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우리 덕화만발 활동을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 아름다운 인연들이 구름처럼 몰려 있으니까요.
어떻습니까? 이 네 가지 다 우리의 노년에 최고의 고민이고 고통일 것입니다. 어쨌든 저는 다리가 불편한 것을 우리 덕화만발을 꾸려가라는 축복과 은혜로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고민할 겨를이 없거든요. 오전에는 카페를 관리합니다. 그날 들어오시는 모든 댓글에 대해 답 글을 쓰고, 전 세계에 포진해 계시는 도반 동지들의 편지를 읽고 일일이 답장을 씁니다.
오후에는 덕화만발을 쓰기 위한 주제와 자료를 찾고, 덕화만발을 쓰고 다듬어 준비를 합니다. 또한 저녁때에는 요양 사 선생을 모시고 치료를 받고 걷기 운동으로 땀을 흘립니다. 또 밤늦도록 낮에 쓴 덕화만발을 전 세계로 발송합니다. 그리고 깊은 수행 끝에 잠자리에 들면 아주 꿀잠에 빠집니다.
이와 같이 저와 진리를 찾고, 이 메마른 세상에 맑고 밝고 훈훈한 도덕의 바람을 일으키며, 영생을 함께할 도반 동지들과 사랑과 우정을 이어 가는, 아마도 저 보다 노년을 아름답게 보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해가 바뀔 때마다 나이야 먹겠지만, 혼자를 즐길 줄 아는 노년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것입니다.
인간의 노화(老化)는 그 어떤 의학으로도 막을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노화를 아름답고 우아하게 바꾸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입니다. 마음에 욕심을 떼고, 저와 함께 깊은 수양을 하며,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장수는 축복이 되지 않을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9월 1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