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비(非) 교리적’으로 바뀌는 양상...교계 ‘침통’

전광훈 한기총 전 대표회장은 개신교계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김태훈 기자
전광훈 한기총 전 대표회장은 개신교계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김태훈 기자

[경기=뉴스프리존] 김태훈 기자=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합동에서 연 교단총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前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에 대한 이단 심의는 논의조차 되지 못했던 가운데, 개신교계가 술렁이고 있다.

코로나19 대확산의 중심에 섰던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사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교단총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 목사의 이단 판정 분위기는 무르익어가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8월 개신교 8개 교단의 이단대책위원장 협의회가 전 목사를 ‘이단 옹호자’로 규정할 것을 교단들에 요청했으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도 성명 발표를 통해 “사회적 공분을 사고, 거룩한 복음을 이념에 종속시키고 교회를 정치집단으로 전락시킨 전씨에 대해 9월 총회에서 합당한 조치를 내려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로 사상 처음 온라인 총회로 열린 가운데, 평소 2~3일 동안 이뤄졌던 총회가 4~5시간만에 진행됐던 촉박한 스케줄 속에서, 전 목사의 이단성 여부를 둘러싼 안건은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예장합동은 전 목사의 이단성 여부를 향후 교단 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고, 예장통합은 앞으로 1년간 전 목사의 이단성에 관한 연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교계는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이단 판결 확정으로 전광훈 목사와 대놓고 선을 그으려고 했던 교단들이, 정작 총회에서는 논의조차 무산되면서 전 목사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여론도 이번 총회가 사실상 전 목사를 살려줬다는 반응이다. 현 정부를 철저하게 공격함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전 목사가, 코로나19로 인해 면죄부를 받으며 자의반 타의반 현 교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교계가 더욱 걱정하는 것은 이번 전광훈 목사 이단판정에 대한 논의가, 교리가 아닌 ‘사회적’ 요소로 촉발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교계의 이단판정이 (삼위일체론 부인 등의)철저하게 ‘교리적’ 요소에 의해 진행돼왔다면, 이번에는 그 요소가 완전히 묻혔다는 중론이다.

해당 목회자에 대한 이단 판정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태도로 촉발됐다는 것에 대해 교계는 충격에 휩싸였다는 전언이다. 정치적 성향으로 인해 해당 교단에서 특정 목회자를 이단으로 규정한다면, 판정을 받은 목회자는 다른 교단을 만들어버리면 그만이고 자신은 순교자 이미지로 교인들의 신뢰를 더욱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형교회 목사는 “WCC 가입이라는 지극히 정치적인 성향 문제로 예장이 통합과 합동으로 갈라지면서, 그 뒤로 분열을 계속하더니 이제는 이단 판정마저도 정치적으로 물들었다”며 “이번 장자교단들의 총회는 사실상 한국교회에 사형을 선고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광훈 전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촉발된 이단 판정 문제가, 이번 교단총회를 통해 한국교회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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