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영장 '통째 기각'에, 다시 떠올리는 '제 식구 감싸기' 끝판왕 사례들

나경원은 전직 판사, 남편은 현직 부장판사. 역시 '같은 식구'라서? 봇물 터지는 여론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은 99%, 그러나 '양승태 사법농단' 땐 고작 10% 초반!
양승태 집 수색해선 안 되는 이유? "주거의 평온을 위해서", 그럼 70여곳 턴 조국 때는?

[ 서울 = 뉴스프리존 ] = 고승은 기자 = "나경원의 입시비리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청구한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서 부분이 아닌 통째로 모두 기각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 때 쓰던 영장자판기가 고장났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의)남편이 판사입니다. 고장난 제멋대로 자판기는 사법부 개혁이 시급하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서권천 변호사)

자녀 입시 및 채용비리, 홍신학원 사학비리, SOK(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유화 및 부당 특혜 등 각종 비리 논란에 휩싸여 지난해 9월부터 무려 12차례의 고발을 받았던 나경원 전 의원. 그가 고발된지는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이와 관련한 검찰 조사는 한 번도 받지 않았다. /ⓒ 연합뉴스
자녀 입시 및 채용비리, 홍신학원 사학비리, SOK(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유화 및 부당 특혜 등 각종 비리 논란에 휩싸여 지난해 9월부터 무려 12차례의 고발을 받았던 나경원 전 의원. 그가 고발된지는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이와 관련한 검찰 조사는 한 번도 받지 않았다. /ⓒ 연합뉴스

자녀 입시 및 채용비리, 홍신학원 사학비리, SOK(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유화 및 부당 특혜 등 각종 비리 논란에 휩싸여 지난해 9월부터 무려 12차례의 고발을 받았던 나경원 전 의원. 그가 고발된지는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이와 관련한 검찰 조사는 한 번도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고발인들만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이 뒤늦게 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나, 이번엔 법원이 제동을 걸어버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이병석)가 최근 나 전 의원이 회장을 맡고 그의 딸이 임원으로 있었던 SOK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부분 기각도 아닌 '통째 기각'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23일 보도 ([단독] 나경원 압수수색 영장 통째로 기각돼..중앙지검의 헛발질)에서, 검찰 안팎의 말을 빌려 “추미애 장관 아들 수사가 이슈로 부각되자 물타기로 진행한 수사가 얼마나 부실한지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썼다. 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친여' 인사라고 부각시키기도 했다.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나경원 전 의원을 지난 1년동안 12차례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고발인들만 조사를 받은 상태다. /ⓒ 연합뉴스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나경원 전 의원을 지난 1년동안 12차례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고발인들만 조사를 받은 상태다. /ⓒ 연합뉴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런 '통째 기각' 소식에 안심하는 모양새다. 그는 23일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자녀에 대한 문제와 관련 "어떤 위법도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의혹을 모두 부인한 뒤, “여당 의원(정청래)이 띄우고 장관(추미애)이 받고 민주당 공관위원 출신의 단체가 밖에서 한마디 하더니 검찰이 압수수색에, 소환에 호떡집에 불난 듯 난리법석”이라고 반발했다.

이렇게 압수수색 영장이 통째로 기각되는 사레는 매우 드물다. 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 자료에 나온,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2014년 91.7%에서 89.7%→89.2%→88.6%→87.7%로 해마다 조금씩 감소 추세이긴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80% 후반대며, 10번 중 9번은 통상 발부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87.7%에 달하는 영장 발부율에 '일부 기각'은 빠져 있다. '일부 기각'은 사실 '일부 발급'이다. 그 '일부 발급'까지 합치면 총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은 무려 98.9%에 달하며, 기각율은 고작 1.1%다. 그러니 나 전 의원의 경우처럼 압수수색 영장이 '통째 기각'될 확률은 고작 1% 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검찰이 법원에 낸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은 99%가량 된다. 통째로 기각되는 사례는 1%가량에 불과하다. /ⓒ JTBC
검찰이 법원에 낸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은 99%가량 된다. 통째로 기각되는 사례는 1%가량에 불과하다. /ⓒ JTBC

지난 1년 동안 나경원 전 의원을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던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매우 부실하게 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극히 희박한 1% 확률에 나 전 의원이 당첨되자, 수많은 네티즌들이 법원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나 전 의원의 남편이 현직 부장판사라는 점을 들며, 법원이 역시나 '제 식구 감싼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물론 나 전 의원도 정계 입문 전에는 판사였다.) 특히 조국 전 장관이나 정의연(정의기억연대) 등과는 너무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법원의 압수수색 기각 퍼레이드는 양승태 일당의 사법농단 파문 때 절정에 달했었다. 지난 2018년 6월 출범한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팀이 두 달 동안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총 180건이었는데, 그 중 발부된 건 고작 20여건에 불과했다. 평소에는 99%에 달하던 발부율이 고작 10% 초반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특히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를 지목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40여 건 중 단 2건만 발부됐다. 사법농단의 '코어'인 재판거래 관련 문건이 작성된 관련 부서 등에 대한 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제 식구 감싸기' 끝판왕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법원의 압수수색 기각 퍼레이드는 양승태 일당의 사법농단 파문 때 절정에 달했었다. 지난 2018년 6월 출범한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팀이 두 달 동안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총 180건이었는데, 그 중 발부된 건 고작 20여건에 불과했다. /ⓒ JTBC
법원의 압수수색 기각 퍼레이드는 양승태 일당의 사법농단 파문 때 절정에 달했었다. 지난 2018년 6월 출범한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팀이 두 달 동안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총 180건이었는데, 그 중 발부된 건 고작 20여건에 불과했다. /ⓒ JTBC

특히 양승태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까지도 연달아 기각했었다. 당시 영장전담 판사는 무려 '주거의 평온과 안정'이라는 이유를 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그해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듣도 보도 못한 사례"라고 질타했고, 같은 당 이춘석 전 의원도 사법부를 '방탄판사단'에 비유하며 "검사동일체 원칙보다 훨씬 센 판사동일체 원칙이 작동하고 있다”라고 꾸짖은 바 있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동전 넣으면 자판기에서 나오는 커피처럼, 법원이 족족 발부해줬다. 검찰이 조국 전 장관 일가를 초기 한 달간 수사하면서 압수수색한 곳은 무려 70여곳에 달한다. 조 전 장관의 자택은 무려 11시간동안 털었다. 특히 수사 주체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특수2부로 변경한 지난해 8월 27일에는 서울대와 고려대, 단국대, 부산대와 웅동학원, 사모펀드 사무실 등 20여곳을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법원의 모습이라 하겠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이 족족 발부해줬다. 검찰이 조국 전 장관 일가를 초기 한 달간 수사하면서 압수수색한 곳은 무려 70여곳에 달한다. /ⓒ MBC
조국 전 장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이 족족 발부해줬다. 검찰이 조국 전 장관 일가를 초기 한 달간 수사하면서 압수수색한 곳은 무려 70여곳에 달한다. /ⓒ MBC

국정농단 정권과의 각종 재판거래, 특정 판사 불법 사찰, 특정 판사 비위 은폐 시도 등이 줄줄이 포함된 양승태 사법농단 파문 이후 '특별재판부 설치' '판사 탄핵' 등에 대한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그러나 지난 국회에선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반대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고 흐지부지됐다. 특히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난' 사태 이후 사법부에 대한 관심은 어느새 희미해졌다.

그런 사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구속 반 년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으며, 그에 대한 재판 소식은 언론에서 거의 다루지도 않는다. 게다가 사법농단 관련해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도 줄줄이 무죄를 선고받고 있다. 유해용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지난 1월 13일,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2월 13일, 임성근 부장판사는 2월 14일,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은 지난 18일 잇달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벌써 4연속 무죄다. 그런 사이에 사법부는 사법농단 관련으로 기소돼 재판 업무에서 배제됐던 판사들을 은근슬쩍 복귀시키기까지 했다.

'사법농단'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구속 반 년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으며, 그에 대한 재판 소식은 언론에서 거의 다루지도 않는다. /ⓒ 연합뉴스
'사법농단'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구속 반 년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으며, 그에 대한 재판 소식은 언론에서 거의 다루지도 않는다. /ⓒ 연합뉴스

'사법농단'이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니까, 또 자신들을 어떻게 심판할 방법이 없으니까 정말 막 나가는 것 같다. 특히 '코로나 재확산'에도 사법부가 끼친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박근혜 추종세력들의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허가하고, 전광훈을 보석으로 풀어준 박형순·허선아 부장판사는 입이 백 개라도 과연 할 말이 있겠나? 이들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인해 못 잡아도 수십조원의 사회적 비용이 손실됐고, 시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는 중이다. 그런데 해당 판사들이 책임 하나라도 지는가? 

앞서 이춘석 전 의원이 지적했듯 '판사동일체' 원칙이 정말 단단하나보다. 정말 이런 강력한 카르텔을 부수려면, 제대로 된 공수처 설치, 특별재판부 도입 및 판사탄핵 등이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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